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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Jan 25. 2022

쓸데없는 지식

인생독본 365

쓸데없는 지식     


쓸데없는 학문을 많이 배우기보다는 몇 가지 삶의 규칙을 아는 것이 낫다. 삶의 규칙은 우리를 악에서 지켜주고 선을 향하게 한다. 쓸데없는 학문적 지식은 우리를 오만의 유혹으로 이끌 뿐이며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규칙을 명확히 이해하는데 방해만 된다. -인생독본 73p-     


지식이라고 다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하지요. 정보와 지식이 차고 넘치는 세상에서 보통의 사람으로 살아가는 내가 아는 지식은 극히 작은 한 부분일 텐데 마치 내가 아는 지식이 전부인 것처럼 그와 관련하여 모르는 사람을 무시하고 자랑하는 일이 있어요. 저는 아이들에게 그런 지식은 쓰레기만도 못한 지식이라고 말해요. 쓰레기는 재활용되지만 그런 지식은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해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해줘요.


제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아이들에게도 책 읽기를 강조해요. 가장 좋은 친구가 책이었으면 좋겠다거나 책은 혼자 있을 때 좋은 친구가 되어 준다거나.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면 성공하는데 그 시간에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좋다거나, 아무리 기술이 좋고 능력이 있어도 생각할 힘이 없으면 빛을 발할 수 없다고 책 읽기를 강조하고 또 강조해요. 


그러다 보니 가끔 책 읽기를 이용하는 일이 있어요. 예를 들면 자기 방을 엉망으로 늘어놓고 거실에 나와 책을 읽고 있는 경우에 ‘소리야 네 방이 너무 난장판인데 정리 먼저 할래’하면 소리는 대뜸 ‘저 책 읽고 있잖아요.’라고 말하며 일어서지 않아요. 그러면 저는 ‘그렇게 얻은 지식은 쓰레기만도 못한 거야. 왜냐하면 그렇게 얻은 지식으로 남을 무시하거나 해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야.’라고 말하며 책을 덮어 놓고 방 정리를 먼저 하기를 요구해요.


이런 경우 순종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혼잣말로 맨날 책 읽으라고 했으면서 방 정리하라고 한다고 중얼거리고 짜증 내며 책을 밀치고 방으로 들어가는 아이가 있어요. 평소에 책을 잘 읽지 않고 자기 할 일도 안 하는 아이들이 그래요. 지식보다 더불어 살기 위해 지켜야 하는 규칙을 알고 지키며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것이 더 필요해요.


즐거운 집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십계명을 정하고 규칙을 지키며 더불어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데 2022년에는 두개를 추가하자는 제안이 들어와서 12 계명이 되었어요. 코팅해서 화장실 문 안쪽에 걸어 놓고 혼자만의 시간에 한 번씩 읽어보고 규칙을 지키는 삶을 살기를 바라고 있어요.    

 

20년 전 안산 동산고등학교 김인중 이사장님이 ‘배워서 남 주자.’는 슬로건을 내 걸고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선한 영향을 끼치는 삶을 살기를 강조하셨어요. 아이 입학식에 가서 그 말씀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고 이후 무엇을 배우든지 어떻게 나눌까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배운다는 것은 지식을 내 안에 쌓는 것이 아닌 다른 곳으로 흘려보내기 위한 작은 웅덩이라는 생각을 해요. 웅덩이가 차고 넘치면 다른 곳으로 흘러가게 되듯 지식도 다른 곳으로 흘려보내야 오만함의 늪에 빠지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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