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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나길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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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Jun 23. 2021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다면

나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라

      

나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에는 말과 글, 그리고 외모 또는 각종 예술작품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 엄마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아.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표현하기보다 선생님이나 부모님 말씀에 순종하고 따르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우며 자랐고 성격 또한 순종적이어서 그러나 봐.      


 오래전 이것이 인생이다.’에 출연한 후 우먼센스라는 잡지사 기자가 취재하러 왔었어. 질문을 통한 취재를 마치고 사진을 찍겠다고 해서 밖으로 나갔지. 마당 끝에 서서 눈앞에 펼쳐진 들녘을 바라보며 추억에 잠기는 자세를 취하라는데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어색하기만 했어.      

 팔과 다리는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고 표정은 어색함 그 자체였지. 계속 셔터를 누르며 좀 더 자연스러운 자세를 요구하는데 도무지 추억에 잠기는 모습을 연출할 수가 없는 거야. 그때의 당혹스러움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      


 너무나 오랫동안 감정이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을 억압당하며 살아온 세월이, 기뻐도 그 기쁨을 마음껏 드러내지 못하고 슬퍼도 그 슬픔을 다른 사람과 나누기 어렵게 해. 무엇보다 모델이나 CF 촬영하는 연기자들이 사진작가들의 요구에 따라 각기 다르게 반응하는데 때로는 그 반응에서조차 뭘 나타내기 위함인지 잘 알지 못한다는 거야.    

 

 가장 어려운 것이 옷 입는 것으로 엄마를 표현하는 것이야.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늘 다른 사람이 입던 옷을 물려 입어서 엄마가 직접 옷을 골라 입을 기회가 없었어. 그래서인지 엄마는 옷을 살 줄도 모르고 위아래를 조화 있게 맞춰 입지도 못해. 젊어서는 아빠에게 옷 입을 줄도 모른다고 핀잔을 들었는데, 옷 입는 감각이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닌가 봐.     


 외할머니는 그런 엄마를 못마땅해하셨어. 젊은 나이에 남들 다 입는 제대로 된 옷 한 벌 사 입을 줄 모르고 화장도 할 줄 모르냐고 역정을 내셨지. 3일 굶은 것은 몰라도 행색이 초라하면 가난이 머리 뒤 꼭지에 따라다닌다고 화장하고 옷을 갖추어 입은 다음 외출하기를 바라셨어. 결혼하고도 겨우 밥 먹고 사는 살림에 엄마 옷을 사 입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 했지. 이모 결혼식에도 오빠를 업고 가야 해서 청바지에 티 입고 갔다가 옷을 그렇게 입고 왔다고 혼났으니까.     


 꼭 비싼 옷을 사 입어야 품위 있어 보이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엄마가 돌보는 아이 중에 세월이는 옷을 참 잘 입는 것 같아. 용돈을 충분히 주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시장에서 옷을 사 입어야 하는데 인터넷에서 용케도 자기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찾아내서 사 입는 거야. 가정과 같은 환경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회복지시설이잖아. 부모 마음으로 관심을 기울인다고는 해도 부족함이 있을 텐데 전혀 그런 티 없이 단정하고 밝은 모습으로 외출하는 세월이를 보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또 하나 다행인 것은 네가 엄마를 닮지 않았다는 거야. 어려서부터 화장하는 것에 관심이 많더니 화장도 잘하고 머리 스타일이나 옷 입는 것, 모두 감각 있게 연출을 잘하는 것 같아 고마워.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 중에 옷 입는 것이 가장 눈에 먼저 보이고 느낌으로 기억되어서 중요한 것 같아. 사람은 첫 대면에서 3초 안에 그 사람의 이미지가 각인된다고 하니까 글이나 말로 엄마를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머리를 손질하는 연습도 해야 할 것 같아.      


엄마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엄마는 들꽃이 맞을 것 같아. 조용필 가수가 부른 들꽃의 노랫말처럼 수많은 꽃 중에 들꽃이 되어도 행복하리….     


-항상 너를 응원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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