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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글아 로 Feb 08. 2021

일 년 미리 쓰는 미래 일력 -창작 근육은 꽉 다문 입

2022년 1월 29일 토요일

창작 근육은 꽉 다문 입에서 만들어지나보다.



일 년 미리 쓰는 미래 일력

2022년 1월 29일 토요일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의자에 앉아 부지런히 창작 근육을 키우다 보면 어느새 불쑥 영감이 찾아올 거라 믿었지만,

영감이 오기 전에

일단 잠이 오고, 잠을 쫓으려고 커피를 마시고 단 것을 입에 넣으니 치통이 오고 뱃살이 찐다. 뱃살이 찌니 허리 통증이 오고, 허리 통증 때문에 몇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다 보니 영감은 오다가도 저 멀리 사라져 버린다.


결국 오라는 영감은 안 오고 치통과 요통이 와서 창작의 고통이 얼마나 힘든 지 깨닫게 해 준다.

아프지만 그래도 뭔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싶어서 이를 꽉 물고 참는다. 이를 꽉 무는 습관은 안 좋다는 말을 또 어디서 주워 들어서 아랫입술 아래 안쪽 살을 꽉 물고 있다.


입이 저절로 꼭 다물어진다. 내가 집중할 때 나오는 입모양이다.

한참 그리다 보면 너무 물고 있어서 입안이 얼얼하다.

그리는 동안 내가 무엇을 견디려고 했는지 잘 모르겠다. 통증인지, 뜻대로 되지 않는 작업인지.

결국 완성은 못했지만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평생 이렇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통을 견디는 줄도 모르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살고 싶다.

 

창작은 여전히 잘 되지 않는다. 완성도 되지 않는다. 그래도  창작 근육은 좀 길러진 것 같다. 그건 꽉 다문 입에서 만들어지나 보다.


오라는 영감님은 오늘도 안 오지만 이대로도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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