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만난 <집에 대한 이야기>
집을 보러 다닐 때 이전 집보다는 수압도 온수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이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나름 물 부분을 꼼꼼히 확인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새로 이사 온 집은 그래도 이 전 집보다 수압도 좋고 뜨거운 물도 콸콸 잘 나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없는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냄새인가? 싶었다. 이 냄새는 난생처음 맡아보는 냄새였는데 쇠 비린내? 피 비린내? 같은 비릿한 냄새였다. 어느 날은 괜찮은 것 같다가도 또 어느 날이 되면 이 비린내가 점점 진하게 느껴졌다. 킁킁거리며 냄새의 출처를 찾기 시작했는데 범인은 바로 ‘물’이었다.
특히 온수를 사용하면 수증기 때문인지 코를 찌르는 비린내가 온 공간을 뒤덮었다. 샤워를 하고 나오면 내 온몸에 오물을 뒤집어쓴 것 마냥 쿰쿰하고 역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애당초 집을 확인할 때 수압과 온수가 나오는지 꼼꼼히 확인했는데 물 냄새를 맡아볼 생각은 전혀 해 보지 못했다. 역시나 발리의 집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냥 넘기려고 했지만 갈수록 냄새가 짙어져 결국 집주인에게 연락했다. 집주인은 자기가 살 때도 그런 냄새가 났다며 물탱크에 클로린 (*살균제의 한 종류, 수돗물, 수영장 물, 하수처리 등에서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을 제거하는 데 사용)을 넣어주겠다고 했다. 아니면 인도네시아 지방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수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발리는 주로 우물을 파서 지하수를 생활 수로 이용하는데 지하수를 이용하는 경우 따로 수도 요금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공공수도를 이용할 경우 비용을 낸다. 우리는 월세와 전기세를 다달이 내고 있었는데 여기에 수도까지 내게 되면 사실 이곳으로 이사 온 이점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일단 클로린을 넣어 물에서 냄새가 사라지는지 지켜보았는데 냄새는 여전했다.
도대체 물에서 냄새가 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는데 청소를 하러 와 주시는 현지인 아주머니 말로는 이 일대 모든 집에서 이런 냄새가 난다고 했다. 오랜 시간 마을의 물에서 냄새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모두들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며 사는 것 같았다. 이유를 알 수 없으니 어떻게 고칠 수도 없었다. 정말이지 답답하기만 했다. 수압이 안 좋아도, 온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도, 냄새 안 나는 물이 훨씬 나았다.
이 집은 처음 내가 찾은 집이었다. 확인한다고 이것저것 열심히 확인했는데 어찌 보면 이전보다 더 안 좋은 집으로 이사 오게 된 것 같아 모두에게 미안했다. 친구들이 물을 사용할 때마다, 온 집안에 비린내가 진동할 때마다. 마음이 참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