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1년을 걸고 추천해드립니다.
연말에는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든다. 동고동락해온 2019년을 그냥 보내기는 아쉬워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올해가 하루 남은 지금, 한 해를 되돌아볼 때 나의 2019년에서 M씽크의 존재감은 꽤 크다. 그래서인지 이 9개월간의 활동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쉽게 갈피를 못 잡겠다. 기왕 모르겠는 거, 그냥 개인적이고 솔직한 후기를 남겨 보고자 한다.
나는 사범대 학생이고, 대외활동 경력도 거의 없는 수준이다. 나에게 방송국은 닿을 수 없는 머나먼 이상향처럼 느껴졌다. 꿈꾸는 곳이지만 안에 들어가 볼 일도, 그 안에서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도 없었다. M씽크에 지원하던 당시엔 MBC와 이렇게 친밀감을 쌓을지 몰랐다. 머나먼 TV 속 세상으로 남을 것만 같던 MBC에 'M씽크 청년시청자위원'이라는 이름으로 들락날락거리게 됐다.
당연히 그저 들락날락거리기만 한 건 아니다. 달마다 테마활동을 하며 MBC를 움직이고 있는 부서들을 속속들이 만나고 왔다. 4월엔 시사교양, 6월에는 라디오, 7월엔 예능(CG), 9월엔 드라마, 10월은 보도, 11월에는 편성까지. 정말 MBC의 핵심 부서들은 다 만나보고 가는 것 같다. 테마활동을 하며 MBC가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어나가는지 보고 듣고 배우는 즐거움도 상당했으나, 사실 뭔가 더 설레는 건 일상적인 부분에 MBC가 들어왔을 때다. MBC 구내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워크숍 때 서프라이즈 세트장에서 하룻밤 자며 미지의 공간이었던 MBC에 정이 들어 버렸다.
채널을 넘기다가도 MBC에서는 뭐 하나 쳐다보게 되고, 생활하다 MBC를 마주치게 되면 친한 사람을 우연히 마주친 듯 '어! MBC다!'하고 반응하게 된다. 2기 모집 당시, MBC가 M씽크를 통해 얻길 바라는 건 '친구'라고 했다. 그동안 내적 친밀감을 쌓아온 나의 모습을 돌이켜 보면, 마주치면 반가워할 시청자 친구를 만드는 데 성공하셨다!
내가 MBC와 내적 친밀감을 높이도 쌓게 된 건, 테마활동을 통해 MBC에 방문해 온 경험뿐 아니라 MBC의 여러 콘텐츠들을 정말 구석구석 씹고 뜯고 맛보며 약 2주마다 글을 써내야 했던 것 덕분이다. M씽크 활동 전, 각 잡고 하나의 프로그램을 쭈욱 볼 일은 거의 없었다. 클립으로만 짧고 간편하게 MBC 콘텐츠들을 만나왔다. 하지만 1달에 2번 글을 써야 했으니, 프로그램을 열심히 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방송 안에 숨겨져 있는 글감을 뽑아내려 한 회차를 재탕, 삼탕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은 관심 갖지 않았던 프로그램들을 찾아내고, 못 느꼈던 매력들을 하나하나 발견하게 됐다. 마감은 정말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익숙해지지 않는, 언제나 힘든 순간이지만 한 달에 두 번의 마감이 없었더라면 방송에 대해 이렇게 깊게 고민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이젠 마감이 없으면 허전할 것만 같다...)
내가 브런치 작가라는 게 어색했던 4월이 있었는데, 어느새 '내 브런치'에는 글 13개가 쌓여 있다. M씽크를 하며 얻는 게 정말 많았다. 방송에 대한 실무 지식부터, 비슷한 진로와 취향을 가지고 있는 정말 정말 좋은 사람들까지. 정말 MBC 그리고 M씽크는 '만나면 좋은 친구'였다. 혹여나, M씽크 3기 지원을 고민하며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여러분도 한 번 MBC와 진하게 만나보시길 진심으로 추천해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