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 <내 집짓기>
몇 주가 흘렀을까? 조급한 마음에 실수를 할 것 같아 마음을 다 잡고 있었는데 아는 지인에게 다시 한번 연락이 왔다. 마을 사람의 친척이 급하게 땅을 내놓았는데 보러 갈 생각이 있냐는 거다. 위치를 물어봤는데 내가 선호하는 지역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확한 주소로 찾아보니 내가 살고 싶었던 동네와 맞닿아 있는 경계 지점에 위치한 게 아닌가? 주소만 다른 동네였지 거진 내가 살고 싶었던 동네에 위치한 땅이었다.
위치가 마음에 들었던 나는 오랜만에 땅을 직접 보기로 결심하고 길을 나섰다.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로 들어가는데 아직도 그때의 느낌이 생생하다. 로컬들이 운영하는 구멍가게들과 작은 규모의 귀여운 카페들 그리고 동네의 힌두 사원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었다. 밝고 조용했으며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았던 동네였는데 내가 항상 다녔던 곳에서 한 블록 정도 더 들어간 동네였다.
”아, 등잔 밑이 어두웠구나!”
땅을 보기 전부터 이 동네가 마음에 쏙 들었다. 설레발을 치면 일을 그릇 칠까 봐 최대한 평점심을 유지하며 땅을 보러 갔다.
그런데 땅을 보자마자
내! 거! 다!
라는 느낌이 찌릿! 단 한 번에 왔다. 아직 조건도 확인해보지 않았는데 이곳은 무조건 맞아!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느낌인가? 이 느낌이야?’
찬찬히 땅을 둘러보며 땅주인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대부분의 조건들이 맞았다. 하지만 단 한 가지 가격, 가격이 내 예상보다는 다소 비싼 느낌이었는데 땅주인아저씨가 돈이 급했는지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내가 원하는 가격으로 합의할 수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협의가 원말했고 조금의 의심과 불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랫동안 공터여서 땅 위로는 큰 망고나무들과 자잘한 풀들이 무성했는데 나뭇잎 사이사이로 햇볕이 반짝 반짝였다. 마치 팅커벨이 금가루를 뿌리고 간 것 같다 랄까? 이곳은 그토록 찾던 나만의 네버랜드였다.
필지는 당연히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마음에 든 것은 공도가 흙길이 아니라 정갈하게 다듬어진 길인 점이었다. 게다가 마을 주변에서 느껴지는 온화로운 느낌이 참 좋았다.
다만, 필지에 하수도가 없어 건축 시 물길을 만들어 줘야 하는 부분이 조금 걸렸지만 이는 건축 과정에서 해결하면 되겠다 싶었다. 고민할 필요 없이 그 자리에서 땅 주인아저씨에게 바로 보증금을 입금했다. 그리고 땅문서를 검토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이 진행되었다.
이게 이렇게 된다고?
나 이제 진짜 시작하나 봐.... (그렁그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