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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나 Nov 28. 2022

Stay Strong!

                                                                                         <The dog> Francisco Goya 1746-1828


언제부터인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는 나를 본다. 노화가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삶의 질이 조금씩 떨어지는 노년의 삶을 관찰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특히 확연하게 노쇠해진 부모님을 마주 할 때마다 시간의 유한성이라는 인간의 한계상황에 대해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얼마 전부터 90을 바라보는 아버지가 잘 드시지를 못한다. 그렇게 좋아하시던 육회도, 초밥도, 갈비도, 아버지를 웃게 하지 못한다. 입맛은 싹 사라지고, 소화력이 떨어지고, 먹지 않으니 위가 쓰리고, 거동이 불편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서 다리는 붓고, 밤에 잠도 편히 주무시질 못한다. 70대까지도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면서 친구들과 어울려 등산을 하고, 단골 다방에서 커피를 마시고, 가끔 필드에 나가 골프를 치고, 여행을 다니던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버지와 친하게 어울렸던 사람들이 하나둘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몇 해 전 가장 친한 친구마저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는 한동안 많이 슬퍼하셨다. 나이가 들면 외모의 변화뿐 아니라 내부 장기들 곳곳에 질병이 생긴다. 몸의 이곳저곳에서 느껴지는 통증과 아픔으로 인해 기능은 저하되고, 사회적 역할과 경제 능력도 줄어들고, 남과 만나 어울려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뜸해진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하루 시간을 누군가와 함께하기보다 홀로 채워나가야 한다. 언젠가 부모님께 할 일이 많고 너무 바빠서 힘이 든다고 말하자, 이구동성으로 ‘바쁠 때가 좋은 때’라고 부러워하듯 말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의 세계는 점점 가족이 아니면 찾아주지 않는 외딴섬처럼 고립되고 있다.      


부모님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나이가 들면 한해 한해 늙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시시때때로 늙는다는 말이 실감 난다. 이제 아버지의 구형 소나타는 마당 한쪽에 멈춰 있은 지 오래다. 지팡이를 의지하지 않고서는 서 있는 것도 힘이 들고, 계단 오르기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다행스럽기는 아직 엄마의 노화 리듬이 아버지보다는 느리게 작동하는 것, 아침이면 서로 살아있음을 기뻐하며 안녕하고 인사한다는 것, 잠시라도 지난 이야기를 함께 나누거나 현재의 외로움을 달래며 혼자가 아님을 감사하는 것이다. 아직 내겐 체감되지 않는 노년의 삶을 다 공감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혼자서 당연하게 잘 해내던 일을 어느 날 하지 못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지 상상해 본다. 무기력해진 육신의 부자유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련의 불편한 상황이 얼마나 절망스럽고 답답할까?      


가끔 본가에 들러 고작 내가 아버지를 위해 해 드릴 수 있는 일은, 그동안 수십 번도 더 들었을 젊은 시절 아버지의 무용담을 마치 처음 듣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 끄덕이며 재미있게 웃어주고 공감하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아버진 나와 함께 있을 때면 해맑게 잘 웃고 이야기도 잘하고 힘이 있어 보인다. 혼자서는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아버지를 웃게 하는 일이 참 귀하다. 나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70대의 부모님 사진을 한참 들여다본다. 환하게 미소 짓는 부모님의 모습이 참 젊고 멋지다. 부디 앞으로도 이렇게 환한 웃음 잃지 않기를, 육신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보람과 의미를 붙잡고 이만하면 내 인생 잘 살았다고 매일 자부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70대 노부부의 어느 멋진 날 오후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그의 책[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에서 우리를 영원히 살게 하는 힘, ‘사랑’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랑하는 동안, 창조하는 동안 우리는 불멸이다. 생이 언젠가 우리를 떠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다음 세대에게 희열을 넘겨줄 수 있을 만큼, 그렇게 충분히 생을 사랑해야만 한다.” 사랑이 있는 한 부모님의 하루하루가 날마다 새로 태어나는 ‘생일’처럼 축하할 수 있는 날이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 본다. 노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현재 나의 삶도 사랑하고 사랑받음으로써 오롯이 살아있는 모든 순간을 충분히 누리며 나의 생명에 충실하길 바라본다.      



 

삶의 무게와 고통에서 자유롭게 해 주는 한마디의 말, 그것은 사랑이다.
-소포클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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