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욱애비 Nov 03.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2, 원장 김은경         

      


뇌 병변 장애아이 은혜        

   

김은경은 뇌 병변 장애아가 있는 싱글 맘이었다. 아이는 지금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Y 여대 초등교육과를 졸업하고 교사 임용을 기다리던 중 임신하게 되었다. 아이 아빠는 그녀와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었다. 독립심이 강해서 부모의 도움을 거절하고 유치원 알바와 편의점 알바 등을 하며 생활비를 벌어가며 공부하던 그녀는 무리한 탓인지 날짜를 채우지 못하고 미숙아를 낳게 되었다.  

  

       

임용과 아이를 기다리며 꿈도 설렘도 많았던 임신기간 동안 엄마는 별 같은 아기를 꿈꿨다. 아이와 함께 별이 반짝이는 세상을 보고 싶었지만, 현실은 엄마의 작은 소원을 외면했다. 숨은 간신히 붙어 있었지만, 아이의 뇌는 거의 죽어있다고 했다. 이제 세상은 달라져 버렸다.    


  

주변의 모두가 그녀에게 포기를 설득했다.  

    

“아기를 포기하자, 뇌세포가 벌써 많이 죽었단다.”     

 

그들은 이 말을 해야 하는 자신이 너무 힘들다면서 그녀에게는 아이의 포기를 강요한다.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무슨 소리야? 숨을 쉬고 있는데. 포기라니. 절대 안 돼! 어떻게 나한테 그런 이야기를…. 애 엄마한테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할 수가 있어?!!!”      


그녀는 거칠게 소리를 질렀다. 엄마로서의 미안함, 죄책감…. 이런 마음이 본능적으로 표출되었다. 그녀는 며칠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아이는 기적같이 숨을 유지하고 있었다.   



             

“장애면 생명의 가치가 없는 겁니까? 내 아이의 장애가 심하다고 내 아이를 포기하라는 겁니다. 저의 엄마 아빠, 남편 아니 아이 아버지라는 가장 가깝다는 사람들이요. 분명 살아 숨 쉬고 있는데 죽이라는 겁니다.”  

   

서유재를 쳐다보는 그녀의 눈에 물기가 보인다. 서유재는 미안했다. 괜히 과거를 소환했구나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다.  

        

“‘아이의 기도에 관이 삽입돼 있어. 몸에 연결된 줄만 10개가 넘어. 뇌에 산소공급이 되지 않아 뇌세포가 많이 죽은 것 같대.’ 종합병원으로 이송된 뒤에도 아이 아빠는 계속 전화를 걸어왔어요. 희망 따위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지만 저는 버텼죠. 그냥 본능이었어요. 아이를 보내기 싫은……."   

           

그녀가 아이를 볼 수 있었던 건 그로부터 며칠이 흐른 후였다. 몸도, 마음도 성치 않았고 무엇보다 두려웠지만, 더 미룰 순 없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중환자실에 들어갔어요. 그들에겐 죽어가는 아이였지만 나에겐 사랑스러운 아이가 한눈에 들어왔어요. 별빛을 눈에 품은 딸아이였어요. 아이를 보는데 아이가 웃는 거 같았어요. 그래서 아이의 가슴에 가만히 귀를 대 봤죠. 툭 툭 심장 뛰는 소리가 자그마하게 들리는 거예요. 아이의 뇌는 죽었다지만 작은 심장은 뛰고 있었어요. 이게 나에게 희망이었고 기적이었어요.   

       

며칠 뒤 의사와 상담하는데 의사가 그러는 거예요. 뇌는 아직 인간이 감히 알 수 없는 기적의 세계라고. 보통 사람 뇌의 10%만 가지고도 정상적인 직장을 가지고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요. 비록 뇌성마비가 완치되는 질환은 아닐지라도 많은 수의 어린이들은 성장하면서 적절한 재활 치료를 통해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스스로 보행이 가능하며,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직업을 갖고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독립적인 삶을 유지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 아이도 지금은 뇌세포가 많이 다쳐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뇌세포가 성장하기도 역할이 재구성되기도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뇌의 세계는 기적이고 현재 과학으로는 알 수 있는 부분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거예요.

           

이 말이 주는 막연한 희망이 또 기적이었어요. 정말 앞이 깜깜했거든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그 말을 듣고 용기가 나는 거예요. 길이 보이는 거 같고요. 그 길을 따라 지금 여기까지 온 거예요. 그때 이름도 지어줬어요. 은혜라고, 모든 게 은혜 같았거든요. 오래 살라고 지어줬던 태명을 그때야 벗어난 거죠."               

그녀는 그녀만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표정에서 밝음이 품어져 나왔다. 진흙에서 연꽃이 피듯 그녀의 희망은 아름다웠다.   

        

인생은 해석이고 행복은 선택이듯이 그녀는 희망을 선택하고 해석했다.    


       

그래 희망이 있었지. 인간에게 마지막 힘인 희망은 어떤 상황에도 존재하는 거였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것이 희망이고, 사랑 이래잖아. 선우 맘의 마음에도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바보야 인생은 해석이고 행복은 선택이야.

작가의 이전글 소설 캠프아라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