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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작쿄 Feb 09. 2018

뉴욕 4/5: 드러난 美와 숨겨진 美

뉴욕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찾아 나선 여행

프롤로그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일까? 어떤 이는 크고 화려함에 아름다움을 느끼고 어떤 이는 작고 소박한 면에 아름다움을 느낀다. 사람마다 아름다움의 기준이 다르듯이 나 또한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정의 기준이 있었다. 하지만 뉴욕이라는 거대하고도 화려한 도시에서 마주한 크고 작은 다양한 아름다움에 전에는 쉽게 지나쳤던 다양한 면의 아름다움을 만나게 되었다. 아니.. 깨닫게 되었다.


드러난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아름다움이 가득했던 뉴욕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청춘 일탈> 저자 Kyo H Nam


첫 번째 이야기

클로이스터스 미술관의 美



뉴욕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소들이 즐비해 있다. 단기 여행을 한다면 유명한 뉴욕의 명소들만 찾아다녀도 시간이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고 뉴욕 도시 구석구석에 위치한 조금 덜 알려진 아름다운 장소들을 찾아다녀 보는 것 또한 낭만적인 여행이 될 수 있다. 이 날 내가 다녀온 클로이스터스 미술관이 그랬다. 뉴욕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낭만이 가득한 숨어있는 미술관 말이다.


클로이스터스 미술관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분관이다. 1930년도에 건축이 시작된 이 미술관은 중세 유럽 시대의 수도원의 건축 양식을 모방하여 건축되었다고 한다. 뉴욕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꼭 찾아가야 할 명소라 생각한다. 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분관인 클로이스터스 미술관은 마치 영화 슈렉에서 피오나 공주가 사는 숨겨진 작은 성처럼 언덕 위 나무들이 가득한 공원 숲 안에 위치해 있었다.


내가 클로이스터스 미술관을 오게 된 이유는 뉴욕에 살고 있는 지인이 이 장소에서 만나자고 했기 때문이다. 지인을 만나려고 뉴욕 중심지에서 30분 정도 전철을 타고 위로 올라와 도착한 클로이스터스 미술관은 외관에서부터 나를 감동시켰다. 미술관을 일부러 찾아서 온 것이 아닌 지인을 만나러 온 목적이 전부였기에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미술관의 모습에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클로이스터스 미술관으로 입장을 한 후 미술관 내부를 천천히 돌아다니며 감상을 하기 시작했다. 마치 RPG 게임 속에 들어온 것처럼 클로이스터스 미술관의 내부는 고풍스러우면서 고전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영화 “다빈치 코드”에서 로버트 행턴 박사가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찾아다니던 여러 성당과 수도원의 느낌처럼 클로이스터스 미술관은 뭔가 묘한 느낌의 수수께끼가 숨겨진 비밀장소 같은 분위기 또한 느껴졌다. 이런 중후한 느낌이 무겁게 내려앉은 장소가 뉴욕에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클로이스터스 미술관 시설은 생각보다 크지는 않았지만 근사한 내부 시설과 아름다운 내부 건축으로 인물사진 또는 건축 사진을 담기에도 좋은 장소였다. 초대형 미술관이 아닌 중형 미술관의 장점은 이런 부분에서 나온다. 적당히 나들이 나오기 좋은 장소이며 인생 샷을 담을 수 있는 적당한 인파가 찾아오는 장소 말이다.


미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 건축물을 좋아하는 사람, 또는 사진을 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뉴욕 클로이스터스 미술관을 추천한다.


뉴욕에서 색다른 숨겨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장소임이 틀림없다!



두 번째 이야기

뉴욕 공립도서관의美


나른한 여행의 어느 날 뉴욕 공립도서관을 찾았다. 높고 거대한 빌딩들 사이, 수많은 회사원들이 거리에 가득한 시간에 뉴욕 공립도서관의 정문 앞은 시끌 버쩍거린다. 많은 관광객들이 무리 지어 있었고 카메라를 들고 인증사진을 담는 모습이 즐비했다. 홀로 여행하는 나로서 내가 담긴 인증사진을 담을 수는 없지만 내 얼굴이 없는 인증 사진을 몇 장 담아본다. 

뉴욕 공립도서관은 원래 2개의 도서관이 었다고 한다. 하나는 에스터 도서관, 다른 하나는 에녹스 도서관, 아 두 도서관은 1886년 뉴욕 주지사가 통합하면서 하나의 도서관이 되었다고 한다. 도서관 정문 앞에는 두 개의 사자상이 있는데 그 두 개의 사자상의 이름을 원래 도서관의 이름을 따 각각 에스터와 레녹스 라 부른다고 한다.

뉴욕 공립도서관의 내부시설은 거대했다. 수많은 방들이 있었고 많은 계단이 운치 있게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뉴욕 공립도서관의 거대한 도서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뉴욕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포스터 카드에서 봤던 장면이 내 눈 앞에 실제로 나타났다. 높은 천장과 은은하게 내려앉는 근사한 조명 그 아래로 오래되보이는 클래식한 책상들이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었다. 마치 영화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학교의 강당처럼 뉴욕 공립도서관은 중엄 하면서도 운치 있고 고요하면서도 두근거리는 매력적인 장소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도서관 안에서 책을 읽거나 일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중에는 자는 사람들 또한 보인다. 역시 도서관이다 싶다. 나도 도서관 안 책상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전에 사둔 포스트 카드를 꺼내 그곳에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전에 나에게 이곳에 와봤다며 이 도서관 모습이 담긴 포스트카드에 편지를 써서 선물해준 동생에게 똫같이 편지를 써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포스트 카드를 다 작성하고 나니 기분이 묘하다. 이런 멋진 도서관에서 한 통의 편지를 썼다는 것이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다.

도서관을 나와 이리저리 실내 곳곳을 돌아다녔다. 신기했던 건 대부분의 도서관 분위기가 고전적이 었는데 어느 한 곳은 현대적인 느낌이 가득한 실내 공간이 있었다. 어떤 곳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상적인 모습에 뜨끔 놀랐었다. 역시 뉴욕다운 느낌이 어딜 가나 존재하는 곳이 뉴욕이란 걸 다시 한번 느낀다.

뉴욕을 가장 뉴욕답게 만드는 부분은 도시 곳곳에 뉴욕 공립도서관처럼 예전의 아름다움이 담긴 장소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뉴욕 공립도서관은 나를 뉴욕에 살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장소였다.

“언젠가는 뉴욕에 살아보고 싶구려~”  



세 번째 이야기

그랜드 센트럴 역 안의 美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역이 어디일까? 바로 뉴욕 그랜드 센트럴 역이다. 뉴욕 맨해튼 중앙에 위치한 그랜드 센트럴 역은 매년 1억 명의 사람들이 사용한다고 한다. 유명 할리우드 영화나 인디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터미널이기에 얼마나 이 곳이 멋지고 아름다운지 뉴욕을 사는 사람들이나 뉴욕 여행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그랜드 센트럴 역을 찾았을 때 역시나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고 있었다. 빠른 발걸음으로 드넓은 터미널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속도에 맞추어 내 발걸음도 빨라진다. 터미널 내부로 들어가서 메인 터미널 홀에 입장했을 때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멋진 터미널의 실내 건축적 모습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사람들, 그 절묘한 교차점에 내가 서 있었다. 그 누구도 기다리지 않고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닌 이 곳을 찾아온 나에게 다양한 모습들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뉴욕 센트럴 터미널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상영되고 있는 무대 같은 느낌이 든다. 묵묵히 자리에 서서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보는 낡은 정장의 남자의 표정에서는 심기가 불편한 듯 인상을 지푸리고 있었고 휘파람을 불며 높은 난간 위에서 느긋하게 터미널을 바라보는 남자도 보였다. 

미군 군인들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무장 상태로 터미널을 곳곳에서 지키고 있었고 그 옆으로 아무렇지 않듯 벽에 기대어 무표정으로 누군가 기다리는 아저씨의 이상하고도 재미있는 모습도 보였다. 

반가움의 포옹과 애틋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연인들을 보며 낭만에 젖어들고 화려한 옷을 입고 당당하게 걸어가는 사람들에 시선이 뺏기기도 한다. 터미널에서 티켓을 판매하는 아저씨는 피곤한 표정이 가득하고 젊은 여자는 핸드폰에 정신이 팔려 무둑커니 터미널 중앙에 서 있는 모습도 보인다.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뉴욕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교차하고 피어난다. 모두의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알 수는 없지만 분명 흘러가고 있다는 것에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미소와 눈물도 보이고 기쁨과 슬픔도 보인다. 만남과 이별, 해어짐과 함께함이 그랜드 센트럴 역 안에서 매 순간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이 아름다움이 좋다. 뉴욕 그랜드 센트럴 역의 담겨있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이 좋다.


마지막 이야기

그랜드 센트럴 역 밖의 美


그랜드 센트럴 역 밖으로 나왔다. 역시 사람들이 많다. 밖으로 나와 문 앞 구석에 자리를 잡고 거리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거리라기보다는 뉴욕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사진작가로서 뉴욕은 금이 나오는 광산과도같이 느껴진다. 내가 멈춰도 흘라가는 세상의 이야기가 눈으로 보인다.

걷는 사람부터 자전거를 탄 사람들까지 속도는 다들 다르지만 절대 멈추지 않는 거리의 풍경은 인상적인 사진으로 담긴다. 난 단지 모두가 관심 없이 스치듯 무시하는 순간을 관찰자로 유심히 바라보며 담는 것이다. 그게 사진작가인 내가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림이나 비디오나 조각이나 시잔이나… 모든 예술 안에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난 이야기보다는 느낌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제목보다는 감정이 전달되어야 한다. 무엇을 전달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담고 있느냐도 중요하다. 담긴 게 없다면 전달되지도 않는다. 내 사진은 그런 사진이 되고 싶다. 누가? 어떻게? 어디서? 무엇을? 왜? 의 중요성보다 있는 그대로의 담긴 모습 속에서 인상 깊은 느낌이 전달되었으면 한다.

그랜드 센트럴 역 밖에서 멈춰 사진을 담으며 내가 사진을 왜 담는지? 뭘 담고 싶은지 생각해본다. 결국 “왜”라는 질문에 답은 “그냥”이고 “뭘?”이라는 질문에 답은 “내가 보기 좋은 것”이란 게 현실이지만… 그 현실이 누군가에게 좋은 영감이 되기를 바란다.


점점 뉴욕에서의 여행이 마지막을 향하고 있다는 걸 실감하면서 오늘의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한다.


<청춘 일탈> 저자 Kyo H Nam 드림


청춘 이탈:콘크리트 정글

"시카고 4/5: 건축의 미학"

다음 주 금요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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