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웃기는 녀자였는데..

by 김양미

나에겐 남을 웃기는 재주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가끔 만나는 동네 언니들은
내가 술자리에 빠지면 재미없다고 했다.

한번은.

초등학교 교사인 동네언니가 밥을 하다가 부엌칼을 떨어트려 새끼발가락이 골절됐는데 술자리에서 내가 <새끼 발가락과 성생활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해주자 너무 웃다가 늑골까지 나갈뻔 했다며 울다웃던 언니가 생각난다.

대학 다닐 때.

도서관 앞에서 만난 한 남자에게.
토끼가 약국에 가서 당근을 찾다가 총맞을 뻔 했던 이야기를 앞니까지 꺼내물며 실감나게 해주었더니
태어나 이렇게 재밌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며 땅을 치고 웃었다. 그 사람이 지금 내 남편이다.

초.중.고 때도.

친구들이 그랬다. 넌 왠만해선 질리지 않는다고.
고2때 담임선생님은 나보고. 넌 공부를 참 잘 하게 생겼는데(실망스럽게) 웃기는 것만 잘하는구나.
대학은 남 웃겨서 들어가는 데가 아냠마. 라고 했다.

그랬던 내가.
단순했던 내가.
웃겼던 내가.
요즘은 그게 잘 안 된다.
사람에 대한 고마운 감정보다
실망과 서운함이 먼저 앞선다.

나도 이제 약발이 다됐나보다.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이 있고 그걸 살려 박나래 같은 인생을 살았어야 했는데!!...이젠 글렀다.

미국에 살고있는 친구가 얼마전에 문자를 보냈다.

넌 참 특별했다고. (웃겼단 얘기겠지)

근데 친구야.
이젠 망했어.
갈수록 사람 웃기는 게 힘들어.
갈수록 사는 게 지치고 힘들다.
.
.
그래도 친구의 응원처럼.
다시 한번 힘을 내봐야겠지..
모두 화이팅 하시고.
아무쪼록 주말 자알 보내세요 으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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