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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Oct 19. 2021

놀라지 말라

말씀 쿠키 153

사진/류 병장, 편집/Nagil_avagia


누군가 나와 동행한다는 것은 참 든든한 일이에요. 어렵고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는 더욱 그래요. 동행한다는 것은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걷는 것, 비난하고 정죄하지 않고,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그냥 곁에 있어 주는 것인 것 같아요. 사람은 참 어려워요. 잘못을 지적하여 바로 잡아 주고 싶고 내가 아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어 지니까요.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따뜻하게 손잡아 주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될 때가 있어요. 서른다섯에 경부암으로 수술하고 통증으로 고통스러울 때 목사님이 두 시간을 달려 병문안을 오셨어요. 절망 가운데 있는 저를 향해 하나님 말씀을 구구절절 설명하며 위로하고 기도할 줄 알았는데 목사님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성경 한 구절 읽고는 아무 설명도 없이 따뜻하게 손잡아 주며 간단하게 기도하고 ‘다 잘 될 겁니다’ 하고 가셨어요.      

한계를 넘어서는 고통으로 힘들어할 때는 따뜻하게 손을 잡아 주는 것이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일주일 전 2년에 한 번씩 하는 건강검진을 했어요. 위내시경 하는 것이 정말 싫은데 해야 한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데 예약한 순간부터 마칠 때까지 긴장되고 두려워요. 처음에는 수면내시경을 했는데 깨어났을 때 어지러워서 일반 내시경을 해요. 검사하는 동안 까만 호스가 목을 타고 들어가 묵직한 것이 뱃속을 휘젓고 다녀는 것이 참기 힘든데 그 시간이 길지 않으니 이를 악물고 견뎌요. 검사하는 것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결과예요. 


지금까지 네 번의 건강검진에서는 특이 사항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위에 용종이 몇 개 있다고 하시며 조직을 떼어냈어요. 검사가 끝나고 컴퓨터 화면에 비친 저의 위는 깨끗한데 서너 군데 작은 혹이 있고 그중 하나에 피가 난 것이 보여요. 조직을 떼어낸 곳이라고 해요. 용종은 누구나 있을 수 있고 특별한 것은 아닌데 그래도 일주일 후에 결과를 보자고 하셨어요. 의사 선생님은 놀라지 말라고 하는데 저는 놀라고 걱정돼요.


오늘이 그날이에요. 제가 아프면 일곱 명의 아이들이 힘들어져요. 하나님은 그 아이들을 위해 그동안 저에게 건강을 주셨어요. 하나님의 의로운 오른팔로 붙들어 주셨다는 것을 믿어요.  

    

어려서부터 어머니 손에 이끌려 교회에 다닌 덕분에 사람을 의지할 수 없을 때 하나님을 찾게 돼요. 한때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서 수다를 떨며 나의 짐을 덜어냈는데 전화를 끈고 났을 때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라는 후회와 함께 공허함이 밀려와서 그만두었어요. 지금은 깊이 생각해서 결정할 일이 있거나 스트레스 상황이 발생하면 골방에 들어가 하나님 앞에 독대하고 앉아 얘기해요. 솔직하게 저의 마음을 다 털어내고 하나님의 조언을 기다려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을 때가 훨씬 많아요. 그래도 괜찮아요. 제 마음의 짐을 덜어냈으니까요.      

이 새벽 하나님은 저에게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고 해요. 항상 나와 동행하는 하나님을 믿고 의지해요. 하나님은 저를 책망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내가 항상 네 곁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해요. 두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토닥토닥해주었던 말씀이 오늘은 저를 위로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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