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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나 Jul 19. 2022

몸으로 예술을 체험하기

가물가물한 유년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지금은 얼굴도 생각나지 않지만 짓궂은 말로 나를 괴롭히던 몇몇 남자아이가 떠오른다. 내 못난 구석을 들키지 않고 슬쩍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콕’하고 그 부분을 꼬집어 주던 녀석들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또한 나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었구나 싶은데, 어린 나는 매번 상처를 받았던 것 같다.      


그 시절 나의 가장 큰 콤플렉스는 달리기였다. 승부를 내야 하는 달리기를 할 때면 뛰기도 전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마음은 사정없이 쿵덕거린다. 달리기 출발을 알리는 ‘탕’ 소리가 나는 총소리는 얼마나 크고 날카로웠는지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뛰는 거냐, 걷는 거냐, 기어 오는 거냐며 몇몇 아이가 온갖 느린 생물들을 별명으로 붙여주며 놀릴 때 ‘어쩌라고’하는 뻔뻔함을 갖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쉽다.      


그때의 나는 그저 달리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싫었을 뿐이고, 그로 인해 느꼈던 수치심과 패배감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에까지 그림자를 드리웠다. 어린 마음에도 친구들과 모두 그냥 즐겁게 배우고 뛰어놀면 좋을 텐데, 교실에서는 성적으로 우열을 가리고, 운동장에서는 달리기로 등수를 매기는 교육환경이 갑갑했던 것 같다. 나는 대학에 가서야 비로소 자유와 해방감을 느꼈다. 누구와도 비교할 필요 없고, 나에게 집중하면 되는 시간이 그저 행복했다.         


전공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통쾌한 사실은 어린이 교육에서 신체운동 능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체육활동뿐 아니라, 신체표현을 위한 예술교육으로서의 동작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신체는 생존과 운동을 할 때뿐 아니라 정신적 경험을 표현할 때도 중요한 소통 도구가 된다. 몸은 달리기, 줄넘기, 앞구르기, 윗몸일으키기, 매달리기, 수영할 때도 사용되지만, 주변의 아름다움을 오감으로 느끼고 표현할 때도 유용하다.      


봄에 수줍게 올라오는 새싹이 되어보기, 애벌레에서 나비로 변신하기, 보슬보슬 봄비가 되어보기, 예쁜 꽃으로 활짝 피어나기, 숲길을 빠르게 느리게 혼자 여럿이 걸어보기, 밀림의 왕 사자처럼 당당하게 런웨이를 워킹하기, 미끄러지듯 헤엄치는 물고기의 움직임을 따라 해 보기,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이 되어보기.... 계절 따라 몸으로 표현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의 변화와 생물의 움직임이 다채롭다.      


자연과 교감하고, 자연에서 관찰한 놀라운 발견과 느낌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소통하는 경험은 나와 너를 포함한 우리의 범위를 생태계 모든 자연 생물로 확대시켜 마음이 넓어지고 깊어지게 한다. 새싹이 되어보고, 꽃이 되어보고, 바람이 되어보고, 나뭇잎이 되어본 사람은 자연을 바라볼 때 얼마나 더 고맙고 애틋한 마음을 갖게 될까. 어린이 교육에서부터 경쟁이나 실패 없는 예술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술은 우리가 세계를 완전하게 이해하는 것을 도와준다. 예술이야말로 우리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하게 하는 가장 원초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 Chenfel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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