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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Aug 11. 2021

나에게 일과 삶의 벨런스는

나에게 일과 삶은 하나입니다. 


삶 속에 일이 있고 일 속에 삶이 있기 때문이지요. 

DNA가 다른 아이들과 동고동락한 것이 20여 년!     


처음에는 일반가정 위탁부모로 위탁한 아이와 함께 가족으로 살며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항상 아이와 함께였고 그렇게 추억도 함께 쌓아 갔습니다. 그러다 네 살 때 만난 아이가 여덟 살이 되었을 때 아이를 원가족(부모)으로 보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법이 가정위탁은 장기보호가 아닌 단기보호라는 것이고 부모가 아이와 함께 살도록 교육하고 안내해서 원가족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맞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원가정으로 돌려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보육원에서 성장한 아빠는 가정의 가장으로서 아빠로서의 역할을 몰랐고 아이를 어떻게 훈육하는지는 더더욱 몰랐으며 생활도 안정되지 않았으니까요

그 아이를 돌려보내지 않기 위해 방법을 찾다 그룹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오직 한 아이를 위해 대학원에서 아동 가족복지를 전공한 후 아이와 함께 살기 위하여 전원주택을 짓고 시설 신고를 하고, 그때까지 초록우산에서는 오직 아이를 위해 기다려주었고 시설 신고가 끝나자 아이를 시설입소로 승인해주었습니다.     


이제 그 아이가 대학생이 되어 제 곁을 떠납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아이들과 함께 살았기에 일과 삶의 구분이 모호하고 삶이 일이고 일이 삶이었습니다. 세월은 흐르고 아이들과 종사자 가족이 함께 살 수 없다는 법이라는 것이 새로 생겨나고 간판도 없이 아이들에게 트라우마를 주지 않기 위해 일반 가정과 동일한 환경에서 양육한다는 취지는 희미해져 가고 있습니다.     


일반 가정과 같은 환경이기에 출퇴근하는 두 분의 선생님들은 직장생활이라기보다는 가정집 가사도우미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아 하루 8시간 근무, 주말과 공휴일에는 무조건 쉼, 사회복지정보시스템을 사용할 권한을 부여하고 행정업무를 일부 하도록 함, 부족한 시간은 제가 채웁니다.   

  

공휴일과 주말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24시간 아이들과 함께하고 처음 시작할 때 저와 약속했던 엄마의 밥상을 기억하게 한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침저녁 밥상을 제가 차리지요. 그 시간에 아이들과 대화도 하고 친밀감도 형성하고 제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수다 떠는 아이들을 보며 보람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여행도 다니고 취미 생활하며 삶을 즐길 나이에 무슨 고생이냐고 이제는 그만 내려놓고 편하게 살라고 충고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취미 생활은 사부작사부작 책 읽고 정리하고 글 쓰는 것이고 여행은 아이들과 함께 합니다. 처음으로 간 해외여행도 아이들과 함께 였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어 자립을 준비해야 하는 세명의 아이들과 함께 달랏으로 떠난 자유여행, 그리고 후원하는 베트남 아이의 가정을 방문한 것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경험과 추억을 남겨주었고 저에게는 잘 성장한 아이들이 고맙고 보람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남과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특별한 삶 과일의 조화입니다.     


나이를 먹은 탓일까요? 

때로는 일과 삶의 균형이 깨지기도 합니다. 

함께 달랏으로 여행을 떠났던 아이들이 제 곁을 떠나 홀로서기를 하고 다시 9월 1일에 다른 아이가 즐거운 집의 가족이 됩니다. 방임이거나 신체학대이거나 성학대이거나 정서학대이거나 어떤 형태로든 상처 받은 아이이겠지요. 아이가 입소하면 아이와 함께 그 가정의 문화가 따라옵니다. 폭력적일 수도 있고 무기력할 수도 있으며 먹고 입고 말하는 문화일 수도 있지요. 


24시간 365일 함께 살아야 하는 공동생활 가정의 특성상 즐거운 집 문화에 흡수되어야 하는데 그 기간이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6~7년 걸리기도 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아이와의 동거는 저의 일상을 깨뜨립니다. 이런 날이 일주일 이상 계속되면 급 우울해지고 맥이 풀립니다. 


힘들고 지칠 때 커피 한잔 들고 골방에 들어가 멍하니 앉아 있거나 책을 읽으며 잠시 책 속에 빠져들거나 산책을 하거나 기도하거나 글을 쓰는 저만의 시간은 에너지를 충전하기에 꼭 필요한 시간입니다. 하루에 1~2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이 있기에 제 삶의 수레바퀴는 계속해서 구르고 있는 것 아닐까요?     


오늘도 나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두 평 정도의 작은 골방에서 나만의 방법으로 에너지를 충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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