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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Apr 16. 2023

슬기로운 도전일지 - 2

4월 4일(화) - 텃밭

        

오늘도 똑같이 5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5월까지는 거의 같은 일정이 계속된다. 어제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일어나는 것부터 홈트까지 순조로웠다. 작년보다 참을성이 더 좋아진 것 같다.     

낮에 누나와 랩 연습하는 시간에 텃밭에 씨앗을 뿌렸다. 이제 한 20일 후쯤이면 상욱이의 식탁에 자리할 상추들이다. 체지방을 줄여 숨어 있던 근육을 드러내려면 당연히 kcal를 줄이고, 양도 줄여야 한다. 배고픈 것을 줄이려면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 그때 한몫을 할 채소들이다.     


나무로 제작한 텃밭용 대형화분에 먼저 흙을 넣고 잘게 부순다. 그냥 사서 써도 되지만, 나는 그래도 명색이 10여 년 유기 농사를 한 정선의 농부였다. 정선에서 직접 퍼 가져온 부엽토(정선의 우리 집 옆의 낙엽이 썩은 흙과 묵혀놓은 한약재 찌꺼기를 섞은 흙)를 반 정도 넣고 사 온 상토를 잘 섞었다. 그리고 먼저 물을 뿌려 흙을 촉촉하게 한다. 그리고 흙을 손으로 눌러본다. 너무 부드러우면 싹들이 웃자라 적당히 눌러준다. 그리고 얕게 골을 타고 씨앗을 뿌려준다. 작은 씨앗은 뭉텅이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최대한 간격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리고 흙을 덮어준다. 

    

며칠 있으면 싹이 나면서 내가 얼마나 허투루 했는지 알게 되겠지만 지금은 그냥 만족한다.     


잠시 쉬는 시간에 페북을 본다. 장애의 다양성에 관해 누군가 장문으로 글을 써 놨다. 자폐도 다운증후군도 다양한 병증을 나타낸다는 요지다. 간단히 말하면 같은 발달장애라도 병증이 더 심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당연히 모든 생명의 삶은 타고난 조건과 환경(후천적 조건)으로 결정된다. 둘 중 후천적 조건인 환경은 의지로 만들 수 있다. 성장 과정에서 다른 환경의 결과를 선천적 조건의 다양성으로 확대해석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상추만 해도 흙의 환경과 온도 습도에 따라 웃자라기도 싹이 발아를 못 하기도 한다. 한해살이 상추도 이런데 하물며 100년을 사는 인간은 말해 무엇하랴? 싶다.     


그냥 흙을 보며 아이에게 미안해한다.   


  

점심은 닭가슴살 김밥으로 했다.

전날 김밥이 먹고 싶다는 상욱이의 말에 아이 엄마가 김밥을 만들어 주었다.

김밥 안에는 닭가슴살과 파프리카 양배추 등이 들어갔다. 정신적인 만족을 위해 김밥 형식의 다이어트 식단이다.     


김밥을 먹던 상욱이 흐뭇한 표정으로    

 

“김밥, 이거 나쁘지 않아” 한다.        

  


밤에 벚꽃축제에 갔다 왔다. 

올해는 벚꽃이 일찍 펴서 벚꽃 끝물에 축제가 시작되어 볼품은 없었지만 그래도 꽃을 보니 좋았다.        


  

오전

5시 기상 아침 유산소 운동(6.21km/01 : 18 : 07) 

7시 ~8시 홈트

샤워 후 아침 식사 휴식(낮잠)

11시 누나와 랩 연습     

오후

5시 홈트

7시 (저녁 식사 후) 스스로 랩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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