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 <내 집짓기>
집의 뼈대가 될 콘크리트 파일이 땅 속에 박히고 바닥 기초공사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더딘 것 같았던 공사가 르바란(라마단이 끝난 후에 시작되는 중요한 이슬람 축제 이자 연휴,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보통 르바란 연휴에 고향을 방문한다). 을 보내고 박차를 가하더니 어느새 집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집이 지어지던 중 군청의 건축허가 단속이 있었다. 아무래도 팬데믹이 길어지다 보니 세금을 뜯기 위해 단속을 하러 다니는 것 같았다. 우붓에서부터 새로 짓는 모든 건축들을 단속하고 있다 했다. 기한 내에 건축 허가를 진행하라는 공문을 던저 주고는 다음 주에 다시 방문한다길래 완공 후에 진행하려고 했던 건축 허가 프로세스를 바로 진행하게 되었다. 특별하게 문제가 될 것은 없었지만 군청에서 단속이 왔다고 연락을 받으니 괜히 마음이 쫄렸다. 어찌 되었든 서둘러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건축 허가 진행에 대한 증빙 서류를 준비했다. 하지만 군청 공무원들운 다시 방문하지 않았다. (내 이럴줄 알았담서!)
건물은 어느새 벽이 하나, 둘 올라가더니 이층집의 모양새를 갖추었다. 공정률이 50%가 되었을 때 조로님과 나는 미뤄두었던 인테리어 자제들을 고르기 위해 자제 상가에 방문했다. 인도네시아는 더운 나라인 만큼 바닥 자제는 타일을 까는 게 보편적이었다. 1층 바닥은 전체적으로는 하얀색이지만 옅은 갈색의 돌가루들이 흩뿌려진 디테일이 있는 무광의 타일을 골랐다. 손으로 만지면 오돌토돌 질감이 만져졌다. 2층 바닥은 반대로 진한 회색의 매끈한 타일을 골랐다. 두 타일 모드 스타일이 너무 달라 실제로 깔아보면 어떤 느낌을 일지 너무 기대가 되었다. 재고 확보를 위해 자재들을 미리 구입을 하고 실제 타일 공사는 공정률 60%가 넘어서야 진행이 되었다.
극적인 스토리를 위해서라면 중간, 중간에 사건사고가 많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별 탈 없이 공사는 계획대로 척척 진행되었다. 주변 로컬 친구들이 집을 지으면 속 터질 일이 많을 거라고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고 조언을 해 주어서 공사 시작 후 두, 세 달은 휴대폰이 울릴 때마다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하지만 다 죽어가는 아기 고양이 두 마리가 공사 현장에 버려졌다는 소식과 군청에서 단속이 있었다는 소식을 제외하고는 크게 놀랄 일은 없었다. 사실 집을 짓는 과정에서 탈이 아예 없었을 수는 없겠지만 자잘한 문제들은 나는 알지 못한 채 조로 님 손 안에서 조용히 해결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덕분에 나는 한결 편안하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공사가 중반이 넘어서자 이제부터는 내가 할 일은 기다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물만 주면 쑥쑥 자라는 나무처럼 집은 매일매일 조로님 손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아, 맞다! 이 녀석들도 집과 함께 무럭무럭 자랐다. 죽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