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작쿄 Feb 16. 2018

시카고 4/5: 건축의 미학

시카고 도시에서의 건축 여핼


프롤로그

어느 장소든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라면 사람 손으로 만들어진 건축물이 존재한다. 건축물은 집으로, 일터로, 터전으로, 또는 작품으로 사람에게 근본적인 편리함, 따스함, 안식처를 제공해준다. 시대가 거듭될수록 건축물에도 의미와 뜻이 더해지기도 한다.

내가 시카고 도시를 여행하면서 스치듯 마주하는 거리의 다양한 건축물들을 통해 건축의 아름다운 모습과 그 모습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시카고 도시에서 마주한 건축의 아름다움이 담긴 그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청춘 일탈> 저자 Kyo H Nam


첫 번째 이야기

아주 단순한 미학


이번 여행 주제의 시작은 건축에 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여행을 떠나기 1년 반전 우연한 계기로 도시 속 건축물들을 바라보며 건축물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짧은 마주함을 통해 지금 나는 미국에 거대한 도시중 하나인 시카고를 여행 중이다. 

시카고 도시를 여행하며 도시 곳곳에 세워진 높은 건축물들을 수없이 지나가고 바라보고 감상했다. 특정적인 시카고 명소를 찾아다니는 여행이라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시카고 도시 건축물들을 마주하는 여행이었다. 그렇기에 나를 감동시키고 발걸음을 멈춰 세우고 카메라를 꺼내 들게 하는 건축물들은 이름 모를 시카고 안에 단순한 건축물들이었다.

단순하다는 의미는 뭘까? 어릴 적 그림을 그릴 때가 생각난다. 집을 그릴 때 창문들 만들고 문을 넣는다. 그리고 그 옆으로 대다수의 직사각형을 그리고 그 안으로 네모난 창문들을 촘촘히 그려 넣는다. 어린 나에게 내가 바라본 세상은 단순하면서도 따뜻했다. 그 단순함이 오늘날 시카고 도시 건축물들에 가득하다. 그 가득함에 내 관심이 쏠린다. 

21세기가 찾아오고 시대는 단순함의 미학을 추종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버튼이 아닌 큰 화면 하나의 스마트폰부터 정갈하고 깔끔한 음식의 유행까지, 단순함이 최고라는 말은 이제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을 들어봤을 말이 되었고 어쩌면 이 시대의 성공철학이 담긴 말로 풀이될 것이다.  

지금 내 앞에 보이는 건축물들 중 대부분이 이전 시대에 만들어진 거 같은데 어쩜 이리 단순함의 미학을 담고 있을까? 역시 시대를 앞서는 사람들은 과거에도 존제했나보다.하지만 단순해 보이는 건축물이어도 실상 단순함의 내부는 정교함으로 뒷받침된다 생각한다. 단순 해지는 건 쉽지만 단순함 속에 아름다움과 편리함이 포함된다는 건 그만큼 그 속에 탄탄하게 자리 잡은 정교한 공식들이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 도시의 지극히 단순한 건축물들을 올려다보며 단순함의 미학을 전달받는다. 그리고 그 전달 받음을 곱씹어보니 진정으로 단순해진다는 것은 절대로 쉬운 게 아니구나라는 깨달음이 있었다.  지금은 아니어도 미래에 어느 날 나의 사진도 단순했으면 좋겠다. 단순함의 아름다움이 전달됐으면 좋겠다.




두 번째 이야기

아주 정교한 미학


시카고를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가장 미국다운 도시”라 생각한다. 미국의 다양한 도시들을 방문해봤지만 시카고만큼 무게 있고 중엄 한 느낌의 도시는 찾기 힘들다. 그 무게의 중심에는 시카고의 건축물들이 있다. 단순히 분위기가 무거운 것이 아닌 중엄 하고도 고풍스러운 느낌을 담고 있는 이유는 정교함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도시 곳곳에서 쉽게 마주하는 건축물들의 조합과 디테일한 면에서 정교함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건축물의 표면과 일정한 간격, 그리고 집중해야만 보이는 소소한 장식들의 디테일이 시카고 도시의 분위기를 고풍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가장 클래식한 게 가장 위대하다는 말이 있다. 성능과 기능성을 따지는 요즘, 고전적인 방법보다 혁신적인 방법을 추구하는 요즘, 고풍스럽다는 말은 어쩌면 느리고 까다롭다는 말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빠르고 쉽게는 절대 담지 못할 느리고 까다로움의 정교함이 있다 그 정교함의 미학이 있다. 시카고 도시의 건축물들이 나에겐 그렇게 느껴졌다. 느리고 까다움에 담긴 도시의 정교함과 아름다움이 있었다.

도시 곳곳에는 오래된 스타일의 건축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층을 올라갈수록 고운 굴곡을 형성하는 현대적인 해석이 담긴 빌딩들도 가득하며 시카고를 상징하는 건축미술품들도 도시 곳곳에 숨어 있었다. 때로는 밤이 되면 도시의 경교한 아름다움이 조명 빛에 찬란하게 물들어 낮에는 만날 수 없는 그윽하고도 따스한 느낌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나이가 차 오를수록 몸은 더 편리함을 추구하지만 생각은 더 정교함을 추구하는 거 같다. 그 정교함의 미학을 시카고 도시 곳곳에서 견학하게 된다. 여행 또한 그렇다. 여행에 쉽고 빠르게란 존재하지 않는다. 쉽고 빠르다는 것은 여행이 아니라 관광일 것이다. 느리면서도 불편하고, 불편하면서도 정교하다는 것, 이게 진짜 여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 이야기

도시의 심장


시카고 도시를 여행할 때 건축이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있었지만 건축 이외에 도시를 뜨겁게 달구는 것들이 나의 시선을 사로 잡기 시작했다. 소소한 건물들, 높고 으리으리한 빌딩들 사이를 체우는 심장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보였다.

여느 도시에나 잘 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흑과 백의 모습이 있다. 시카고 또한 그런 모습을 거리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장소였다. 안쓰러운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안타깝지 못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어느 누가 직접적으로 그 일에 관여하겠는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어쩜 관여를 한다는 것에 모순이 있고 사악함이 더 포함되어있다. 나는 그 관여하지 않음 속에 도시가 숨 쉰다 생각한다. 오히려 각자의 길을 산다는 것이 도시를 도시답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경찰도, 직장인도, 관광자도, 여행자도,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시카고는 나에게 여행자로서, 사진작가로서 최선을 다하라 일깨워준다. 도시 거리 안에서 흘러가는 뜨거운 영혼들의 온기가 내게 그렇게 속삭여준다. 

각자의 뜨거운 영혼들이 차가운 시카고 도시의 건축물들을 채운다. 그 온도가 10월 중순의 서늘한 시카고를 뜨겁게 만든다. 도시의 심장들이 내 피부로 전해진다. 시카고 여행의 끝이 조금씩 다가올 때마다 도시는 나에게 은은하게 큰 깨달음을 선물해준다. 여행의 끝에 다른 어떤 깨달음을 전해줄지 매 순간 나는 기대된다.

<청춘 일탈> 저자 Kyo H Nam 드림

청춘 이탈:콘크리트 정글

"샌프란시스코 4/5: 해가 질 때 도시는 수줍어한다"

다음 주 금요일 기대해주세요.



이전 11화 뉴욕 4/5: 드러난 美와 숨겨진 美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