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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Apr 28. 2020

책장을 정리하며

글을 쓴다는 것




책을 좋아하지만, 엄청 많이 읽지는 못합니다. 빠르게 읽지도 못하고 책 읽는데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60평생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책하고 놀았습니다. 


그런데 그때그때 주어지는 책을 보거나 누가 소개한 책을 사서 보고 책장에 꽂아 놓은 책들이 뒤죽박죽인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소설, 수필집, 인문학, 심리학, 종교, 자기개발, 역사 종류도 다양합니다. 이사를 하거나 가구를 옮길 때 정리를 몇 번 했지만 제대로 분류해 놓지 않아 여전히 뒤섞여 있는 것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

제 나이 30대 중반에 참 힘들고 어렵게 살았습니다. 내 나이 61세가 되면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책으로 써서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견디어냈습니다. 이제 그 시간이 되어 광야의 인생길을 어떻게 걸어왔는지, 그때 만난 생수는 무엇이었는지 쓰려고 하니 책장을 정리할 필요성이 느껴집니다.


그동안 두 권의 책을 썼습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희망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책을 펴내며 잘 팔려서 내가 양육하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면 좋겠다는 소망도 품었습니다. 그런데 하루에도 수십 종씩 쏟아지는 책 속에서 저의 책은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유명작가도 아니고 어휘력이 풍부하지도 않아 가독성도 없고 관심을 끌 만한 그 무엇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쓰고 싶은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읽고 싶은 책을 써야 한다는데 요즘 독자가 어떤 책을 읽고 싶어 하는지 분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행복의 온도》는 독자의 마음에 희망의 씨앗 하나를 심었고 몇 분의 가슴속에서는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는 것을 보며 책을 쓰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올해 코로나19로 방콕에서 사는 동안 또 한 권 분량의 초고를 완성하여 제 손을 떠나보냈습니다. 이 또한 독자가 읽고 싶은 글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제가 학교 밖 아이를 키우며 3년 동안의 힘든 시간을 보낸 후 아이에게 보낸 편지글이니까요.


지금 책장을 정리하는 것은 30대 중반, 생각했던 책을 쓰기 위함입니다. 나에게 신앙은 무엇이었으며 내 인생에 믿음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신천지가 코로나19 확산의 중심에 서며 종교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더 많아진 것이 사실이고 교회 안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입니다. 이런 시점에서 이름도 없는 잡초 같은 삶을 살아온 평신도가 신앙 관련 책을 쓴다는 것은, 이번에도 독자가 읽고 싶은 책이 아닌 제가 쓰고 싶은 글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책장의 다른 책들은 모두 빼내고 그동안 읽고 도움을 받았던 신앙 서적으로 채운 후 저를 다시 한번 점검하며 신앙이 제 삶에 미친 영향에 대하여 살펴보고 싶습니다

.

부족한 글을 읽어 주시고 또 공감해 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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