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던지는 여러 질문들
EGYPTIAN BLUE 1번째 글 시작해보겠습니다.
(G) 그렇다면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행복’이란 뭐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A) 스스로가 ‘행복’을 인생의 기준으로 삼으면서도 ‘행복’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에 대답하기 참 어렵네요. 스스로에게 매번 묻고 있는 질문이기도 한데요. 음. 지금 떠오르는 것은 ‘내가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G)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지금 초등학교 과학 교육에서 아쉽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A) 과학 교과에서 프로젝트 수업이 조금 더 확대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프로젝트 수업이 있기는 하지만, 조금 더 비중을 늘려서 과학 탐구를 학생들이 충분히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실제 과학자들이 하는 것처럼 학습할 수 있는 대회 같은 것도 이제는 없어져서 일부 대회에 나가는 학생들만이 아닌 대부분이 학생들도 과학자가 하는 것을 체험하도록 했으면 합니다.
또 지금 교육과정에 있는 자유 탐구 내용을 형식적으로만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교사가 조금 더 흥미진진하고 모험, 탐구적인 학습 분위기를 조성해서 학생들의 동기를 끌어올려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비록 이렇게 말하는 저 스스로도 교과 진도에 사로잡혀 제대로 해보진 못했네요.
(G) 저도 계속 생각하고 기록해봐야겠습니다. 앞으로 교사로서 단기적 혹은 중·장기적인 계획이나 목표가 있을까요?
(A) 음… 사실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이긴 합니다. 사실 제가 다른 교사분들보다 과학 쪽을 더 공부해야 하나 싶다가 ‘정보’ 쪽 인공지능(AI)을 공부해보고 싶더라고요. 제가 전 대학 1학년 때 코딩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배웠는데, 단계가 조금 어려웠어요. 그것도 영어로 코딩 수업을 들어서 python을 배웠어요. 내용 자체도 어려운데, 성적까지 잘 나오지 않아서 저에게는 무섭고 못하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생겼겠죠? 프로그래밍은 노력이 재능 있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는 분야라고 생각하고 저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느꼈지만,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에 대학원에도 진학하고 먼저 도전하고 계신 선생님들의 연수도 찾아 들으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길게 10년 정도를 잡고 전문성을 가지고 싶네요.
(G) 요즘 제 주변에도 인공지능(AI)을 배우시거나 관심 가지는 분이 많은데, 선생님은 인공지능(AI)을 배워서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싶으신 건가요?
(A) 저는 앞으로 우리가 만날 미래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는 국어, 영어, 수학 같은 과목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코딩 교육이 그 입지로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가르치는 학생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인공지능(AI)과 공존해야 하는 세상과 마주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제 목표는 코딩 교육을 제 학급 교육과정에 온전히 가져와서 학생들에게 코딩이 친숙한 것이 되게 하고 싶습니다. 나중에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서요.
(G)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국가 수준에서도 교육과정을 수정해야겠네요?
(A) 필요하죠. 지금은 초등학교에 5-6학년군에 17차시 밖에 없으니까요. 더 많은 시수 확보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저는 컴퓨팅 사고력 신장을 위해 교과서에 나오는 언플러그드(unplugged) 활동이 과연 효과가 얼마나 클까? 의문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오히려 스크래치, 스크래치 주니어, 엔트리 등 기존에 개발된 블록 코딩이 아이들 수준에 적정하고, 흥미를 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미 원격 수업으로 학교에 인프라가 잘 마련되어 있어요. 언플러그드 활동을 생략하고도 태블릿PC나 컴퓨터를 활용하는 블록 코딩으로 바로 접근해도 충분히 컴퓨팅 사고력 신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 하에 저는 SW(소프트웨어) 수업할 때는 대부분을 블록 코딩 수업으로 구성해서 진행해 왔어요.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고, 이 의견은 제가 정보과학을 좀 더 공부하다 보면 바뀔 수도 있겠네요.
(G) 제가 알기론 영국에서는 유치원 때부터 코딩 교육이 쭉 이어지게 교육과정이 구성되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앞으로 교육 관련 종사자들이 더 노력해주어야 하는 부분도 있겠네요.
(A) 지금 우리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주역이 될 미래 사회는 ‘SW, AI 소양’을 갖춘 인재를 요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G)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리고 어떤 교사를 학생들이 만나느냐에 따라서 코딩 교육을 제대로 배우냐 아니냐가 갈리겠네요.
(A)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AI, 소프트웨어 선도학교나 중점학교 같은 곳으로 가서 더 배워보고 싶더라고요.(그리고 지금 교사들은 SW, AI를 학교에서 공부한 세대가 아닙니다. 가르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분야일 수밖에 없어요.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서 시도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교사가 SW, AI 수업 접근에 어려움이 없도록 다양하고 구체적인 수업 자료를 우선 보급해주었으면 좋겠어요.)
(G) 선생님의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나중에 연수로 초청해야겠어요. 우리 반 학생 중에 과학에 특히 관심이 많은 학생이 있어요. 탄소 원자에 대해서 설명도 하고 KAIST 물리학과에 진학하여 교수가 되어 논문을 쓰고, 연구하고 싶다는 학생입니다. 이러한 학생처럼 순수과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면 좋을까요? 과학 연구를 직업으로 삼고 싶은 학생들에게요.
(A) 멋진 조언은 아닐 것 같지만, 그런 친구들에게는 꼭 과학고 진학 준비를 하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과학고등학교 교육과정이 확실히 수학, 과학에 초점을 두고 있어 좋을 것 같아요.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도 많이 만날 수 있고, 관련 대학 진학에도 이점이 있고요.
추가하자면, 조언해주는 학생이 자연과학 쪽 진로와 다른 진로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경우라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해 볼게요. 친구들이 지금 살아가는 시대에서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를 직업으로 삼기에는 여러 어려운 현실적 조건들이 있는 것 같아요. 경제적인 문제도 있고. 박사 학위를 받는다고 해서 모두 교수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본인이 정말 자연과학을 계속 공부하고 싶은가에 대한 진심을 우선 확인하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실제 자연과학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 직업의 현실적 장단점을 파악해보고 ‘내가 이런 일을 한다면 정말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계속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탐험이나 도전을 좋아하고 경험에 두려움이 없다면 일단 원하는 대로 그냥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안 맞으면 길을 변경하면 되니까요. 실제로 주변을 보면 자연과학 대학원에 진학했다가 다른 길로 변경하는 사례가 꽤 있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모든 경험은 다 인생의 큰 자산입니다. 틀린 선택은 없으니 하고 싶으면 그냥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G) 사실 어떤 분야에 내가 관심이 있거나 흥미가 있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직접 체험해보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물리적인 제약으로 인해서 모든 분야를 체험하지 못하고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많잖아요. 나는 ‘저 분야는 못 할 것 같아’라고 단정 짓는 경우도 많고요. 마치 이솝 우화에 나오는 여우가 ‘저 포도는 실 거니까 안 먹는 게 나을 거야.’라는 식의 상황이 현실에서도 많이 일어납니다.
(A) 맞아요. 도전하는 성향이냐 신중한 성향이냐에 따라 다른 결정을 하고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 같아요.
<5편에서 이어집니다.>
- 도슨트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