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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Oct 23. 2021

자랑하지 말라

말씀 쿠키 153


내일 일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일은 고사하고 잠시 후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알 수 없는 것이 우리 삶인 것 같아요. 일상적으로 특별한 일 없이 살아가지만 때로는 퇴근하는 길에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뻥 뚫린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다 어디선가 날아든 쇳덩어리에 자동차 앞유리가 와장창 깨지며 사고가 나기도 해요. 삼풍백화점에 쇼핑하러 갔다 갑자기 무너져 건물 잔해에 깔리기도 하고 멀쩡하던 성수대교가 갑자기 무너져 아수라장이 되는 것을 뉴스를 통해 보게 되고요.


각종 사건 사고를 볼 때면 지금 내가 여기에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인간은 간사해서 감사는 순간이고 나와는 상관없다는 듯 살아가며 너보다 나은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하고 살아요. 나이 40이 넘으면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느냐보다 내 자식이 어떠냐에 따라 기가 죽고 사는 것을 보아요. 내 자식이 공부 잘하고 승승장구하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고 그렇지 않으면 기가 죽어 말을 아끼게 되고요.


내일 일은 알 수 없어요. 그러니까 자랑할 수도 없어요.


아들과 딸 두 아이를 키웠는데 아들은 경기도에서 영재아로 선발되어 아주대학교에서 영재교육을 받을 만큼 명석한 두뇌를 가졌고 딸은 평범한 아이였어요. 말이 없고 자기 할 일만 하는 아들과 극도로 애민 하고 급한 성격에 오지랖이 넓은 딸은 항상 서로 자기가 옳다고 논쟁을 벌였지요. 

 어느 날 함께 외식을 하러 가는데 차 안에서 어떻게 부자가 될 것인가에 대하여 논쟁이 시작되었어요. 중학교 3학년이었던 아들은 실력이 있으면 돈 있는 사람이 자기에게 투자를 할 것이고 그 돈을 이용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하고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딸은 아니다 부자가 되려면 저축을 해야 한다. 일단 종잣돈을 만들어야 그 돈으로 사업을 하거나 투자를 할 수 있으니까 아끼고 아껴 저축해야 한다고 했어요. 

 둘의 논쟁은 평행선을 달리다 딸이 “그래 오빠는 똑똑하니까 다른 사람이 투자해주겠지만 나는 실력이 없으니까 아끼고 아껴서 부자가 될 거야. 그럼 됐지? 흥!!”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어요.


이처럼 너무나 달랐던 두 아이가 지금도 전혀 다르게 살고 있어요. 저의 자랑이었던 아들은 지극히 평범하게 살고 언제나 저의 걱정이었던 딸은 씩씩하게 길을 가며 좌충우돌 자기를 세워가고 있어요. 하루 동안에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하물며 아이들이 성장해서 어떻게 살아갈지는 예측 불가능한 것 같아요.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는 말씀이 마음판에 새겨지는 순간이에요.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우리 이웃이 오늘 하루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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