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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Sep 30. 2021

먹을 것과 입을 것

말씀 쿠키 153

사진/류 병장, 편집/nagil_avagia


우리는 항상 부족함을 느끼며 살아요. 

부족함을 넘어 상대적 빈곤으로 인하여 좌절하여 절망하는 일도 많아요.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충분히 있는데도 말이죠. 

특히 다른 사람이 좋은 차를 타면 나도 타고 싶고 

친구가 명품 가방을 들고 유명한 디자이너의 옷을 입고 나타나면 

은근히 배가 아파오기도 하지요. 


사람에 따라먹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도 있고 

입는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도 있어요. 

친정어머니는 입는 것에 굉장히 애민 하셨어요. 

삼일 굶는 것은 몰라도 행색이 초라하면 가난이 뒤통수에 따라다닌다고 

깔끔하게 제대로 입고 다니라고 하셨지요. 


가난한 남자와 결혼한 저는 오직 잘살기 위해 

먹는 것과 입을 것을 소홀히 하며 저축하고 또 저축했어요. 

그런 저를 어머니는 몹시 못마땅하셨지요. 

젊은것이 화장도 하고 옷도 제대로 입고 다니지 

추리닝 바지 입고 시장에 간다고 노발대발하셨어요. 

80년대 초반 여동생 결혼식에 갈 때도 돈이 없기도 했지만 

갓 돌 지난 아이를 업고 장시간 차를 타고 가야 해서 청바지에 티를 입고 갔어요. 

어머니는 기겁을 하셨고 결혼식 날 아침 시장에 데리고 나가 블라우스를 사주셨어요. 

하객들에게 당신 딸의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예요. 

심지어 막내 여동생 결혼식 때는 

한복이나 양복을 갖추어 입지 않으면 결혼식에 오지 말라고 하셨어요. 

양복 입기를 싫어하는 남편은 안 가고 

저는 남양주까지 한복을 싸가지고 가서 결혼식에 참석해야 했어요. 


먹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도 있지요. 

저희 아이들이 그래요. 

가정에서 밥을 제대로 해 먹지 않고 

인스턴트 음식을 주로 먹었거나 외식을 주로 한 아이는 

식습관에 따라 그런 음식을 좋아해요. 

문제는 먹어도 먹어도 또 먹으려고 한다는 거예요. 

심지어 너무 많이 먹어서 토하기도 해요. 

뷔페식으로 준비하고 충분히 먹도록 하는 훈련을 하는데 

먹는 것에서 자유롭기까지 몇 년씩 걸리기도 해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가난해서 먹고 싶은 것 못 먹고살아서 

결혼식장 뷔페에 가면 좋아하는 음식을 조금 많이 먹게 돼요. 

과식을 하는 거지요. 

소화가 안되어 힘들어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보면 

남기는 것이 아까워서라는 합리화를 해가며 과식을 하게 돼요. 

저 또한 먹는 것에서 자유롭기까지 오래 걸렸어요.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이것으로 만족했으면 좋겠어요. 

지구 이편의 소식이 실시간으로 지구 저편까지 전달되는 요즈음은 

내가 가진 것으로 만족하기가 더욱 어려운 것 같아요. 

비교 대상이 내 이웃에서 세계로 넓어져서 그래요. 

만족할 만큼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으면 만족할까요? 

아닐 거예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까요. 

작은 것에 만족하는 삶, 

먹을 것과 입을 것만 있어도 만족하는 삶도 연습이 필요해요.

상대적 결핍으로 늘 부족함을 채우려고 하다가 

지금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놓칠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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