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내꺼다’ 싶은 곳이 있다 했다.

발리에 <내 집짓기>

by JEN

그렇게 수개월 땅을 찾아 나섰을까?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팬데믹으로 인해 바닥을 찍었던 부동산 가격이 다시금 오르고 있었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 인도네시아 부자들 혹은 외국인들이 괜찮은 땅을 대규모로 계약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 들려왔다. 나도 어서, 늦기 전에 무언가 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러던 중 지인에게 땅을 소개받았다. 일단 내가 정한기준에는 부합하는 땅이었다. 땅 주인아저씨가 이 동네 주민이시고 진입로도 넓고 땅의 모양도 직사각형으로 괜찮았고 지대도 나름 평평했다. 하지만 땅 안 쪽에 건축 자재를 나르는 대형 트럭들의 주차장이 있었다. 트럭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이런 큰 트럭들이 아침, 저녁으로 왔다 갔다 하면 소음과 진동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큰 덤프트럭들이니 위험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문제는 가격이었다. 해변과 가까워서 인지 나의 예산과는 한참 벗어난 가격, 게다가 리스 기간도 내 계획과 맞지 않았다. 나는 연장이 가능한 30년을 리스하고 싶었는데 땅 주인아저씨는 연장이 가능한 20년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겨우 주인아저씨를 설득해 가격을 깎고 리스 기간도 25년으로 늘렸다. 그래도 여전히 내가 생각한 예산을 훨씬 뛰어넘는 가격이었다. 마음 한편에 불편함이 남아 있어 땅 주인아저씨께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다.

하루 동안 생각을 해 봤는데 마음이 이리저리 갈피를 잡지를 못했다. 지금 까지 몇 달 동안 땅을 봤는데 이 땅이 그나마 괜찮은 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지금 계약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이 땅을 체어 갈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더욱더 조급해졌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큰돈을 쓰는 계약을 서둘러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안 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 나의 불안한 마음은 '지금 당장 이 땅을 계약해야 해!' 라며 나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당장 계약 하라고! 계약 하면 마음이 편안해질거야! 더이상 땅도 안보러 다녀도 되!

결국 보증금을 보내 드리려고 땅 주인아저씨께 연락을 드렸다. 그런데 그동안 칼답장을 해 주셨던 땅 주인아저씨께서 아무런 답장이 없으셨다. 이틀을 기다려도 삼일을 기다려도 전화를 해 보아도 아저씨는 답이 없으셨다. 아무래도 누군가 더 좋은 조건으로 이미 계약을 하셨거나 내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것 같았다.




그렇게 될 뻔한 계약이 성사가 안되니 마음이 탈탈 털리면서도 절망적이었다가 또 이상하게도 개운했다. 이성을 되찾고 다시 생각해 보니 이 계약 안 하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 정말 조상님들이 나를 도우셨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는 당분간 땅 찾기를 멈추었다. 잠시 쉬고 싶기도 했고 환기가 필요하기도 했다. 답답한 마음에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면 다들 똑같은 말을 했다.


조급해하지 말라고 '내 거다' 싶은 곳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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