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 <내 집짓기>
그렇게 수개월 땅을 찾아 나섰을까?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팬데믹으로 인해 바닥을 찍었던 부동산 가격이 다시금 오르고 있었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 자카르타에서 온 부자들 혹은 외국인들이 괜찮은 땅을 대규모로 계약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 들려왔다. 나도 어서, 늦기 전에 무언가 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러던 중 지인에게 땅을 소개받았다. 일단 내가 정한기준에는 부합하는 땅이었다. 땅 주인아저씨가 이 동네 주민이시고 진입로도 넓고 땅의 모양도 직사각형으로 괜찮았고 지대도 나름 평평했다. 하지만 땅 안 쪽에 건축 자재를 나르는 대형 트럭들의 주차장이 있었다. 트럭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이런 큰 트럭들이 아침, 저녁으로 왔다 갔다 하면 소음과 진동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큰 덤프트럭들이니 위험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문제는 가격이었다. 해변과 가까워서 인지 나의 예산과는 한참 벗어난 가격, 게다가 리스 기간도 내 계획과 맞지 않았다. 나는 연장이 가능한 30년을 리스하고 싶었는데 땅 주인아저씨는 연장이 가능한 20년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겨우 주인아저씨를 설득해 가격을 깎고 리스 기간도 25년으로 늘렸다. 그래도 여전히 내가 생각한 예산을 훨씬 뛰어넘는 가격이었다. 마음 한편에 불편함이 남아 있어 땅 주인아저씨께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다.
하루 동안 생각을 해 봤는데 마음이 이리저리 갈피를 잡지를 못했다. 지금 까지 몇 달 동안 땅을 봤는데 이 땅이 그나마 괜찮은 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지금 계약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이 땅을 체어 갈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더욱더 조급해졌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큰돈을 쓰는 계약을 서둘러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안 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 나의 불안한 마음은 '지금 당장 이 땅을 계약해야 해!' 라며 나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결국 보증금을 보내 드리려고 땅 주인아저씨께 연락을 드렸다. 그런데 그동안 칼답장을 해 주셨던 땅 주인아저씨께서 아무런 답장이 없으셨다. 이틀을 기다려도 삼일을 기다려도 전화를 해 보아도 아저씨는 답이 없으셨다. 아무래도 누군가 더 좋은 조건으로 이미 계약을 하셨거나 내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것 같았다.
그렇게 될 뻔한 계약이 성사가 안되니 마음이 탈탈 털리면서도 절망적이었다가 또 이상하게도 개운했다. 이성을 되찾고 다시 생각해 보니 이 계약 안 하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 정말 조상님들이 나를 도우셨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는 당분간 땅 찾기를 멈추었다. 잠시 쉬고 싶기도 했고 환기가 필요하기도 했다. 답답한 마음에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면 다들 똑같은 말을 했다.
조급해하지 말라고 '내 거다' 싶은 곳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