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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Apr 21. 2020

5. 내가 있어야 세상이 있다

찬희에게

5. 내가 있어야 세상이 있다    


세상은 내가 있어야 존재하고 의미가 있다. 내가 없으면 세상의 존재 여부는 나와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엄마는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아빠의 아내, 너의 엄마가 있었다. 내가 좋아했던 것, 하고 싶었던 일은 잊었다. 그리고 아빠가 좋아하는 음식을 밥상에 올리고 하는 일에 신경을 쓰며 너를 헐벗고 굶주리지 않게 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했다. 그렇게 번 돈은 언젠가의 행복한 삶을 위해 저축했다. 

그러다 서른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경부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하게 되었다. 수술하고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통증이 얼마나 심한 지아 무생각이 안 나더구나. 옆에 있는 사람도 그 통증을 함께 느끼지 못하는, 온전히 엄마만이 감당해야 할 몫의 고통이라는 것을 알았단다. 그때알았지내가 존재해야 남편도 자식도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엄마는 언젠가의 행복한 삶을 위해 오늘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통증이 진정되면서 아빠에게도 지금처럼 살지 않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날마다 보내고 퇴원 후에는 언젠가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아빠와 수시로 싸웠다. 농장에서 1시간만 일하면 엄마는 체력이 방전되어 기진맥진한다. 예전에는 참고 견디며 끝까지 일을 마무리했다면 지금은 체력이 방전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하던 일을 멈춘다. 아빠는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불평과 불만과 비난을 쏟아냈다. 엄마의 삶을 살기 위해 아빠와 싸우기를 10년, 지금은 아빠도 그런 엄마를 존중하게 되었다.    

학교라는 문이 닫혔을 때, 네가 어둠 속 깊은 곳으로 숨어버릴까 봐 두려웠다. 다행스럽게도 한쪽 문이 닫히자 다른 쪽 작은 문이 빼꼼히 열리고 너는 용케도 그 문을 살며시 밀고 조심스럽게 한 발을 내디뎠다. 그런 네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여기 다른 문이 있잖아. 이쪽 문으로 나가봐’라고 윽박지르며 다그치지 않기 위해 엄마는 잠언을 수십 번 읽고 베껴 쓰지 했다는 사실을 너는 모를 거야. 그래도 안되면 호미를 들고 밭으로 나가 풀을 뽑았지. 엄마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무성하게 자란 미움, 원망, 분노, 선냄, 비판, 정죄도 풀과 함께 뽑아냈다. 말라비틀어진, 아사 직전의 칭찬, 격려, 사랑이 조금씩 생기를 회복하고 싹이 돋아나기까지 10년이나 걸렸단다.

 그 사이 너는 너만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다행이다.

‘저 높은 하늘 위로 밝은 태양 떠오르듯이 난 주저앉지 않으리. 어떤 어려움에도 주의 길을 선택하리. 빛 가운데로 걸으리. 주님을 크게 보는 믿음 가지고 세상에 나타내리라 놀라운 주의 사랑을 주의 꿈을 안고 일어나리라. 선한 능력으로 일어나리라 이 땅의 부흥과 회복은 바로 나로부터 시작되리. 주의 꿈을 안고 일어나리라.’ 

CCM 가수 소리엘이 부른 ‘나로부터 시작되리.’라는 CCM 가사처럼 모든 것은 너로부터 시작되는 거란다. 한 생명이천하 보다 귀하다는 성경 말씀처럼 너는 온 세상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존재다. 네가 존재하지않는이세상은 아무 의미가 없다.

-무조건 너를 지지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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