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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Mar 25. 2022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별이 빛나는 밤           

      

    

10 그가 꿈꾸는 세상    

 

갑자기 별 하나가 타오르듯 반짝거리다가 흰 꼬리를 그으며 떨어진다. 서유재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짓는다. 또 별 하나가 머리 위에서 길게 꼬리를 남기며 떨어진다. 잠깐 사이로 그렇게 몇 번이 반복되었다.  

   

“어머, 별똥별들이야. 소원을 빌어야 했는데.”    

 

김지우의 소리에 모두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본다. 깊은 하늘이 끝없이 높아 보였다. 아까보다 더 반짝이는 별들이 곧 떨어질 것처럼 빛난다. 모두 소원을 준비하는 듯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깨고 말을 한 것도 김지우였다.   

   

“아 오늘은 어째 시간이 아깝다. 잠은 오는데 자기가 싫어. 별도 너무 예쁘고 너무 편한 거 같아. 안 그래 언니?”     


“그래 나도 오늘은 뭔가 마음이 꽉 찬 거 같아서 좋아. 행복해” 

         

강기성이 모두 편하고 행복한 밤 보내라며 들어갔다. 그와의 대화는 두 가족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강기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서유재는 막연했던 불행의 이유에 대해 조금 알게 된 느낌이었다.    

  

“사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또 누구나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지. 그걸 생각하는 순간 너무 힘들어 버리니까. 잘못된 걸 알면서 고치지 않아도 그렇고 고쳐보자니 넘사벽이고.”    

 

최연수의 넋두리가 모두의 가슴을 파고든다. 그때 국영이 막걸리를 한잔 쭉 마시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세상은 변하지 않잖아. 영국의 한 시민운동가가 그랬어. 소수의 악인보다도 다수의 방관자 때문에 세상은 나빠지는 거라고. 우리도 뭔가를 하긴 해야 할 거 같아. 그런 방관자적 입장을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표현으로 말했지.”     


“그래, 행복은 삶의 과정에 존재하는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그랬어. 그 행복은 물질의 크기와는 상관이 없고, 또 결과와도 상관이 없어. 이 세상이 존재하는 한, 끝은 없기 때문이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세상만 비판하고 불행하며 사는 것보다, 변화를 추구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진짜 사는 게 아닐까? 우리 아이들이 커다란 선물인 이유야.”    

 

서유재가 국영의 손을 꼭 잡으며 말한다. 국영의 눈에서도 별이 반짝인다. 국영은 서유재의 눈을 마주 보며 결론을 내리듯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도 이제 뭔가를 해야 할 거 같아. 작은 거라도. 마치 정부의 시책이나 사회의 불합리한 문제를 비판하는 것으로 내가 뭔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내 힘이 적다고 내가 해 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문제였던 거 같아. 이제 내 생각의 편견부터 고쳐나갈 거야.”   

  

서유재는     


“그래 내가 생각해도 모순이 있어. 우리가 뇌의 무한한 가능성에 관해 연구를 많이 하거든, 그러면서 정말 놀라운 거야. 뇌는 스스로 필요에 따라 발전하고 퇴행시키고 막 해. 그 정도가 상상도 못 할 만큼 대단해. 마치 파도 파도 끝이 없는 우주 같아. 그런데 그 뇌의 주인이 사람이잖아. 우리 아이들도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스스로 엄청나게 성장할 수가 있는 거야. 우리가 그 옛날 고리짝 시절의 학문에 스스로 갇혀 우리 아이들의 한계를 미리 정해버리는 우를 범한 거 같네. 나부터 생각을 정리 좀 해야겠다.”     


최연수는 남은 막걸리를 벌컥벌컥 마신다.    

 

“나는 촌장님이 쓴 ‘또 다른 세상’을 꼭 한번 볼 거야. 재밌을 거 같아. 재미도 재미지만 궁금하기도 해.”  

   

“정말 통쾌할 것 같아. 촌장님 스타일의 글이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ㅎㅎ”    

 

김지우가 최연수의 팔에 매달리며 재촉하듯 말한다.  


        

깊은 밤, 하늘을 수놓은 별들, 바람이 나뭇잎을 스쳐 가는 소리와 벌레들의 합창에 묘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거대한 편견의 태양에 부딪혀 싸우는 반딧불이가 되어보자는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반딧불이의 빛처럼 작은 희망의 불빛을 피워보는 것도 의미 있는 삶이 될 것 같았다. 언젠가는 반딧불이가 많아지면 세상을 밝힐 수도 있지 않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모두의 표정이 밝다. 공기가 맑은 탓인지 모두 잠을 잘 잤다고 한다. 아니다. 공기가 맑은 것보다, 마음의 안개가 조금 걷힌 것이다.     

      

서유재는 상욱애비가 꿈꾸는 세상이 또 궁금해진다. 그가 꿈꾸는 세상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일까?  





                                                

소설 캠프아라리 1부 들풀 어린이집      

끝 



              

다음 2부에서는 소설 속의 소설, 꿈의 공동체 ‘캠프아라리’가 활성화된 세상 이야기인 ‘또 다른 세상’을 올려 보고자 합니다.      



그동안 관심을 보여 주셨던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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