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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작쿄 Mar 02. 2018

샌프란시스코 4/5: 해가 질 때 도시는 수줍어한다

수줍듯 불어진 샌프란시스코 여행 이야기


프롤로그

숨 막히게 빡빡한 도시의 삶에서 낭만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일을 해야 하고 경쟁해야 하고 버텨내야 하는 삶이 곧 도시의 삶이다. 하지만 내가 샌프란시스코라는 대 도시를 여행하면서 마주한 도시의 낭만적인 모습은 날 감동시키고 전에 가지고 있던 도시에 대한 편견을 사르르 녹게 해주었다. 

   

그날 그 시간.. 그때의 날 녹이던 샌프란시스코의 낭만적인 여행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청춘 일탈> 저자 Kyo H Nam


첫 번째 이야기

에어비엔비를 찾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성공한 스타트업 기업들의 헤드쿼터가 많다. 그중 내가 이날 방문해보고 싶었던 장소는 바로 에어비엔비 헤드쿼터였다. 에어비엔비는 세계 최대 숙박 공유 서비스이다.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집, 별장, 방 등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임대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가 바로 에어비엔비이다. 이번 여행에서 모든 숙박은 에어비엔비를 통해 좋은 가격으로 장기 여행 숙소를 예약할 수 있었다.   

에어비엔비의 헤드쿼터는 샌프란시스코 중심가 쪽에 위치해있었다. 드 넓은 실내 로비 공간은 누구나 사용/방문 가능한 유일한 공용 장소였기에 조금은 아쉬움이 들었지만 로비의 멋진 모습과 안락한 실내 인테리어만으로도 에어비엔비의 자유스러운 느낌을 전달받기에는 충분한 장소였다. 

인상적이었던 건 실내 분위기는 친환경적이라는 것이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진짜 풀잎들이 있었고 진짜 목재를 이용해 만든 의자와 테이블들 즐비해 있었다.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본인의 할 일들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다양한 인종들이 어우러져 미팅을 하고 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로비 옆쪽으로 이어져 있는 테라스에 나가보니 간단한 식사 또는 차 한잔을 할 수 있는 야외 공간 또한 자리하고 있었다. 이 공간에는 나무한 그루가 곱게 심어져 있었고 여러 가지 생화들이 한쪽 벽면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자리 곳곳에 소소하지만 섬세한 친환경적인 요소들이 에어비엔비에서 일하거나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안락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마련되어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는 사람 중에 에어비엔비를 애용하는 사람이라면 에어비엔비 헤드쿼터를 직접 방문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

샌프란시스코 디자인 센터


에어비엔비 헤드쿼터를 나와 주변을 걷기 시작했다. 에어비엔비 헤드쿼터 주변으로 유명한 소프트웨어 기업 회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 하나는 바로 아도비 회사였다. 사진을 업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아도비 회사에서 만든 소프트웨어인 포토샵과 라이트룸을 매일같이 사용하기에 아도비 회사를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구경할 수 있는지 물었지만 보안사항 때문에 안된다는 답을 듣고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잠시나마 이 회사에 직접 두발로 들릴 수 있었다는 것이 뿌듯했다. 

아도비 회사 로비

아도비 회사를 나와 얼마 걷지 않아 샌프란시스코 디자인 센터를 발견하게 되었다. 계획을 하고 찾아온 것이 아니라 걷다가 발견한 장소였지만 샌프란시스코 디자인 센터라는 이름만으로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기에 나는 당당하게 건물 안으로 들어가 앞을 지키고 있는 남자에게 구경을 해도 되는지 물었다. 관리인으로 보이던 남자는 그래도 좋다는 말을 건넸고 나는 들뜬 기분으로 디자인 센터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디자인 센터 내부에는 다양한 디자인 업체들이 즐비해 있었다. 마치 디자인 백화점처럼 수많은 디자인 업체들이 각각의 층에 자리를 잡고 그들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디자인들을 꾸며놓고 있었다. 대부분 실내/외 공간 디자인 업체들이었고 여러 가구와 타일, 벽지, 페인트, 등등 공간을 꾸밀 수 있는 것들을 진열해두고 판매하는 곳이었다. 그만큼 샌프란시스코 디자인 센터의 분위기는 깔끔하면서도 공간감을 잘 살린 장소였다.   

높은 천장에서는 햇빛이 내부로 스며들고 있었고 네모난 중앙 로비 1층에는 아담한 카페가 자리하고 있었다. 각 층의 복도에는 작은 테이블이 있어 누구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장소 같았다. 여유롭고, 자유스럽고, 따사로운 느낌이랄까? 

도시를 여행하는 사람으로서 관광명소를 찾는 것보다 여행을 하면서 마주하는 진짜 샌프란시스코 다운 장소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기분을 좋게 만드는지 구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샌프란시스코 디자인 센터는 나에게 좋은 기분을 선물해주는 장소였다.



세 번째 이야기

샌프란시스코 시티 홀


점심시간이 지나는 무렵 샌프란시스코 시청사를 찾았다. 190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대지진이 발생 후 전 시 청사가 무너지고 1915년 새로운 시 청사가 세워졌다고 한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에 시티 홀은 낭만적인 자태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티 홀 내부로 들어서자 화사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시티홀을 구경온 관광객들도 눈에 보였고 꽤 많은 결혼사진을 찍으러 온 커플들도 목격할 수 있었다. 근사한 실내 분위기인 만큼 왜 많은 커플들이 이 곳으로 결혼사진을 담으러 오는지 알 수 있었다. 

실내 중앙 홀의 높은 천장과 근사한 장식은 마치 거대한 유럽 성당 안에 와 있는 느낌을 들게 한다. 각각의 층마다 클래식한 조명이 은은하게 복도를 밝히고 있으며 벽면 또한 심플하면서도 엔틱 한 느낌이 가득 묻어나고 있었다. 이처럼 낭만적인 시 청사 건물은 처음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시티홀의 거의 모든 공간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되어 있었기에 사진작가로서 좋은 느낌을 받는 장소였다. 계단과 엘리베이터, 목재로 만들어진 문들과 오래되보이는 물 마시는 기계까지 조금만 집중하고 시티홀을 구석구석 둘러보면 숨은 그림 찾기처럼 인상적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낭만적인 장소에 홀로 왔다는 것이 한 숨을 절로 나오게 한다. 홀로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미래에 샌프란시스코를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오게 된다면 분명 샌프란시스코 시티홀은 내가 방문하고 싶은 장소임이 분명했다. 기회가 된다면 이곳에서 프러포즈를 하는 것 또한 근사할 거란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저녁 시간이 다가올 무렵 나는 시티홀을 빠져나왔다.  시 청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로맨틱하고 낭만적인 샌프란시스코 시티홀을 샌프란시스코를 커플로 여행하려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네 번째 이야기

페인티드 레이디스를 향하여


해가 질 무렵 시티 홀을 나와 길을 걷기 시작했다. 노을이 지기 시작했으니 뭔가 운치가 가득한 샌프란시스코의 노을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를 찾고 싶었다. 그때 나의 머릿속에 페인티드 레이디스가 떠올랐다. 인터넷으로 샌프란시스코를 검색하던 때에 아기자기한 집들이 나란히 서있고 샌프란시스코의 붉은 노을빛이 하늘에 가득했던 사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의 마지막 여행 장소를 페인티드 레이디스로 정하고 그곳으로 행하기 시작했다. 

길을 걷다 보면 진짜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이 거리에 가득하다. 멀리서 고독하게 앉아있는 여성의 모습도 샌프란시스코 스럽고 도로를 느릿하게 지나가는 뽐뿌 나는 자동차의 뒷모습도 샌프란시스코스럽다. 도보 옆으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그 옆 철조망에 듬성듬성 걸려있는 알록달록한 풍선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 또한 샌프란시스코스럽다.  

페인티드 레이디스와 가까워지면서 오르는 언덕길에 마주한 집들의 모습 또한 참 샌프란시스코 답다. 페인티드 레이디스에 도착해 바로 앞 알라모 스퀘어 공원에 오르면서 마주한 사람들의 모습 또한 가지각색이지만 샌프란시스코스러운 느낌이 가득했다.

알라모 스퀘어 공원 언덕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언덕 위 잔디 받으러 사람들이 스멀스멀 샌프란시스코의 수채화 같은 노을 풍경을 감상하기 위에 하나 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아기와 엄머, 운동하러 나온 젊은 여성, 자신의 애완견과 산책 나온 남자, 여행자처럼 보이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페인티드 레이디스가 한눈 앞에 보이는 알라모 스쿼어 공원 언덕 잔디 받에 모이기 시작했다.


마지막 이야기

해가 질 때 도시는 수줍어한다.


드디어 페인티드 레이디스 위 하늘로 분홍빛의 노을이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저 멀리 샌프란시스코의 높은 건물들이 노을과 함께 물이 들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바람을 따라 사람들의 잔잔한 대화 소리가 기분 좋은 연주곡처럼 내 귀를 통해 마음으로 전달된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의 색은 진해지고 진해지는 하늘색에 도시도 진하게 물들어간다. 물들어가는 도시의 건물들 사이로 하나둘 작은 빛들이 켜지기 시작하고 그 모습 또한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그때 속으로 생각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살면 영화 속에서만 이뤄질 것 같은 일들이 진짜로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 말이다. 눈 앞에 보이는 너무나 아름다운 도시의 노을 지는 풍경이 치명적으로 감미롭게 다가와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완전히 해가 땅 아래로 저물었을 때 하늘은 온통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나는 알라모 스퀘어 공원을 느릿하게 산책하기 시작했다. 공원을 산책하면서 공원 주변에 세워진 아파트 건물에 반하기까지 한다. 단순한 아파트일 뿐인데 붉은 노을이 물들어 있는 하얀 아파트 건물이 보기만 해도 나의 시선을 훔친다. 아파트 너머로 멀리 어두운 그림자가 내려앉은 도시의 실루엣 또한 나를 홀린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해가 질 때 이상할 만큼이나 도시는 수줍어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 수줍음은 마치 상냥한 소녀의 수줍음에 붉어지는 볼처럼 샌프란시스코의 하늘을 붉게 물들게 한다. 그 순수하고도 맑은 느낌의 붉어짐에 설래이는 소년의 심장처럼 내 심장도 두근거린다. 분명 이 느낌은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내가 자리하고 있는 이 장소에 홀로 앉아 있는 사람들부터 연인 가족들까지 분명 속으로 같은 느낌을 전달받고 있을 것이다.     

그때 저 멀리 아파트 한쪽 창문에서 반짝하고 핑크색 빛이 켜졌다. 마치 사랑에 빠져버렸다는 확신에 내보이는 증표처럼 그 핑크빛 조명은 내가 샌프란시스코와 사랑에 빠졌나?라는 질문에 확실히 그렇다고 답하는 것 같았다.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며 체력적으로 고단한 하루였지만 마음만큼은 뜨거워지고 나른해지는 하루였다.    


샌프란시스코 너는 정말 사랑스럽다.

<청춘 일탈> 저자 Kyo H Nam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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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금요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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