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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크로노스의 시간 속에 카이로스의 시간을 만들어라

소리에게

by 나길 조경희
카이로스시간.jpg

크로노스의 시간과 카이로스의 시간은 뭘 말하는 거야?

엄마가 어떤 강의를 듣다가 알게 된 개념인데 너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서 편지를 쓰는 거야

소리야, 우리는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가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잖아. ‘나는 지금 뭘 하고 있지? 왜 이 일을 하는 거야?', ‘이 시간이 다 지나고 나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 바로 크로노스의 시간 속에서 카이로스의 시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


먼저 크로노스는 우리가 일상에서 늘 사용하고 있는 시간 개념이야. 시계로 측정되는 아침 8시, 점심 12시, 저녁 6시 같은 숫자로 표시되는 시간이지. 너도 학교에서 “종이 울렸다, 쉬는 시간이야”, “수업이 시작되네”라고 느낄 때가 바로 크로노스의 시간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야. 크로노스는 흐르는 물처럼 일정하고 반복되는 시간이라서 우리 삶을 질서 있게 만들어줘. 하루 24시간이라는 틀을 만들어 주고, 그 안에서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을 계획하게 하지. 이 시간 덕분에 우리는 약속도 하고, 공부 계획도 세우고, 잠도 자고, 친구들도 만나며 하루를 살아갈 수 있어.


하지만 소리야, 삶을 진짜 따뜻하게 하고 우리 마음을 흔들어 놓는 시간은 사실 크로노스가 아닐 때가 많아. 카이로스의 시간이라는 특별한 순간들이 있어. 카이로스는 ‘때’를 의미해. 그냥 시간이 아니라,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하고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림이 오는 결정적인 순간을 말해. 길고 긴 하루 속에서 아주 짧게 스쳐 지나가지만, 마음에는 오래 남는 그런 시간 말이야.


예를 들어, 네가 어느 날 아무 말 없이 엄마 옆에 와서 살짝 안기던 순간이 있어. 그건 시계가 말해주는 시간이 아니었어. 몇 초였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 순간은 엄마에게 큰 위로가 되었고, 하루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주었지. 바로 그런 순간이 카이로스의 시간이야. 공부할 때도 비슷해. 1시간 동안 아무리 책을 봐도 잘 안 이해되다가 갑자기 한 문장이 마음에 ‘탁’ 하고 들어올 때가 있지? 그때 시간이 조금 다른 의미로 느껴졌을 거야. 그 순간이 바로 카이로스야.


삶을 잘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크로노스를 잘 관리하는 것만큼, 카이로스의 순간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다는 거야. 바쁜 하루 속에서 멈춰서 “아, 이게 소중한 순간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감각 말이야. 앞으로 소리가 더 자라면서 수많은 시간들을 지나겠지만, 그 시간 속에서 마음이 반짝 빛나는 순간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가 웃을 때, 새로운 것을 깨달을 때,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때, 네 안에서 조용히 자라는 순간들… 그 모든 것이 카이로스의 시간이야.


소리야, 엄마는 네가 크로노스의 시간 속에서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되, 카이로스의 시간 속에서 네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언젠가 너의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진짜 너를 만든 순간들은 숫자로 기록된 시간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반짝이던 카이로스의 시간들이었음을 알게 될 거야. 오늘도 너의 하루 속에 그런 순간들이 가득하기를, 그리고 네가 그 순간을 알아차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25년 12월 20일(토)

소리를 사랑하는 엄마가


함께 생각해 볼 질문 3가지


1. 오늘 하루를 돌아볼 때, “크로노스의 시간”처럼 그냥 지나간 시간과 “카이로스의 시간”처럼 마음에 남은 순간은 각각 무엇이었을까? 그냥 흘러간 시간과 마음을 움직인 순간을 구별해 보면 시간의 의미가 달라져.

2. 네가 앞으로 더 자주 만들고 싶은 ‘카이로스의 순간’은 어떤 모습일까?

3. 지금 너의 삶에서 아주 작지만 깊은 의미가 있는 순간을 더 잘 느끼기 위해, 내일부터 하나만 바꿔본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어? 예를 들어, 1분 멈추기, 고마운 일 적기, 마음에 든 순간 기록하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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