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 죽을 것 같았던 임신 초기의 기록
내가 일곱 살에 막내동생을 임신했던 엄마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다.
음식 냄새에 욱욱 헛구역질 정도를 하고
불룩 나온 배에 뒤뚱뒤뚱 걷다가 정확히 어디가 어떻게 얼마나 아픈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커다란 수박을 낳는 것 같은 느낌이라는 출산으로 마무리가 되는 줄 알았다.
일찍이 임신 출산을 겪은 친구들도 몇 있었지만 임신 초기의 얘기는 자세히 들어본 적이 없었다. 출산의 고통에 대한 얘기는 몇 번 들었었지만 그마저도 아이가 너무 예쁘다는 말에 의해 마무리가 되며 구체적인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아기가 생겼다!
남편과 합의 하에 2년 간의 신혼 기간을 보내고 영양제를 챙겨 먹고 가벼운 운동을 하며 계획한 임신이었다.
전혀 갑작스럽지 않은 준비된 임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찾아온 변화는 너무나도 갑작스러웠고 엄청났다.
임신 테스터기의 두줄을 확인하고 남편과 실감이 안 난다며 유난을 떨기를 일주일.
몸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평소에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던 냉장고 냄새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아주 왕성하던 식욕도 점차 사라졌다.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에서 심한 차멀미를 하는 느낌이 계속되었다.
본격적인 입덧이 시작되었다.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고 먹으려 해도 두 세입부터 목구멍에서 막혀 내려가지 않았다. 속은 미친듯이 계속 울렁거렸다. 숙취가 심한 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이킹에서 내려주지 않는 느낌.
먹어도 안 먹어도 울렁거렸다.
빈속이 더 울렁거릴 수 있다는 말에 억지로 먹어보면 이내 토를 했다. 물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먹는 것이 괴로워 안 먹으면 담즙까지 올리고 상한 식도에서는 피가 나왔다.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고통과 울렁거림에 몸부림치다가 기절하듯 잠깐 잠들었고, 다시 고통과 울렁거림에 잠에서 깨 화장실을 향해 기어갔다. 변기를 붙잡고 울다가 힘이 빠져 변기 앞에서 잠들 뻔한 것도 여러 번이었다.
마사키도 함께 고생했다.
모든 집안일뿐만 아니라 나의 모든 시중까지 드느라 휴가도 냈다. 남편을 붙잡고 울며 하루만 바꿔달라... 아니 나를 좀 기절시켜달라... 등등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기도 했다.
병원에 가도 대단한 치료법은 없었다.
그저 탈수 방지를 위해 수액과 영양제 링거를 맞는 것뿐...입덧을 하는 6주 동안 9킬로가 빠지고 수분 섭취가 제대로 안 되면서 혈관들도 많이 숨은 상태라고 했다. 바늘을 여러번 찔러 가며 힘들게 수액을 맞았다.
둘 모두에게 너무나 힘든 시간
하지만 우리에게 다른 방법은 없었다.
우리가 원해서, 우리가 부른
우리가 이 세상에 초대한 아이를 만나기 위한 과정이다.
...라고 몇 번씩 마음을 다잡아도 두번 다시 못할 너무나도 힘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