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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나 Oct 06. 2022

인생은 지금 여기에서



햇살 좋은 오후,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의 온라인 북클럽에 참여하여 [인생이라는 이름의 영화관]이라는 책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역시 책은 혼자서 읽었을 때보다 여러 사람의 시선으로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눌 때 느낌과 여운이 풍성해지는 것 같다.


책은 영화를 좋아하는 엄마의 부재로 엄마가 생각날 때마다 아빠랑 영화관에 가기를 즐겨하는 꼬마가 주인공의 성장과 치유의 과정을 쫓아간다. 주인공의 인생에 영화는 엄마의 부재와 결핍을 메우는 중요한 모티브다. 주인공은 영화와 함께 나이 들어가고 영화를 통해 인생의 지혜를 배운다. 그러다 보니 진짜 인생을 마주할 용기를 내지 못했고, 결국 영화 같았던 결혼생활도 불완전하게 끝이 나고, 남겨진 딸과 함께 현실을 마주한다.      


그림책 곳곳에 ‘Nowhere man’이라는 단어가 숨어져 있는데, 마치 비틀즈의 노래 ‘Nowhere man’(1965)이 배경음악으로 깔리고 있는 기분이 든다.       


He’s as blind as he can be,
 Just sees what he wants to see.
그는 단지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보고
    듣는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어.      


남편이 스스로 어둠의 세계에 자신을 가두고 더 이상 주인공과 대화하기를 거부할 때 주인공은 말한다. “그제야 나는 우리가 내내 허상의 세계에 빠져 있었으며, 진짜 인생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음을 깨달았다.” 이 장면에서 주인공은 시각장애인 안경과 지팡이를 손에 든 채 거리에 서서 다시 빛으로 나아가고 있다.      


진짜 세상 밖으로


내가 그린 그림은 남편을 상징하는 흰 구름이 사라지려고 하는 장면이다. ‘Nowhere man’처럼 현실에 눈을 뜨지 못하고 허상을 좇던 주인공이 이제 ‘Now here’, 지금 여기 바로 이 순간을 치열하게 살아내야 하는 삶의 전환을 맞이한다. 엄마의 부재로 인한 상처로 자라지 못한 주인공의 상처 입은 내면 아이는 어느 날 영화관에서 엄마와 화해하고 마음을 치유한다. 늘 꿈꾸던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영화관을 나오는 상상의 장면 배경에 꽃들이 만발하게 피어 있다.      


지금 여기서 다시 시작하는 인생


나는 ‘지금 여기서’ 진짜 나의 삶을 살면서, 나를 돌보며, 나와 화해하고, 공허했던 마음이 사랑으로 채워질 때 언제나 봄과 같은 따뜻한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실제로 나를 편안히 숨 쉬게 하는 86세 엄마의 사랑에 새삼 감사하며, 나도 엄마에게 편안한 숨과 같은 딸이 되어야지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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