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
Ep 18. 수 술
2022년 10월 21일. 수술 당일
드디어 D-day.
간호간병통합병동에 홀로 입원 중인 남편은
혼자 아산병원 투어를 다닐 만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위와 췌장 사이의 원인미상의 7cm가량의 종양‘
과연 너의 정체는 무엇일까.
수술 전 남편과 마지막 통화를 하며, 오늘의 바쁜 일상에 대해 공유한다.
오늘은 아이들 어린이집에서 아나바다 행사가 있는 날이다.
“나 엄청 바빠~. 행사 지원도 해야 하고, 애들 노는 것도 봐줘야 해.
수술 끝나고 괜찮으면 바로 전화해~“
보호자가 없는 상태에서 홀로 들어가는 수술방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애써 아무렇지 않게 평소처럼 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발신번호 02- 3010-xxxx
오후 2:01 “ㅇㅇㅇ님 수술실에 입실하셨습니다.”
보호자가 없는 만큼 실시간의 상황을 문자로 다 알려주는
친절하고 좋은 세상이다.
Ep 19. 아나바다 행사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아나바다.
남편이 수술방에 들어가 있는 그 시간
우리 아이들은 어린이집 행사에 열렬하게 최선을 다해 놀고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염소’ 이야기 속의 늑대처럼
아빠 뱃속에도 돌이 있어서 의사 선생님께 간 날이라고 알려주었다.
아빠 몸속의 돌을 빼는 동안,
우리 딸들은 바이킹도 타고, 원하는 장난감도 사고, 맛있는 뻥튀기도 먹고 참 바빴다.
토끼 같은 두 딸들과 함께 하던 시간 중
눈은 아이들을 보고 있지만
마음은 핸드폰에만 가 있던 그때,
서울에서 문자가 왔다.
발신번호 02-3010-xxxx
오후 4:17 “ㅇㅇㅇ님 수술 종료되어 회복실에 계시며 1~2시간 후 병실로 이동 예정입니다.”
음..? 수술이 벌써 끝났다고?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Ep 20. 천국과 지옥
좋은 예감이었다.
최악의 상황에 췌장을 절제하기로 했던 수술이 2시간 만에 마무리되었다는 건
췌장을 건들지 않았을 거란 확신을 주었고,
아주 간단하고 평이한 수술이었음을 알려주는 소식이었다.
선생님, 하느님, 부처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신나게 노는 아이들이 눈앞에 있었기에
문자를 덮어두고 남은 시간은 아이들 행사에 집중했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언제쯤 병원에서 연락이 올까.. 기다리며 아이들 저녁을 준비하던 중
전화벨소리가 울린다.
“02-3010-xxxx"
"여보세요 “
“네 ㅇㅇㅇ님 보호자 되시죠, 여기 아산병원 간담췌외과 병동 간호사입니다.
ㅇㅇㅇ님 종양은 위가 원발 부위로 확인되어 간단하게 위만 쐐기 절제술로 약간 절제하셨습니다.
조직검사 후 종양이 양성인지, 악성인지 알 수 있고
퇴원은 경과에 따라 빠르면 3일 뒤 하실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위만 쐐기 절제술로 절제하였단다.
췌장이 아니라니,
제발 췌장만은 아니길 바랐던 그 시간들의 무게가 한 번에 느껴져 수화기 앞에서 서럽게도 흐느껴 울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췌장에 처음 종양이 발견되어 두려움에 떨었던 그 모든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이제는 그토록 무서웠던 췌장암의 두려움에서 일단 한 발 물러날 수 있는 것이다.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한참을 소리 내어 울고 있으니 큰 딸이 내게 와서 묻는다.
“엄마, 슬퍼요?”
“아니, 엄마 너무 기뻐서 우는 거야. 이제 울지 않을게. 걱정해 줘서 고마워 서윤아”
32개월 아이에게 기쁨의 눈물을 알려주고서야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저녁 준비를 하러 부엌으로 향했다.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데 큰 딸이 또 묻는다.
“엄마, 이제는 슬프지 않아요?”
“응~ 엄마 이제 하나도 안 슬퍼.”
밥을 다 먹고 설거지를 하던 중 무슨 기운이었을까.
갑자기 등골이 서늘한 기운이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
저 멀리 누워있는 큰 딸 서윤이가 움직이지 않는다.
“서윤아~ 서윤아. 서윤아~ 서윤아 엄마 봐 봐~“
심상치 않은 그 직감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건지, 당장 고무장갑을 벗어둔 채 아이에게 달려갔다.
“서윤아!!!! 서윤아 왜 이래!!! 정신 차려, 서윤아!!!!!!”
“아윤아 식탁에 엄마 핸드폰, 엄마 핸드폰 좀 가져다줘!!!! “
품에 안은 32개월 큰 딸아이는 눈알이 돌아가고 혀가 말리고,
20개월 둘째 딸은 높은 식탁에 손이 닿지 않아 엉엉 울고,
그렇게 아이를 품에 안고 겨우 핸드폰을 찾아 119를 눌러냈다.
“도와주세요!!!!!! 아이가 의식이 없어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