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USSIAN BLUE 2번째 글 시작해보겠습니다.
4관 '곧바로 교사가 된 사람이 여러 직업을 경험한 교사에게 물어보다.'
(G교사) 선생님, 안녕하세요. 인터뷰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차근차근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먼저, 선생님의 초·중·고 시절은 어땠는지 범주를 지어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K교사) 범주요? 학업적인 측면과 그 외 생활 측면에서 이야기하면 될까요?
(G) 그렇게 이야기해주셔도 괜찮고, 시간 순서로 이야기해주셔도 됩니다!
(K) 유복했던 가정이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게 되었어요. 그래도 유쾌하게 잘 지냈죠. 학교 일과가 끝나면 어머니 가게로 하교했다가, 시간되면 학원가고 하면서 지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공부는 적당히 하는 편이었어요. 초등학교 2, 3학년 때는 반장을 하기도 했어요. 학교 안에서 중심인물이 되면 주변 시선으로 인해 엇나가기가 어려워지잖아요? 어머니가 주시는 관심 이외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부모님들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어 있어서 서로 많이 돌봐주는 환경이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전학을 가게 되었어요. 새로운 학교에 적응해야 했죠. 그때도 학교 공부는 어느 정도는 따라갔던 것 같아요. 머리가 좋다는 말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요.
중학생이 되고서는 방송반 아나운서로 활동을 했어요. 방송반이 교무실 안에 있으니, 선생님들께 관심을 받고 칭찬 듣는 게 좋았습니다. 저도 그렇고 형도 그렇고 선생님 시선 밖으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중학교 가서는 초등학교 공부와는 달리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좋은 점수를 받기가 어렵잖아요? 그때는 반에서 5등 안에 든다고 조금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중위권이었던 것 같아요. (하하)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 때 쯤 되니, 학습에 동기가 생기더라고요. 그 당시 담임선생님이 국어 선생님이셨는데, 학급 서기 같은 임무를 부여해주셨어요. 자연스럽게 교무실도 자주 왔다 갔다 하니 다른 선생님들과도 함께 했던 시간이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아주 우등하지는 않은, 주변 사람들한테 관심을 많이 받고 싶은 아이? 내가 가진 능력보다 더 있어 보이기를 원했던 아이(?)였던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도 비슷했어요. 학생회 활동 같은 것들을 일부러 하려고 했었어요. 무리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공부도 그렇고 여러 활동도 했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1학년이 되고나서 보는 첫 번째 모의고사를 우연히 잘 봤어요. 한 학년이 650명 정도 있었는데, 전교 12등 정도가 나왔습니다. 그 모의고사 점수가 제게 일종의 기준이 되어서 그런지 그 이후로 성적은 줄곧 나쁘지는 않았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로 올라가면서 조금씩 성적이 미끄러지기도 했어요. 공부가 아닌 다른 부분에 더 신경을 썼거든요. 인간관계 같은 부분이었어요. 지금도 있긴 한데 EBS에서 하는 장학퀴즈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때는 출연자 4명이 문제를 푸는 시스템이었어요. 제가 우연히 학교 대표로 장학퀴즈에 출연하게 되고, 출연자 모임에도 나가게 되었어요. 그 출연자 모임에 나오는 학생들은 전교 1, 2등도 많았습니다. 그런 학생들과 함께 교류하면서 저도 조금 우쭐함(?)같은 것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중상위권이었던 것 같아요. 내신 성적은 좋은 편이었는데, 모의고사는 제가 공부를 꾸준히 하지 않아서 그럭저럭 나왔어요. 벼락치기를 하는 것을 더 선호해서요. 성적은 중상위권의 대학을 갈 수 있을 만한 성적이 나와서 그렇게 진학을 했죠.
돌이켜보면, 공부를 잘 했던 학생이라기보다는 친구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중심부에 있으려고 노력했던 학생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G) 선생님의 중심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셨다고 했는데, 그 의미를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K) ‘학급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중·고등학교는 과목마다 선생님이 다르잖아요? 학급(교실)에 있으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반짝이는 학생이 있잖아요? 공부를 잘하는 경우나 성실하다거나 다른 학생들을 잘 이끄는 경우처럼 말이죠. 이런 학생이 중심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 저는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고 싶었던 거죠.
(G) 타인이 나를 이끄는 경우보다는 내가 다른 사람이나 분위기를 이끄는 쪽을 선호하셨던 거네요.
(K) 그렇다고 제가 리더십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막상 제가 없을 때 ‘오늘 누구누구 어디 갔어?’ 라고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물어보는 그런 학생이 되길 원했죠!
(G) 대학 입학하기 전까지 학원은 계속 다니셨나요?
(K) 고등학교 3학년 때는 혼자서 공부했고,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다녔어요. 학원 선생님이 열심히 가르쳐주셨는데, 정작 당사자인 저는 학원을 별로 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제가 공부하는 것을 워낙 싫어하니까 어머니께서 ‘우리 아이가 뒤처지면 어떡하지?’라는 염려에서 보내셨던 거죠.
제가 학원에 가면 보통 하는 일이 ‘언제 끝나지?’ 하고 시계를 자주 봤어요. 그래서 학원이 공부하러 가는 곳이라기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곳이라는 성격이 저한테는 강했어요. 상위권 학생, 중·상위권 학생 간의 유대감을 형성해주기도 했고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학원을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어서 가게 된 경우죠.
(G) 그렇죠. 저는 학원을 다니지 않아서 어떻게 운영되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측면도 있을 수 있겠네요.
(K) 제게 학원의 순기능(?)이라고 하면 대답을 잘하는 다른 친구들을 보면서 느껴지는 불안감으로 인해 나도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저는 학생들이 학원에 다니는 것을 말리지 않지만, 학원에서 배운 후 다른 친구들보다 먼저 배운 내용으로 너무 자랑하고, 아는 척하는 것은 조심하라고 이야기를 해주곤 합니다. 저같은 경우 학원에서 먼저 배운 단원 중에 확실히 모르는 내용도 아는 것처럼 행동하다가 정작 학교 수업 시간에 모르는 학습 요소들을 많이 놓쳐서 고생했던 것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아요.
(G) 어른들도 새겨들을 말이네요. 어떤 것을 조금 먼저 안다고 해도 겸손한 태도를 가져야겠어요! 당장 저부터요. (하하)
<3편에서 이어집니다.>
- 도슨트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