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길 조경희 Jan 19. 2022

자기완성

인생 독본 365

자기완성   

  

인간의 자기완성은 자기 자신에게서 얼마나 해방되었는가에 따라 가늠된다고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자기완성은 뭘 말하는 걸까요? 그리고 자기완성이 왜 중요할까요?


완성은 완벽과는 달라요. 아이들이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 마음대로 되지 않아 조금 해보다 포기하는 아이가 있어요. 소근육이 발달한 아이는 꼼꼼하게 나름의 작품을 완성하지만 대근육이 발달한 아이는 꼬무락꼬무락 그리는 것을 못 견디고 대충 그려 놓고 일어나서 뛰어놀지요. 그때 선생님은 그림을 완성하고 놀라고 말해요.


여기에서의 완성은 완벽한 완성이 아닌 잘 그리든 못 그리든 자기가 그리려고 했던 그림을 마무리하라는 의미예요. 만약 아이가 도화지 중앙에 찌그러진 동그라미 하나를 그려 놓고 다 그렸다고 하면 선생님은 더 그리라고 해요. 그런데 아이는 왜 그렇게 그렸는지 찌그러진 동그라미가 뭘 의미하는지 구구절절 설명하며 더 이상 그리기를 거부한다면 그 자체가 완성된 그림이 아닐까 싶어요.


완성은 완벽하게 무엇인가를 마무리한 것을 말하지는 않아요. 누구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찌그러진 그림을 그린 아이처럼 아이는 그림을 완성했다고 생각하는데 선생님은 미완성이라고 보고 더 그리기를 요구해요. 우리는 선생님처럼 타인의 완성을 평가하고 비판하고 정죄하는 오류를 범해요. 


특별히 자아가 강한 사람이 있어요. 나이가 많고 적음에는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다섯 살에 만난 현이는 모든 것을 자기가 주도하려고 하고 자기중심으로 보며 그렇지 않았을 때 화를 내요. 상대가 누구든 상관이 없어요. 어제도 이가 아프다고 해서 치과에 가는데 뒷좌석에 앉아 끊임없이 저에게 지시하는 듯한 말을 해요.‘너무 늦게 가지 않아요? 왜 이렇게 늦게 가요. 빨리 가야 하는 것 아니에요?’ 등등 이렇게 하세요. 이렇게 하는 거예요.라는 말투를 고쳐주기 위해 지난 2년간 노력했는데 여전히 그런 말을 사용해요. 


자기 또래 아이에게는 자기 방법대로 놀고먹고 행동하기를 요구해요. 그렇지 않을 때 버럭버럭 화를 내서 놀이 시간을 짧게 주고 자기 방에서 각자 놀도록 하는데 자기 방에서 놀다가도 거실에서 무슨 소리가 나면 나와서 잔소리를 해요


네가 선생님도 아니고 준이의 모든 행동을 네 마음대로 조종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해주고 또 말해주어도 아이는 여전히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불편하고 화가 나는 것 같아요. 인지구조의 문제가 아닐까 싶어 심리검사를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은 HDAD로 보고 약물 복용을 권했어요. 저녁마다 약을 먹이며 놀이치료를 병행했어요. 6개월 정도 먹여도 별 효과가 없고 놀이치료 선생님도 인지구조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고 해서 중단했어요. 자아가 강해도 너무 강한 것인지 다섯 살까지의 경험이 각인되어 변하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현이의 경우 자아에서  해방되어야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것 같아요.    

  

현이만큼은 아니어도 자아가 강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기가 힘들어요. 다른 사람이나 상황을 자기중심으로 보고 해석하고 평가하니까요. 자아를 깨뜨린다고 자아존중감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자아존중감이 높은 사람은 자아를 깨고 나와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살기가 쉬워요. 


우리는 삶의 여정을 통해 자기완성을 향해 가고 있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