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내 집 찾기>
발리에 정착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제대로 된 집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 나는, 열심히 발품을 팔아 집을 보러 다녔다. 지금 당장에는 팬데믹으로 인해 월세가 시세보다 저렴하다지만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장기로 집을 계약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데믹 동안 부동산 가격이 많이 내려가 지금이야 말로 장기리스를 해 볼 만한 좋은 기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인도네시아는 외국인 개인의 신분으로는 부동산을 소유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에서 외국인들은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30년 이상 부동산 및 토지를 임대하는 장기 리스가 일반적이다. 이 방식은 계약한 특정 기간 동안 부동산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 것으로 계약에 따라 상업 활동의 목적으로도 사용할 있고 다른 사람에게 다시 빌려주는 서브 리스 역시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낯선 방식이지만 해외에서는 널리 사용되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이렇게 장기 리스를 하는 것이 투자적으로 불합리한 선택인가?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리스를 하려는 목적은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투자가 아니었다. 발리에 사는 동안 집 걱정 없이 쾌적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살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은 투자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년간 해외에 살아보니 계획 대로 되지 않는 게 대다수다. 무언가 큰돈을 들여하는 것보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시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만의 하나 내가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남은 년수를 다시 팔아도 될 일이다. 크게 손해 볼 것은 없었다. 게다가 외국인이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다 한들 현재 내가 가진 예산안에서는 구입이 불가능했다. 내 나이가 3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어 30년 후 내 나이는 벌써 60대 중반이 된다. 30년 후의 일은 60살의 내가 알아서 잘하겠지 싶었다.
그렇게 집을 보러 다니다 보니, 그동안 발리에서 겪었던 여러 집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경험들을 떠올리고 나니,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것들에 속아 함부로 계약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군데 집을 둘러보니, 설계도 하나 없이 그저 예쁘게만 지어진 집들이 넘쳐난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다. 겉보기엔 완벽해 보이지만, 이런 집들은 한두 달만 살아봐도 문제가 드러날 게 분명했다. 이런 집들 속에서, 과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집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문득 겁이 났다. 혹은 그 과정에서 돈만 낭비하는 건 아닐지 하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지금 이 선택이 정말 옳은지, 그리고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지 밤낮으로 고민을 했는데 문득 '이 결정이 틀렸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언가 큰 일을 할 때, 언제나 느껴지는 나만의 ‘울림’이 있다. 말로는 설명하기 참 어려운데 마음속 아주 깊은 곳으로부터 올라오는 ‘느낌’ 같은 거다. 이 ‘울림’이 오면 마치 신내림을 받은 것처럼 한 순간에 모든 일이 선명하게 보였다. 게다가 강한 확신까지 느껴졌는데 이런 확신은 내 마음이 불안해질 틈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처럼 마음이 불편하고 불안하다면 무언가 잘 못 된 거다. 이 길이 아닌 거다. 나는 집을 보러 다니는 것을 잠시 보류하고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