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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Feb 03. 2022

주는 만큼 커지는 것

인생독본 365

주는 만큼 커지는 것     


차고 넘쳐서 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나도 부족한 것을 나누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어요. 차고 넘친다는 것도 사람마다 기준이 달라서 쌓고 또 쌓아 쌓을 곳이 없을 것 같은데 부족함을 느끼며 나누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없는 중에 있는 것을 기꺼이 나누는 사람도 있어요.      


벤담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한 만큼 자신의 행복이 커진다고 말해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경험을 통해 배웠어요. 저는 어려서 몸이 허약하고 잘 아파 온 가족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했어요. 그 때문인지 기질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남을 돕기보다 제 자신의 일이 먼저였고 다른 사람 일에 별 관심이 없었어요. 제가 다른 사람 일에 관심이 없고 참견하지 않는 만큼 누군가 제가 하는 일에 간섭하면 몹시 불편했어요.


그런 제가 서른다섯에 경부암으로 수술하고 DNA가 다른 아이들을 키운다고 했을 때 주변의 모든 사람이 반대했어요. 몸도 약하고 무엇보다 이기적이며 자기밖에 모르는 제가 어떻게 그런 희생을 요하는 일을 하겠냐는 것이었지요. 제가 생각해도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는데 자석에 끌리는 쇠붙이처럼 무엇인가에 이끌려 가정위탁부모가 되었어요. 정부의 지원이 없던 때라 아이를 돌보는 어려움과 아이에게 들어가는 교육비와 생활비 모두를 제가 책임져야 했지요. 그렇게 시작한 일이 20년이 되었는데 그동안 저는 놀라울 만큼 건강해졌어요.


이번 설은 연휴가 5일이나 되는데 선생님들은 공휴일에 모두 쉬고 저 혼자 아이들과 함께 했어요. 설 명절이지만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식탁을 준비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놀이지도하고 학습지도하고 잘 자는지 점검하다 밤 11시가 되면 몸은 녹초가 돼요. 그 피곤함이 싫지 않음은 시끌벅적 사람 사는 소리가 나고 눈 뜨고 일어나면 아이들을 위해 할 일이 있어 움직이니 건강이 따라오기 때문이에요.


이번 설 연휴에는 폭설이 내려 코로나로 놀이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되었어요. 아빠는 아이들과 함께 마당에서 키가 180cm나 되는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고 저는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기록했어요. 아이들은 손발이 꽁꽁 얼어도 마냥 신나서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해요. 행복한 웃음소리가 담을 넘어가는 것을 보며 저의 몸은 에너지로 충만해져요. 저는 이런 것을 젊은 에너지를 수혈받는다고 하지요.   

  

큰아이들은 사진찍기 싫어해서 작은 아이 둘만 찰칵^^

아이들이 밝게 웃을 수 있는 공간과 시간과 에너지를 내어주고 저는 젊은 에너지를 수혈받아 돈 주고 살 수 없는 건강과 행복을 선물 받았어요.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한 만큼 자신의 행복이 커진다는 말은 진리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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