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쿠키 153
사진&편집/nagil_avagia
서울이라는 낯선 땅에서 오직 공부가 하고 싶어
야간 상고에 입학하고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하교 길 버스 안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어요.
밤 10시가 넘은 시각에 버스 종점에서 내려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올라 가는데 몸으로 느껴지는 불안감은 뭐지?
엄습해 오는 불안감에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해 걷는데
누군가 등 뒤에서 따라오는가 했더니
순간 책가방을 낚아채 앞서가며 '따라와'하는 거예요.
키카 크고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제 가방을 가지고 앞서 가며 따라오라고 하는데
어두운 골목길에서 도움을 청할 곳은 없고 무서웠지만 따라갔어요.
자취방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재개발구역으로 여기저기 부서진 벽돌이 나뒹굴구는
폐허 같은 곳이 나타났어요.
남학생은 절반쯤 무너진 한 벽에 기대어 섰어요.
뒤 따라가던 저도 멈추어 섰지요.
가방 두 개를 조금 떨어진 곳에 놓고는
어느 학교에 다니냐
몇 학년이냐
이름이 뭐냐 등 저에 대하여 물었어요.
대답을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서 이 상황에서 도망갈까만을 생각했지요.
때마침 어떤 아저씨가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 보였어요.
순간적으로 "오빠"하고 부르며 가방을 집어 들고 뛰어가서
그 아저씨 옆에 붙어 걸었어요.
아저씨는 말이 없었고 저의 가방을 들고 갔던 남학생은
'너 두고 보자'하고는 옆을 지나쳐 앞서 갔어요.
만약 오빠라고 부르며 다가간 그 아저씨가
나쁜 마음을 먹고 저를 데려가 어찌어찌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찔해요.
다행히 그 아저씨는 말없이 걸었고
저는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제 자취방으로 갈 수 있었어요.
이때 필요했던 것은 지식도 돈도 아닌 지혜였어요.
살면서 돈보다 지식보다 지혜다 더 필요할 때가 많아요.
지혜는 원하는 모든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귀하고 진주보다 났다는 말을 믿어요.
돈이나 지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데 지혜가 상황을 해결할 때가 있으니까요.
그런 지혜가 저에게 많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