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 <집짓기>
이전 내용을 바탕으로 설계 도면이 완성 됐을 때쯤, 도면을 토대로 프로젝트 전체 견적이 나왔다. 이대로 진행되면 좋았겠지만 견적을 줄이기 위해 다시 한번 도면을 수정하고 인테리어에서 빼야 할 것들을 빼는 과정을 반복했다.
동시에 필지에서는 지반의 강도와 안정성을 평가하는 지내력 검사를 했다. 발리는 크고 작은 지진들이 날 수 있는 지역이라 땅이 너무 무르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게도 아주 단단하고 강한 지반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더불어 필지에 있는 큰 나무들을 정리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빼곡하게 나무로 가득했던 정글 같던 필지가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집을 지어 줄 인부들이 지낼 임시 숙소가 지어졌다.
차근차근 집을 지을 준비가 되어 가는 도중 드디어 마지막 최종 설계 도면이 완성되었다. 조로님께서 완성된 설계 도면을 낑낑대며 가방에서 꺼내셨다. A4용지 넉장을 붙여 놓은 듯한 큰 크기였는데 두께도 마치 백과사전처럼 두꺼웠다. 완성된 설계도면에는 집의 평면도, 입면도, 단면도는 물론 전기, 배관, 설비 도면에서부터 부엌, 방, 다용도실, 화장실 각각의 입면도까지 집에 들어가야 할 모든 것이 아주 자세하고 빽빽하게 들어 있었다. 조로님은 이제 이 설계도 대로 집을 짓기만 하면 되는 거라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이렇게 집을 짓는 과정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 스쿠터를 타고 왕복 두 시간을 운전해 학교로 갔다. 몸이 고단하기도 했지만 매일 아침 미소가 지어졌다.
학교를 마치고 오는 길에 공사 사이트에 들려 건축 상황을 살펴보았다. 사실 나는 봐도 자세한 건 알지 못했다. 그래도 매주 조로님이 해 주시는 브리핑 덕분에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진행 상황을 몇 프로이고 앞으로 어떠한 것들을 해 나갈 것 인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더불어 인도네시아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니 이제 막혔던 해외 여행이 곧 가능할 거라는 희망 찬 이야기들이 곳곳에 퍼져나갔다. 나도 이 집이 완공될 쯤에는 지긋지긋한 팬데믹이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집이 지어지는 동안은 조금 힘들고 불편해도 곰팡이 집에서 버텨보기로 했다. 일단 학교 생활과 일을 병행하고 있어 이사를 할 여력이 없었고 지금 지내는 곳이 홈스테이 중에서도 가격이 가장 저렴한 곳이었다. 앞으로 집이 완성되면 돈 쓸 일이 더 많아질 테니 입주하기 전까지는 생활비를 최대한 아껴야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