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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Dec 23.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별이 빛나는 밤            

      

       

공동체의 모델들   

  

“스페인의 마리날레다라는 자치 마을 공동체를 다룬 '우리는 이상한 마을에 산다'라는 책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책에 의하면 인구 2,700명의 이 마을은 주민 모두가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업에 차등을 두지 않고 모두가 하루 6시간 반을 일하면 약 7만 원의 일당을 받습니다. 그 마을에서는 월 2만 원 정도를 내면 팔 수는 없지만, 상속이 가능한 자신의 집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월 2만 원 정도면 아동 보육 시설, 수영장, 스포츠센터, 문화센터 등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루만 일하면 한 달 동안 거주할 집과 누릴 수 있는 문화시설을 확보하고도 돈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마을들의 장점을 잘 벤치마킹(Benchmarking)을 하면 괜찮은 공동체의 모양을 만들 수 있을 거 같았어요. 이제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다름을 배타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또 ‘뭔가 부족한 아이들을 보호하면서 사는 공동체'가 아니라, ‘서로 아무리 다르다 하더라도, 존중하며 함께 사는 공동체’로 방향이 선 겁니다.    


  

방향을 세우고 나서 이제는 현존하는 작은 공동체들의 설립 이유와 배경 각 공동체의 시스템과 문화, 운영 방법 등을 공부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공동체들의 장점과 부족한 점을 보충해 우리만의 공동체 형식을 만들어 ‘캠프아라리’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는 왜?라는 말을 계속해서 썼다. 가끔 서유재도 왜 그럴까? 하다가도 그냥 포기해 버린 질문들의 해답을 끈질기게 추적하고 답을 찾으려 하는 열정이 느껴진다. 잠시 생각하는 듯 숨을 고르고 막걸릿잔을 잡는다. 최연수가 재빨리 잔을 채운다.   


             

"여러분은 여기 왜 왔습니까? 뭔가 원하고 갈망하는 게 있어서 온 걸 겁니다. 그건 나 자신보다 사랑하는 자식들의 문제일 겁니다. 그 문제는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없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압니까? 그건 문제를 보는 시점이 틀렸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장애 때문이 아니라 장애라는 조건을 이 사회가 만들어버린 겁니다. 이 사회의 구동 시스템에 이 아이들은 배제되어있는 겁니다."  

   

술을 몇 잔 마신 뒤 강기성은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현대는 집단교육 시댑니다. 집단교육이란 교육의 중심이 사람이 아니라 교육시스템이라는 이야깁니다. 즉 가내 수공업식 교육이 아니라 공장식 교육인 겁니다. 이 차이는 아주 큽니다. 예전에는 스승이었고 이젠 선생입니다. 이 말은 스승은 인성과 기능 둘 다 가르치고 배울 게 있지만, 선생은 기능을 주로 가르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 겁니다.   

        

기능을 가르치는 공장에서 물건을 선별하듯이 교육시스템에 맞지 않는 사람을 골라내서 ‘발달장애’라고 구분해 버린 겁니다. 사람에 표준이 어디 있고, 기준이 어디 있습니까? 산업화 시대가 되고 사회 지도자가 자본가 위주로 재편되면서 사람도 소모성 도구로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구분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게 우생학을 필두로 유전학 등 여러 학문으로 포장돼서 사회 전반적인 문화로 자리를 잡아 버린 것입니다. 이대로 가면 아마 미래 시대는 더 할 것입니다. 진짜 기계로 찍어낸 로봇이 우리를 대신할 것이고 우리는 지금의 발달장애인처럼 사회의 발전에 관한 일에서 제외되어 버릴 것입니다. 이제 인간 대부분은 자신의 선택으로 놀고먹는 게 아니라 법적 제도적 시스템에 의해 강제적으로 놀고먹게 될 것입니다. 인간의 교육은 다시 바뀌어 시키는 대로 순종하는 교육이 될 겁니다. 우리가 영화에서 보듯 기계와 싸우게 될 것이고 그 결과는 불행할 것입니다."  


   

"아까 농원 견학할 때 현봉씨 아버님이 잠깐 이야기하셨어요. 우리는 그렇게 깊이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지금 의료계는 기계에 의존을 많이 하긴 해요. 요즘은 수술도 기계에 의해하는 게 더 완벽하다고 하는 논문도 나오고 있고요."


     

"네 인간은 발전이라고 하지만 인간과 지구는 다양성이 붕괴하여 죽어가고 있지요. 모든 상호관계와 질서가 깨어지고 그 여파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구가 바뀌고 기후변화와 새로운 질병 등이 출몰하면서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서늘한 밤공기 탓인지 다들 목덜미가 오싹하면서 소름이 돋는다. 

 

    

"발달장애의 편견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다가 인류의 멸망에 관한 이야기로 너무 비약되었네요. 하하. 우리가 인간인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불의에 대해서 분노할 줄 알고 저항합니다. 문제가 뭔지를 알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도를 찾고 뜻을 세웁니다. 그리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행동합니다. 여기 모인 우리는 그런 사람인 거죠. 어떤 계기 즉 아이로 인해 이 세상이 모순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고 그걸 좋게 되돌리기 위해 해법을 찾는 거죠. 문제를 찾으면서 이제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겁니다. 모여서 여러 시각에서 문제를 분석하고 방법을 제시하고 시도해 보는 겁니다. 저는 그 방법으로 공동체의 모델을 제안하는 거죠. 온 동네가 가족인 마을, 모두가 아이를 함께 키우고 가르치고 놀아주는 마을, 모두가 우리 아이들의 자리를 만들어 주고 기다려주고 함께 하는 마을, 그런 마을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모두 꿈같은 마을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래도 내가 한번 시도해 보는 거야 뭐 어때요? 그건 내 맘이잖아. 하하"


     

그의 호기로운 말투와 웃음소리에 외로움이 묻어있다. 무심코 돌린 시선에 화려했던 반딧불이도 사라져 버렸다.    


       

"참 아까 잠깐 들었는데 공동육아를 하신다고?”     



“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지금 준비 중입니다. 먼저 우리가 한번 해 봤고요, 어린이집 부모회에서 저 언니가 제안해서 지금 어린이집 전체로 진행해 볼 생각입니다.”   


  

김지우의 말에 강기성이 감탄을 한다.  


    

“정말 훌륭합니다. 벌써 문제의 핵심을 찾았네요. 그렇게 시작하면 정말 좋을 거 같네요. 우리 상욱이나 현봉이도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공동육아 그리고 관계에 대한 교육, 주변의 관계망을 만들면 굳이 귀농할 이유도 없죠. 사시는 데가 바로 공동체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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