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내 집 찾기>
발리에서 팬데믹 기간을 보낸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그동안 물 흐르듯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면 이제는 더 큰 결정을 내릴 때가 되었다고 느꼈다. 팬데믹을 겪으며 많은 것이 변했지만, 이 시간이 내게 새로운 삶을 위한 준비 과정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일단 전업으로 했던 스쿠버 다이빙 강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나이가 차면서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는데 지금이야 말로 그만두기 가장 좋을 때처럼 보였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한국에서 일할 때 알고 지내던 지인이 온라인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소일거리를 보내주기 시작했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지금 당장 생활을 하기엔 충분했다.
일단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급한 불은 껐는데 거취에 대한 부분은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뒤엉켜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그동안 외국인 노동자로, 스쿠버다이빙 강사로 바다를 떠돌며 살았다. 해외에서 외국인으로 산다는 게 처음에는 특별했고 설레었다. 하지만 외국인이기 때문에 한 걸음 물러나게 되는 일 들이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에는 ‘아,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이방인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마다 소외감이 느껴지고 외로웠다. 그래서인지 언제나 마지막으로 돌아갈 곳은 한국이었다. 나의 고향이자, 안식처, 우리 집은 항상 한국이었다.
하지만 발리에는 이전과는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다. 나와 같은 처지의 이방인들이 많았고 그들이 이곳에서 터전을 만들고 커뮤니티를 이뤄가며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는 분명했다.
나는 발리를, 그리고 인도네시아를 한국 만큼이나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거다.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배우면서 발리는 단순한 여행지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고 인도네시아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나라였다. 이들의 독특한 언어와 문화는 나에게 끊임없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그 속에서 내가 더 알아가고 싶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도네시아는 그 자체로 모험할 만한 나라다. 약 17,000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이 나라의 각 섬에는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이 자리 잡고 있다. 나는 이 모든 섬들을 하나씩 탐험하며, 인도네시아의 다채로운 면모를 직접 경험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품게 되었다. 발리에서 시작된 나의 사랑은 이제 인도네시아 전역으로 확장되었고, 그 속에서 나만의 모험과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이렇게 내가 이곳을 얼마나 좋아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내 마음은 이미 발리에 정착해야겠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여기서 1년 이상 살아보니, 발리를 좋아하는 것과 발리에서 일상을 사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로망만으로는 부족했고, 정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집이었다. 그동안은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작은 불편함을 감수했지만, 앞으로는 10년, 30년, 혹은 평생을 여기서 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상황이 달라졌다. 안정된 생활을 위해서는 언제나 맘 편히 돌아올 수 있는 거주지가 필수임을 절실히 깨달았다. 진정한 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발리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