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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le Lee Aug 07. 2016

채용담당자가 전하는 취업준비 Tip 18

메일을 보내보자

점심식사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오자 어김없이 메일함에는 새로운 메일이 한 가득 쌓여있었다. 한 손을 턱에 괴고 마우스 휠을 드르륵 돌리다, 낯선 제목의 메일이 하나 눈에 띄었다. 스팸성 홍보메일인가? 하고 생각했다가, 왠지 분위기가 다르다는 느낌에 마우스 커서를 가져다 대본다. 그리고 클릭.


"안녕하세요 담당자님, 지난 주에 면접을 보았던 OOO입니다."


메일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이름을 보고 기억 속 면접자들의 이름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아, 그래. 지난 주에 실무면접에서 불합격한 지원자였다. 엊그제 불합격 메일과 문자를 보냈었는데.


그다지 긴 내용의 메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내용도 사실 별다를 것이 없었다. 면접을 볼 때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줘 긴장을 많이 풀고 면접을 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는 내용과, 비록 이번 기회에는 합격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또 기회가 된다면 다시 지원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알려준다면 다음에는 더 잘 준비해서 좋은 인연으로 만나고 싶다는 내용도 함께.


사실 채용업무를 하면서 이런 종류의 메일을 종종 받고는 한다. 하지만 이 메일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메일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겸손함과 진정성이 함께 느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보통의 경우 이런 메일은 보내지 않는다. 그리고 보내더라도 형식적인 겉치레 인사가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는 조금 달랐다. 그의 문장 표현력은 진중했고 겸손했으며 진심으로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정말 솔직한 표현을 문장에 꾹꾹 눌러담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그의 마음에 답하기 위해 나는 면접관들의 평가를 훑어보고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몇 가지 전달할 수 있었다.




사실, 많은 인사팀원들은 이런 메일을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보통 채용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다른 업무를 병행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어지간히 규모가 큰 회사가 아니라면 채용은 한시적인 업무이기 때문에 보통은 다른 2,3가지의 일을 병행하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본래 업무에 + 채용업무가 들어가있는 그 시기는 담당자에게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이는 때이며, 이로 인해 평소 착하고 순박하던 사람도 예민하고 뾰족하게 변하는 경우가 있다. 담당자도 사람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바쁜 업무에 치여 이런 메일도 스팸처럼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메일을 보내는 불합격자를 보면서 '아깝다'라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메일이 참 좋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메일을 보내는 불합격자를 보면서 '아깝다'라는 생각을 한다. 자기소개서, 그리고 면접을 보면 "저는 소통능력이 좋은 사람입니다"라거나, "저는 투철한 서비스정신으로 상대를 위할줄 아는 사람입니다"와 같은 이야기가 부지기수다. 그러나 정작 자신에게 온 불합격 메일에 "답장"을 보내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물론 기분이 나쁠 것이다. '내가 어디가 모자라서 불합격이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붙여줬어도 이런 회사 안가!'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아...또 불합격이네. 대체 언제 취업이 되려나...'라고 좌절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모두에게 보내는 단체 스팸같은 불합격 통보메일에 답장이라니. 내 마음 추스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자. 불합격 통보를 하는 담당자 또한 사람이다. 사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전부 다 합격시키고 기분좋게 "합격하셨습니다^^"하고 웃으며 연락하면 기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힘이 없다. 회사의 자리는 한정되어있고, 대다수에게는 불편한 기분을 들게 하는 메일을 돌려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 담당자가 이 불합격 문구를 쓰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을까를 생각한다면, 사실 답장 하나쯤이야. 메일 또한 사람과 사람의 소통인 것이다. (물론 고민하지 않고 그냥 대충 휘갈겨 쓴 통보메일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 이런 곳은 논외로 하자)


불합격 메일에 대한 답장이 그저 담당자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생각이 깨어있는 담당자라면, 그는 당신의 답장을 받은 순간 당신을 다시 한 번 보게 되고, 당신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싶어질 것이다. 그게 위로의 말일지도, 아니면 정보일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그의 머릿속에는 더이상 당신이 "불합격자 100명 중 하나"가 아닌 "기존 지원자 OOO씨"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존 지원자 OOO씨는 예의가 바르고 진정성 있는 사람'이라고 남게 될 것이다. 만약 이 기업에 당신이 언젠가 다시 지원한다면, 당신은 자기소개서를 통해 자신이 진정성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더 이상 없게 된다. 이미 담당자는 이를 알고 있을 테니까.


불합격 메일에 대한 답장이 훗날 좋은 결과로 이어진 케이스가 있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이런 불합격 메일에 대한 답장이 훗날 좋은 결과로 이어진 케이스가 있다. 몇 년 전, 한 그룹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지원자가 임원면접에서 불합격했고, 불합격 통보 메일에 감사인사와 조언을 구하는 내용으로 답장을 보냈다. 담당자는 이 지원자가 인상에 남았고, 이듬해 공채에서 다시 그 지원자의 이름을 발견했다.


솔직히 기업은 재지원자를 선호하지 않는다. 눈에 띄는 불이익은 없다. 만약 그 지원자가 "서류"나 "인적성"에서 불합격한 것이라면 말이다. 그 지원자는 수 많은 다른 불합격자 틈에 끼어 누구의 기억에도 크게 남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면접, 그것도 임원 면접 불합격자라면 얘기가 다르다. 만약 임원면접에서 불합격한 지원자를 다시 면접에 올린다면 해당 임원은 인사팀을 불러 한 마디 할 것이다.


"이미 검증 끝난 사람을 왜 또 올려? 내가 그렇게 한가해보이나? 아니면 이 사람 붙이려는 백이라도 있는거야?"


맞는 말이다. 최소한 사원 10명 분의 시급을 받고 일하는 임원에게 시간은 금보다 소중하다. 그런 임원의 하루라는 긴 시간을 빼앗아 현업에서 분리시키고 면접장에 가둬놓는 일은 임원에게 언제나 달갑지 않은 일이다. 그냥 면접만 보라고 해도 이런 상황인데, 게다가 이미 봤던 사람을 또 보라니. 임원은 싸우자는 소리로 들을 것이다.


이 지원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임원은 썩 그 지원자의 면접을 다시 보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설득하기 위해 담당자는 예전에 받았던 메일을 출력해 임원에게 제출했으며, 인성적인 측면에서 기존 직원들과 조화로운 분위기를 만들 가능성이 높음을 들어 기회를 한 번 더 줄 것을 요청했다. 임원은 결국 그 지원자의 면접을 들어갔고, 그 지원자는 합격했다.


이런 메일을 쓴다고 해도 당신에게 반드시 좋은 기회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경우 아무런 답장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장을 쓸 것을 권한다. 이는 업무관계에 있어서 상대를 대하는 "태도"를 익히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좋은 일이 일어나기 위해 뿌려지는 거름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채용담당자가 알려주는 취업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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