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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cent G Jun 24. 2021

2관: EGYPTIAN BLUE(5)

EGYPTIAN BLUE 5번째 글 시작해보겠습니다.


(G)  공식적인 마지막 질문을 우선 드리겠습니다. 선생님이 다른 교사들보다 더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저는 미술 영역이나 다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 지리를 잘 파악해서 다니는 것 등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학생들과 여러 미술 프로젝트도 진행했었어요.     


(A)   저는 래포(rapport) 형성을 잘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과학도 있고요. 수업 시간에 제가 사회를 가르칠 때와 과학을 가르칠 때 제가 느끼기에도 다른 느낌이에요. 과학 같은 경우는 더 자세하고 넓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데, 사회는 과학만큼의 수준이 아닌 경우가 있어요.   

   

(G)  래포(rapport) 형성을 위해서 지금도 기울이고 있는 노력이 있을까요? 사실 래포(rapport) 형성처럼 다른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은 ‘하루아침에 짠’하고 완성되는 경우가 어려우니까요.     


(A)  과학은 지금까지 제가 공부한 양이 있어서 그렇고, 래포(rapport) 형성은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스스로 고민하는 것 같아요. 학생들을 좋아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니까, 학생들 입장에서도 ‘어! 우리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과 조금 다르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G)  다중지능 이론 중에 대인관계 지능이 뛰어나시군요. 저 어렸을 때 생각해보면 학생들과 사이가 좋은 선생님이 우선적으로 기억나네요.      


(A)  그러면서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하하)     


(G)  그렇죠. 시간은 금방 지나가고 우리도 트렌드에서 멀어지고 느려지는 경우가 있겠죠?   

  

(A)  제가 신규로 발령받았을 때, 주변 선생님과 스스로 비교가 되었어요. 경력이나 애들 지도하는 면에서 그렇고요. 신규가 경력이 있는 분들에 비해서 당연히 못 하는 것이 맞지만요. 선배 선생님들의 노하우를 배운다고 생각하고 다시 학생의 자세로 들어가서 공부하고 알게 되며 여러 노력을 했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부족하다고 느꼈던 생활 지도 부분에서는 서서히 나아지고 있었죠. 그런데 신규 때에 비해 열정도 많이 줄고 아이들을 통제하는 데 집중을 하는 저를 느끼면서 ‘내가 진짜 발전한 게 맞나?’라는 생각도 들고, 처음 발령받았을 때보다 지금 더 나은 교사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더라고요. 훈육은 서툴러도 전적으로 아이들을 위했던 신규 때가 더 나은 건 아니었을까.      


(G)  스스로 정체성을 잃어가는 느낌인가요?     


(A)  그것도 그렇죠. 신규 교사 시절 열려있던 마음이 지금은 사라진 느낌이에요.    

 

(G)  제가 깜박하고 적어놓지 않았는데 학생들에게 태도적인 측면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 저는 미술 시간에 학생들이 특정 사물을 그리기 어려워해서 포기하려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때 ‘관찰을 충분히 해보고,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해서 해보자.’라고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러면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보라고요.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 말한 ‘1만 시간의 법칙’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은 들여서 도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늘 생각해와서요.


(A)  선생님이 말한 것과 비슷할 수도 있는데, ‘실수를 두려워 말고 발전의 기회로 삼아라.’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네요. 삶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받아들였으면 하는 이야기지만 학습적인 측면에서 예를 들어볼게요. 어떤 수학 문제를 틀리는 경험을 통해 틀린 이유를 분석하게 되면 제대로 몰랐던 개념도 다시 정립할 수 있고, 다음에 같은 유형의 문제를 틀리지 않겠죠. 물론 대체로 틀린 문제를 또 틀리긴 하더라고요. (하하)


그리고 인성적인 측면에서는 ‘배려하는 태도’를 많이 이야기하고 강한 사람에는 약한 태도를 보이고, 약한 사람에게는 강한 태도를 보이지 말라고 지도합니다. 개인적으로 ‘강강약강’의 스타일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가치 없는 삶을 사는 인간 유형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G)  그러면 강한 사람에게는 강하게 대하고, 약한 사람에는 약하게 대하는 것이 맞을까요?     


(A)  그런 사람이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에게만 정의를 강조하기에는 세상에 정의롭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불공정에 맞서 싸우지는 못하더라도 약자에게 강한 사람만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G)  대학 생활 때 다양한 활동들을 하셨는데, 교대에 들어와서는 어떤 활동들을 하셨죠?     


(A)  배구 동아리, 대의원회를 했었고 ‘과학과’에서는 물리 분과장을 맡았어요. 물리학을 더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개인적 아쉬움이 있던 터라 더 재미있게 했었던 것 같아요. 유익한 활동을 하고 싶어서 한 것 중에서,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면서 거기에는 어떤 역학적인 내용이 있을까?’를 함께 생각해봤었어요.      


KAIST 연구실 탐방을 가서, 과학자들은 어떻게 연구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았어요. 과학에서 요즘 어떤 분야를 연구하고 개발하는지 예비 교사로서 알아두면 좋다고 생각해서 여러 활동을 함께 했었죠. 그리고 과학 영재인 학생들이 나중에 어떻게 성장했는지 KAIST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해서, 내용을 싣기도 했었습니다. 그때는 이것저것 열심히 했네요.     


(G)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셨네요. 교대 3학년 때는 학교에서 각자 맡은 역할이 있어서 여러 회의와 활동을 함께 하면서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같은 과는 아니었지만, 직·간접적으로 형, 누나들에게 배웠던 점이 많습니다.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과학 서적이 있을까요? 사실 저만해도 과학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허들이 있다고 생각해서 쉽지 않더라고요.      


(A)  제가 초등학교 과학 서적을 많이 읽지는 않아서요. 초등학생들에게 추천하는 책은 아니지만 ‘과학자는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고 과학자는 이런 삶을 사는구나!’를 알 수 있는 책이 호프 자렌이 쓴 「랩 걸(Lap Girl)」이라는 책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어봤는데,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고, “이런 사람이 연구자를 해야 행복하구나!”를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던 책이에요.      


저도 가보지 못하고 포기했던 길이어서 궁금했던 내용도 있어서 더 실질적이기도 했고요. 이 책을 읽고 저는 ‘그 길을 안 가길 잘했구나.’라고 생각했죠. 이 책이 어느 정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을 읽고서 과학에 대해서 정말 재미있을 것 같고, 열정이 생긴다면 이런 삶을 살아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살지?’라는 생각을 저는 했지만요.   

  

(G)  그럼 이 책은 어떤 독자층이 읽으면 좋을까요??     


(A)  과학자의 삶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실제로 제가 고등학생에게 추천도 해주었어요. 그 학생이 순수과학도 좋아하고 과학을 가르치는 것에도 관심이 있어서 고민하던 중에 상담해주면서 이 책을 읽어보라고 했었어요.      


<6편에서 이어집니다.>


- 도슨트 G


바다, 20X20cm, Acrylic painting on canvas, 2021, ㅇㅈㅇ(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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