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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Oct 07. 2021

부족함이 없다

말씀 쿠키 153


사진&편집/Nagil_avagia



세상에 부족함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아무리 돈이 많고 가진 것이 넘쳐도 부족함이 보이고 그 부족함을 채우려고 하는 것이 인간이 아닐까 싶어요.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전혀 다른 것이 보이는데 그걸 보지 못해요. 해보지 않으면 안보이니까요. 허허벌판에 전원주택을 짓고 아이들과 생활한 것이 벌써 14년이 되었어요. 겨울이면 시베리아 벌판을 상상할 만큼 추워요. 태풍이라도 오면 창문은 온통 덜컹거리며 울어대고 금방이라도 어 이상 견디지 못하고 바람과 함께 날아가버릴 것 같아 무서워요. 


조금이라도 추위와 바람을 막아보려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주변에 파이프를 세우고 올렸다 내렸다 하는 윈치커튼을 설치했어요. 비닐은 햇볕에 녹아 일 년에 한 번씩 교체해 주어야 하고 교체한 비닐은 환경을 오염시키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 엄두를 못 내고 있었어요. 간절히 바라고 바라니 기회가 왔어요. 공동모금회에서 소규모 사회복지 기관의 기능보강 사업을 지원하는데 신청할 수 있는 기회를 꼭 붙잡았어요. 이름하여 ‘ESG 기능보강 사업’ 환경을 지키고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기능보강사업으로 사업계획을 했고 선정되어 공사가 진행 중이에요. 비닐을 걷어내고 창틀만 설치해 놓았는데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해요. 

공사 시작
역사 속으로 사라질 2층 베란다

전원주택을 짓고 이사하면서 2층 베란다에는 화초로 가득 채웠어요. 남향이라 화초는 잘 자라주었고 집을 방문하는 분들마다 바쁜 와중에 어떻게 이렇게 화초를 잘 키우냐고 해서 기분이 좋았고 아이들에게 다양한 화초에서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으니 좋았어요. 이제 화초를 모두 1층으로 내려 놓고 그 자리에 탁자와 의자를 놓아 카페처럼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해요. 창문 밖으로 38 국도를 내달리는 차들을 볼 수 있고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아이들은 음료수와 간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책도 읽을 수 있을 거예요. 


1층은 1 층대로 화초가 내려오니 주변의 잡다한 물건만 정리하면 그대로 카페가 돼요. 요즈음 같이 코로나로 외부 사람이 기관을 방문해도 차 한잔 마시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안성맞춤이에요. 2층 올라가는 계단 입구에 설치한 윈치 커튼을 걷어 내고 창문을 설치하니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상상하지 못한 일을 상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은 부족함이 없이 느껴져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사울 왕에게 10년 동안이나 쫓겨다니며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다윗은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다고 노래해요. 아마도 마음 조이는 긴박한 상황을 벗어나 잠시 평안함을 느꼈을 때 부족함이 없다는 노래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봐요. 


오늘 하루는 습관적으로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것들을 다른 각도에서 보고 생각해 보려고 해요. 

그러면 부족함을 느끼며 힘들어했던 것들이 새롭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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