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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생각을 나누는 Tiki-taka

소리에게

by 나길 조경희
소리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 (38).png

아이마다 편차는 있지만 보통은 아기가 태어나서 2-4세가 되면 말을 하게 되고 말을 시작하면서 질문도 시작돼. 아이에게 세상은 신기하고 놀라운 것으로 가득하거든. 같은 것을 반복해서 묻기도 하고 꼬치꼬치 캐묻기도 하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끝까지 다정다감하게 대답해 주기는 쉽지 않아. 어른들에게 그것은 신기하지도 놀랍지도 않은 일상이고 그냥 존재하는 그 무엇이기 때문이야.


너도 예외는 아니어서 많은 질문을 했는데 다행히 엄마가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면서 경험치가 쌓여 질문을 되받아 너에게 질문해서 너의 생각을 들어보는 경우도 많았어. 지금까지 기억나는 놀라운 질문은 '라푼젤'이라는 동화책을 읽어줄 때인데 왕자가 라푼젤을 만나러 갔다가 마녀로 인해 실명하게 되고 왕자는 앞이 안 보이는데 라푼젤을 찾아 숲 속으로 갔어. 다행히 라푼젤을 만났는데 라푼젤이 너무 기뻐 눈물을 뚝뚝 흘리자 그 눈물이 왕자의 눈에 들어가 눈이 번쩍 떠졌다는 이야기와 함께 삽화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왕자의 키가 더 크고 라푼젤의 키가 더 작게 그려져 있었어. 엄마는 별생각 없이 보아 넘겼는데 너는 이상하게 보였나 봐. '엄마 라푼젤의 키가 작고 왕자의 키가 더 큰데 어떻게 라푼젤의 눈물이 왕자의 눈에 들어갈 수 있어요?'라고 물었어

그러고 보니 라푼젤보다 왕자의 키가 더 크게 그려져 있었어. 우리는 그 그림에 대하여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던 것 같아


그때 엄마는 네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얼마나 특별하지 느꼈단다. 엄마도 어릴 적엔 세상에 궁금한 것이 참 많았어. 하지만 내 생각을 나눌 사람이 없기도 했고 어쩌다 선생님께 질문하면 쓸데없는 질문 해서 수업분위기 망친다고 야단을 맞았어. 야단맞는 일이 반복되면서 내가 이상하게 보일까 봐 질문하는 것을 멈추게 되었지.


그런데 성장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엄마는 깨달았어. 내 생각을 솔직하게 꺼내서 누군가와 나누는 순간을 통해 우리는 생각이 더 넓고 풍성해진다는 것을 말이야. 누군가와 생각을 나누면 내 안에만 있던 작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만나 더 크고 멋진 생각으로 자라나기도 하거든. 때로는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지만 그 틀림을 통해 더 깊이 배우고 더 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소리야. 생각을 나눈다는 것은 단지 내 의견을 말하는 것만이 아니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그 안에 담긴 마음과 이유를 이해하려는 마음도 함께 필요해. 엄마는 네가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를 바라. 다름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리혀 그 다름이 우리를 더 풍요롭게 해 준다는 것을 기억해 줬으면 해.


sticker sticker


생각을 나눈다고 하면 진지하게 앉아 논리적으로 길게 얘기하는 것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꼭 진지하고 논리적으로 하는 말만이 생각을 나누는 것은 아니야. 엄마와 네가 Tiki-taka 말싸움하듯이 주고받는 대화도 생각을 나누는 거야. Tiki-taka는 짧고 빠르게 생각을 주고받으며 어떤 상황의 합일점을 찾아가거나 원하는 것을 요구해서 얻어내기도 하지. 그 과정에서 논리적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방법을 배워가기도 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잖아. 그러니까 Tiki-taka는 단순한 말싸움이 아닌 토론을 잘하기 위한 연습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ki-taka


엄마는 네가 앞으로도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엄마나 친구 또는 선생님에게 질문하고 또 질문하며 네 생각을 확장해 갔으면 좋겠어. 혹 네 생각이 틀릴까 봐 또는 이상하게 보일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돼. 오히려 그런 용기가 네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거야. 엄마는 네가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며 세상과 더 많이 소통하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바라는 마음이야. 그 여정을 통해 네 삶이 더욱 빛나길 응원할게. 언제나 네 곁에서 네 이야기를 들어줄 엄마가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 줘


샬롬 샬롬!!!

소리를 사랑하는 엄마가


2025.4.26(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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