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엄마가 기분 좋으면 그게 태교라는 아내
“요즘 사람들이 태교 어떻게 하냐고 엄청 물어봐요. 그게 왜 그렇게 궁금한 걸까?”
별거 없는데. 태교가 뭐 별건가? 엄마가 기분 좋으면 그게 태교지. 아내가 말한다.
태교 어떻게 해요?
임신 15주 차에 접어들었다. 임신을 확인했던 6주 차 이후로 벌써 두 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아내의 배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더 현실감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흔히 생각하는 임산부의 부른 배가 되려면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우리의 느낌과는 다르게 회사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이제 모두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회의실이나 복도, 음식점이나 휴게실에서 마주치는 동료들은 익숙하게 아이에 대해 묻는다. 아이 건강하게 잘 크고 있나요? 입덧이 심하시지는 않나요? 하고.
이런 상황은 아내도 크게 다르지 않은 눈치였다. 다만 조금 차이가 있다면, 묻는 질문의 종류가 조금 다르다는 것. 내게는 보통 아내와 아이의 건강에 대해 묻지만, 아내에게는 꽤 많은 사람들이 태교에 대해 묻는다고 한다.
“은근히 임신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아내가 말했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오래 만난 남자 친구가 있는 직장 동료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많이 물어본다고. 어떻게 해서 아이를 가질 결심을 했는지, 아이 성별은 어땠으면 좋겠는지, 임신 준비는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태교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래서 뭐라고 대답해줬어요?”
내가 물었다. 아내는 생글생글 웃으며 이렇게 답한다.
“카리나와 차은우로 한다고 했어요.”
그렇지. 맞다. 아내는 카리나와 차은우로 태교를 하고 있다.
카리나와 차은우로 태교를 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무슨 말인지 이해해요?”
나의 질문에 아내는 어깨를 으쓱하며 웃어 보인다. 아마 특이하다고 생각하겠죠. 아내가 말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태교라는 게 뭐 대단할 필요 없다고. 뱃속에 있는 아이는 엄마가 느끼는걸 그대로 느낀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기분 좋은 상태로 있으면 그게 최고의 태교이지 않을까?”
“그렇지. 틀린 말은 아니지.”
내가 답한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져 이렇게 되묻는다.
“그런데, 왜 하필 카리나와 차은우예요?”
아내가 말한다.
“예쁘잖아요. 둘 다.”
예쁜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우리 꼬물이도 그렇게 예쁘게 태어나라고. 그래서 열심히 보는 거예요.
얼빡 샷을 보며 까딱이는 아내의 두 다리가 흥겹다.
잘 준비를 마친 아내는 어김없이 침대에 누워 두 다리를 까딱이며 유튜브를 본다. 얼빡 샷이라고 하던가? 핸드폰 화면 가득 카리나가 웃으면 아내가 따라 웃는다. 함께 소파에 누워 차은우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면, 아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방방 뛰며 활짝 웃는다.
궁금해진다. 카리나가 웃을 때, 차은우가 댕댕미를 풍기며 귀엽게 연기를 할 때, 아내가 웃는 그런 표정으로 아이도 따라 웃고 있을까? 태아는 아직 자아도 없고 자기 주도적인 감정도 없어 엄마의 감정을 그대로 느낀다던데. 그럼 아내가 저렇게 까르르 웃을 때 아이도 그만큼 행복감에 젖을까?
많이 웃게 해 줘야겠다.
그리고 생각한다. 많이 웃게 해 줘야겠다고. 많이 웃고, 많이 즐겁게 해 줘야겠다고. 그게 차은우든 카리나든, 그냥 그렇게 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그걸 즐기게 해 줘야겠다고. 그러니, 오늘 저녁에는 같이 에스파 퍼포먼스 클립을 대형 올레드 화면으로 틀어줘야겠다고.
절대, 카리나가 예뻐서가 아니라.
내가 그걸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