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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Dec 09. 2020

2018, 06, 09 사전투표

 


6.13 지방선거의 투표 당일 일이 있을 것 같아 사전투표를 하기로 했다. 이번 투표는 지난번 대선과 비교하면 조금 복잡해서 상욱이에게 미리 투표에 대해 교육을 했다. 교육감,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지역구 광역의원, 비례대표 광역의원, 지역구 기초의원, 비례대표 기초위원 등을 뽑는다고 단체장과 의원들의 기표 차이에 대해 몇 번을 반복해서 설명했고 상욱이는 특유의 자신에 찬 표정으로 알았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투표장 입구에서 ‘근데 아버지 누구를 찍어야 하죠?’ 한다. 뜨끔했다. 사실 나도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동안 제법 열심히 공약을 들어보고 홍보물을 들여다보았어도 그 후보들을 검정할 방법이 없다. 게다가 군의원이나 도의원일 경우 이름을 처음 들어본 사람도 많다. 검증된 도지사나 군수 외에는 정말 누구를 찍어야 할지 난감하다.


국민의 의무고 권리인 투표, 이 투표권을 활용해 선택을 잘해야 잘 살 수 있다고 모두 투표장에 나와 투표를 하라고 한다. 우리의 선택권을 포기하지 말라고 한다. 참 답답하다. 우리 보고 칼을 주고 휘두르라는데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가 없다. 그냥 눈감고 마구 휘두르란다. 이게 무슨 참정권이고 민주주의냐 싶다. 국가에서 후보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정보를 국민에게 주지 시키고 또 그 정보에 대해 국민의 접근이 쉽게 각 마을 단위로 설명회를 하게 한다든지 하는 노력이 공정하고 정확하게 구체적으로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건 생략하고 거짓인지도 모를 후보자들의 홍보지와 공약만 벽보로 부쳐놓고 선택을 하라고 한다. 결국, 아무나 마음에 드는 사람을 복불복으로 선택하라는 것이다. 국민의 참정권을 제대로 쓰게 하려면 최소한 선거만큼은 국가가 책임지고 후보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거 아닐까? 싶다. 


“야, 상욱아 아빠도 잘 모르겠어. 그리고 투표는 자기의 선택권이야. 아빠가 찍는 사람과 네가 선택하는 사람이 같을 필요가 없어. 그냥 네 마음대로 찍고 아빠가 물어도 가르쳐주지 마. 알았지!” 했다. 아이는 당당하게      

“네, 알겠습니다. 내가 알아서 할게요.”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 대위처럼 차렷 자세로 대답한다. 그렇게 투표를 시켜놓고 가슴이 답답했다. 과연 이 참정이 의미가 있는 참정인가? 몇 년 전 장애인의 선택권에 대해 몇몇 전문가들과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장애인들도 선택의 권리가 있고 그들의 선택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물론 나도 절대 동의한다. 그런데 그전에 그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교육이 우선 되어야 선택의 의미도 효과도 있는 게 아닐까? 선택의 결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체 복불복으로 주장을 한다고 그들의 인권이 존중되는 것일까? 


     

투표하고 나온 상욱이는 

“아빠 내 친구 이름도 있어.” 한다. 

“그래? 그래서 걔 찍었구나?” 하니 

“아니 안 찍었어. 투표는 공정하게 해야지 아는 사람이라고 찍어주면 안 된다고 했잖아.”한다.      

이거 웃어야 할지? 참.      

누군지 그 후보 상욱이 친구와 이름이 같아서 한 표 놓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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