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논 뷰가 매력적인 집

발리에서 만난 <집에 대한 이야기>

by JEN

어이없게도 다른 이유도 아니고 '개'를 피해 나는 새로운 집을 찾아 나섰다. 나머지 친구들은 돈을 지불한 한 달간은 그 집에 계속 남기로 했다. 발리에서 처음으로 혼자서 살 집을 찾아보는 건데 그 어떤 조건도 나에겐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이웃에 사나운 개가 없는 곳!' 물이 잘 안 나와도 정전이 잘 되어도 '개'가 없는 곳이라면 어디든 괜찮을 것 같았다

다행이게도 아직도 코로나가 한창이라 관광객들의 입국이 막혀있다 보니 월세는 꽤나 저렴했다. 혼자인 내가 구할 수 있는 집은 개인 단독 주택, 3-6인이 셰어 하는 셰어빌라, 7인 이상 함께 지내는 홈스테이, 이렇게 세 가지가 있었다. 단독 주택에 들어갈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아무리 월세가 펜데믹으로 인해 싸졌다지만 혼자서 월세를 감당하기에는 부담되는 비용이었다.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았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거주지는 이 중 가장 저렴한 홈스테이 였다.

대게 홈스테이는 우리나라 민박집 혹은 모텔방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데 퀸사이즈 침대가 있는 방에 개인 화장실이 함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책상이라던가 옷장 같은 간단한 가구가 있으면 금상첨화다. 보통 부엌은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용부엌이 있다. 또한 홈스테이에 따라 화장실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곳이라면 가격이 더욱더 저렴해진다. 이런 홈스테이가 현지인들이 사는 곳을 제외하고 외국인이 사는 가장 기본적인 저렴한 형태의 숙소다.

관광객이 텅텅 빈 발리에서 홈스테이들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가격도 저렴했기 때문에 해변과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살아도 되겠다 싶었다. 몇몇의 홈스테이들을 방문하고 운이 좋게 여러 개의 홈스테이를 함께 운영하는 매니저 아유를 만났다. 아유는 가격대 별로 몇 곳의 홈스테이를 보여줬다. 다 그럭저럭 맘에 들었지만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유가 마지막으로 보여 줄 곳이 있다며 이곳은 ‘논뷰가 멋진 곳’이라 했다. 서양인들은 이상하게도 이 논뷰에 환장하는데 나는 뭐, 논이야 한국 시골에서도 많이 봤고 특별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최근에 완공된 새 건물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아주 저렴한 가격에 주인이 월세를 주고 있다 했다. 발리에서 보기 힘든 4층 짜리 건물이었다. 새 건물답게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새것' 냄새가 가득했다. 방은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고 작고 소박하지만 1인이 살기에 나쁘지 않은 곳이었다. 사실 홈스테이의 시설은 다 비슷비슷했는데 확실히 이 홈스테이는 특별한 것이 있었다. 내가 본 방은 3층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3층에서 보이는 논뷰가 정말이지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다. 녹색의 벼들이 바람을 타고 파도처럼 일렁였다.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우와'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장관이었다. 아유가 왜 이렇게 자신 있게 말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감탄하고 있는 사이에 아유는 ‘방이 이거 하나 남았어’ 라며 나에게 속삭였고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이곳을 계약하기로 했다. - 아참, 더욱더 완벽한 건 이 홈스테이로 들어오는 길엔 이웃이 한집 밖에 없었는데 그들을 개를 키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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