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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나길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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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Jun 18. 2021

내가 있어야 세상이존재하는 거야

나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라

      

 세상은 내가 있어야 존재하고 의미가 있어. 내가 없으면 세상의 존재 여부는 

나와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이지.     


 결혼하고 오직 돈을 벌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 엄마 자신은 사라졌어. 그 자리에는 아빠의 아내, 너의 엄마가 있었지. 엄마가 좋아했던 것, 하고 싶었던 일은 잊고 아빠가 좋아하는 음식을 밥상에 올리고 하는 일에 신경을 쓰며 너를 헐벗고 굶주리지 않도록 하려고 밤낮으로 일했어. 그렇게 번 돈은 언젠가의 행복한 삶을 위해 저축했지.      


 그러다 서른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경부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하게 되었어. 수술하고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통증이 얼마나 심한지 아무 생각이 안 나더구나. 옆에 있는 사람도 그 통증을 함께 느끼지 못하는, 온전히 엄마만이 감당해야 할 몫의 고통이라는 것을 알았단다. 그때 알았지 내가 존재해야 남편도 자식도 세상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그때 엄마는 엄마 자신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어.  

   

 통증이 진정되면서 아빠에게도 지금처럼 살지 않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날마다 보냈고 퇴원 후에는 언젠가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아빠와 수시로 싸웠어. 농장에서 1시간만 일하면 엄마는 체력이 방전되어 기진맥진해. 예전에는 참고 견디며 끝까지 일을 마무리했다면 암 수술 후에는 체력이 방전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하던 일을 멈추었지. 아빠는 그런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고 불평과 불만과 비난을 쏟아냈어. 엄마의 삶을 살기 위해 아빠와 싸우기를 10년, 지금은 아빠가 어느 정도 엄마를 인정하게 되어 다행이다 싶지만, 여전히 순간순간 엄마의 삶을 아빠 마음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어.     


 너에게 학교라는 문이 닫혔을 때, 네가 어둠 속 깊은 곳으로 숨어버릴까 봐 두려웠어. 다행스럽게도 한쪽 문이 닫히자 다른 쪽 작은 문이 빼꼼히 열리고 너는 용케도 그 문을 살며시 밀고 조심스럽게 한 발을 내디뎠어. 그런 네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여기 다른 문이 있잖아. 이쪽 문으로 나가봐’라고 윽박지르며 다그치지 않기 위해 엄마는 잠언을 수십 번 읽고 ‘베껴 쓰기’ 했다는 사실을 너는 모를 거야. 그래도 안 되면 호미를 들고 밭으로 나가 풀을 뽑았지. 엄마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무성하게 자란 미움, 원망, 분노, 성냄, 비판, 정죄도 풀과 함께 뽑아냈어. 말라비틀어진, 아사 직전의 칭찬, 격려, 사랑이 조금씩 생기를 회복하고 싹이 돋아나기까지 10년이나 걸렸단다.     


 그사이 너는 몸도 마음도 조금씩 회복되어 단단해졌지.     


CCM 가수 ‘소리엘’이 부른 ‘나로부터 시작되리’라는 복음송 가사     

주의 꿈을 안고 일어나리라

선한 능력으로 일어나리라

이 땅의 부흥과 회복은 바로 나로부터 시작되리.라는 후렴구처럼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되는 거야. 


하나님은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하다고 했고 너는 천하보다 귀한 한 생명인 거지. 네가 있어야 세상이 있고 네가 존재해야 이 세상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면 좋겠다.     


- 항상 너를 응원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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