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소양
부모강의를 준비할 때마다 난 늘 엄마와 나의 관계를 생각해 보고 또 부모님들께도 자신들이 어렸을 때 부모와의 관계가 어떠했는가를 물어본다. 난 말을 안 듣는 편에 속하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엄마의 말에 귀를 기울였던 기억이 별로 없다. 난 내 관심이 있는 일에 몰두하였고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많은 시간을 썼다.
나만 그렇게 부모님의 말씀이 귀에 안 들리고 내가 원하는 일에만 관심을 썼을까? 우린 어린 시절 자녀로서 했던 행동을 너무 쉽게 잊은 것은 아닐까? 시집살이를 심하게 한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되었을 때 더욱 심한 시집살이를 시킨다는 말과 같이 부모님 말씀을 잘 듣지 않던 사람이 자신의 자녀를 더욱 통제하는 것은 아닐까?
얼마 전 유튜브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던 중 첫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답에 내가 놀라 손으로 입을 막았던 기억이 난다. 사회자가 장애로 불편한 몸을 이끌고 유학을 떠나고자 했을 때 부모가 쉽게 허락을 하더냐고 질문을 했다. 나는 “부모 말은 절대로 들으면 안 돼요!”라고 답했다. 아! 방송으로 나갈 말이 아니었던 것 같아 미안했다. “너무 심했죠? 편집하실 거죠?”라고 얼버무렸다.
그 후 한 부모교육 현장에서 인터뷰에 깊은 생각 없이 외쳤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부연설명을 했다. 나의 엄마는 내가 수영을 가고 싶어 하면 “수영 가면 빠져 죽는다”라고 막았고 나는 진짜 빠져 죽는지 알아보기 위해 수영을 갔고 지금까지 살아서 수영을 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엄마 나 유학 갈래요”하자 몸도 불편한데 혼자 무슨 유학이냐고 가장 먼저 막아섰던 사람이 부모였는데 그 말을 들었으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느냐고 부모들에게 되물었다.
부모의 좋은 마음과 보호하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나온 말인 것은 충분이 이해한다. 하지만 자녀가 상처를 받고 사고를 당할까 봐 보호하려는 마음으로 하는 충고의 말이 자녀들의 앞 길을 제일 먼저 막아서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의 허락이나 지원을 받으려 하기보다는 가장 먼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하리만치 부모교육에 참석한 부모들은 모두 나의 말에 동조를 했고 충분히 이해를 했다.
우리는 한참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이 된 오바마 열풍에 사로잡힌 적이 있었다. 오바마는 유학생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사람이고 흑인이다. 바로 우리 이민자의 이야기다. 사회심리학자인 반두라 (Bandura)는 눈에 보이는 롤모델을 통해 사람들은 동기유발도 되고 자신감도 생기며 학습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바로 오바마의 힘찬 행진에서 이민자들은 희망을 갖게 되었고 그처럼 되고 싶어 하는 마음과 용기를 얻었다.
그러나 오바마가 이루어낸 믿기 어려운 현실을 부러워만 하거나 자녀들이 보고 배웠으면 하는 마음만으론 크게 변화되지 않는다. 오바마의 열풍이 내 자녀 내 가정에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아이를 변화시키려고 들기 전에 가장 먼저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의 마음가짐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아동의 잠재력을 키우는 것이 교육이고 그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은 부모의 바람이다. 소수민족이라 안되고, 능력이 부족해서 안되고, 재력이 뒷받침해 줄 수 없어서 안된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자녀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이다. 경제적 뒷받침이 적어도, 장애가 있어도, 아직 “커서 무엇이 될까?”하는 믿음이 서지 않는 약해 보이는 자녀라 할지라도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부모의 “말”과 “태도”이다.
또한 부모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간섭하고 부모가 알고 있는 미래의 틀에 맞추려고 노력을 한다면 분명 그 아이는 부모의 한계를 넘을 수 없는 것이다. 특히 부모세대가 가늠하지 못하는 AI시대가 시작되었고 부모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보지 못한 AI의 세계에서 살 자녀의 미래를 부모가 이끌 수 있을까? 자녀의 잠재력이 현실로 극대화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부모가 보이지 않는 자녀의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가질 때만 가능한 일이다.
과연 오바마의 엄마는 흑인이기 때문에 이룰 수 없는 것들을 나열하며 이것도 저것도 하면 안 된다는 제약 속에서 아들을 키웠을까? 아니면 자신이 교수이니 교수가 되는 길로 인도하려고 했을까? 아니면 흑인이라 꿈에도 생각해 볼 수 없는 일이지만 미국대통령에 도전을 해보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하며 키웠을까? 난 오바마의 엄마가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긍정적인 칭찬으로 자신감을 키워주고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엄마였기에 부모도 자녀도 상상할 수 없었던 잠재력을 일깨워 역사를 새로 쓴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조바심이 나는 것을 참고, 아들이 흑인으로서 겪어야 차별등을 무시하며, 오직 아들 오바마에 대한 믿음으로 자신의 초조함을 이겨낸 훌륭한 엄마라고 생각한다.
에릭슨 (Erickson)이 제시한 인간발달단계에서 보면 틴에이저 때는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심각하게 방황하는 시기이고, 이 격동의 시기를 거친 후에서야 스스로의 정체성을 이루게 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부모도 선생님도 어느 누구도 대신 고민해 줄 수도 없고 특정한 정체성을 갖도록 강요할 수도 없다.
강요는 오히려 역할의 혼란을 일으켜 자신의 잠재력에 걸맞은 사람으로 새로 태어나는 것이 어렵게 된다. 진정으로 현명한 엄마는 자녀가 스스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깨우쳐 가는 과정을 믿음으로 지켜보는 사람이다. 남의 도움이 많이 필요해 보이는 장애자녀라 하더라도 부모의 믿음과 허용이 자녀의 잠재력을 키우는 가장 큰 힘이다.
자녀 여러분!
부모의 반대를 무시한 후에 들 수 있는 죄책감은 무시하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며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