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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Oct 21. 2020

3. 엄마의 직업은 전업주부였어

작가의 서랍에 들어있는 글들이 있는데 매주 하나씩은 발행하겠다고 저와 약속했는데 급한 일 위주로 하다보니 들쑥날쑥입니다. 정신차려보면 2주가 훌쩍 지나버리기도 하고... 매주 정해진 시간에 글을 발행한다는 것도 보통 정성은 아닌 것 같아요. 브런치에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시는 작가님들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3. 엄마의 직업은 전업주부였어          

 오랫동안 엄마의 직업은 전업주부였어. 전업주부가 무슨 직업이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전업주부라고 하면 아무 일도 안 하고 집에서 살림만 하는 아줌마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거든. 그래서 뭔가 부족하고 능력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서 스스로 위축되는 사람이 많아. 하지만 엄마는 직업을 적어야 할 때 당당하게 전업주부라고 적었어.          

 전업주부는 엄마에게 맡겨준 가장 큰 사명인 자녀를 잘 양육하는 일을 감당하고 있고 그 일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중요하고 큰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직업은 어떤 형태로든 출근하고 퇴근하는 시간이 있어. 당연히 엄마도 출·퇴근 시간이 있었는데 아침 6시에 출근하고 밤 9시 퇴근했어. 그래서 밤 9시가 되면 ‘주부 퇴근’을 선언하고 엄마만의 일을 했던 거야. 물론 네가 어렸을 때 열이 나고 아프면 밤새워 돌보아야 하는 일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는 특별한 경우고 대부분은 밤 9시가 되면 퇴근을 선언하고 주부로서의 엄마와 개인으로서의 엄마로 선을 구분했어.          

 직업의 종류는 참 많아. 엄마도 가사도우미, 공장 노동자, 신문 배달원, 천막 일을 하는 아줌마, 도서관 매점 아줌마,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자, 사회복지시설 운영자, 작가, 전업주부 등 다양한 일을 경험했어. 엄마가 경험한 일은 빙산의 일각이야. 2016년 세계경제포럼은 ‘앞으로 총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어 결국은 510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거든.      

 현대식 직물 공장은 사람 한 명과 개 한 마리만 고용하면 된다는 농담이 있어. 개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과 사람들이 기계에 다가가지 못하도록 지킬 개만 있으면 된다는 거지. 정해진 절차대로 일하는 것에 익숙한 엄마 세대가 알고 있는 일자리는 사라진다는 것을 빗대서 하는 농담이지만 현실이 되지 말란 법은 없어.           

 코로나 19로 그 시기가 앞당겨지지는 않을까 걱정돼. 전염병 확산을 위해 온라인으로 개학하여 출석 체크를 한 다음 수업을 진행하고 있거든. 우리 아이들을 보면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익숙하여 큰 어려움 없이 단체 카톡과, 밴드를 이용하여 출석을 확인하고 원격수업을 따라 공부를 하고 있어. 선생님도, 학생도, 학부모도 처음 해보는 수업이라 어려움도 있고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수정 보완을 통해 발전해 갈 거야. 이런 과정에서 기존의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겠지.          

 지금은 평생 가는 직업도 없고 한 가지 일에 올인하는 사람도 없어. 지금 직업이 있는 사람도 또 다른 일을 준비하거나 두 가지 혹은 세 가지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아. 엄마도 마찬가지야. 공적인 용도로 직업란을 쓸 때의 엄마 직업은,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운영자이지만 아이들에게 엄마는 그냥 엄마야.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숙제 도와주는 전업주부로서의 엄마이지.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문서를 보내며 일을 할 때는 운영과 실무를 겸한 사회복지사이고 지금처럼 글을 쓸 때는 작가야. 그러니까 엄마도 돈을 벌고 못 벌고를 떠나 전업주부, 사회복지시설 운영자, 작가 이렇게 세 가지 일을 하고 있어

사회가 변하고 직업군이 달라진다고 해도 살아남는 사람은 있어. 로봇이 따라올 수 없는 인간     

 현대인은 타인과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불안하고 외로움을 느낀다고 해. 그래서 끊임없이 SNS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에서 소외되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거지. 엄마가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지 않아도 외롭지 않은 것은, 20대 초반에 김형석 교수님이 쓴 《고독이라는 병》을 읽은 후부터야. 교수님은 고독한 시간을 통해 나의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고 성찰할 수 있어야 혼자 있어도 불안하고 외롭지 않다고 말하고 있어.      

 아무리 시대가 변한다 해도 ‘나는 누구이며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답이 없다면 언제든 불안하고 외롭게 되어있어. 너는 누구이며 왜 그 일을 하는가에 대한 답을 가지고 일을 했으면 좋겠다. 언젠가 네가 내린 커피 한잔에 지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커피를 내린다고 했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 엄마가 직업을 전업주부라고 쓰면서도 당당할 수 있었던 것처럼 네가 무슨 일을 하든지 하는 일의 의미와 가치를 담아냄으로 당당할 수 있기 바랄게.      

-무조건 너를 지지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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