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이사이 Sep 26. 2019

사회운동을 착하게만 할 수 없는 없습니다.

지식채널 e <38,841,909명> 편을 보고.

역사적 사건 1
1913년 영국 최고의 경마경기 도중 시속 60km로 달리는 경주마에 한 여성이 뛰어들었다. 이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왕실 소유 경주마 앤머와 기수가 다쳤다." 그리고 "경기장에 난입한 한 여자가 중요한 경기를 망쳤다." 였다. 나흘 뒤 숨진 그 여성은 "여성에게 투표권을 달라"라고 외치며 경주마에 뛰어들었다. 1838년 영국 최초의 선거법 개정에서부터 1928년 여성 참정권이 보장되기까지 꼬박 90년이 걸렸다.

역사적 사건 2
1965년 미국, 2500명의 사람들이 87km를 행진했다. 그들은 "흑인의 투표권을 보장하라"고 외치며 최루가스와 폭력으로 막혀버린 길을 멈추지 않고 걸었다. 그 해 8월 흑인 투표권 법안이 통과되었다.


참정권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것도, 신분제에 따라 사람을 나누고 차별했던 일도 모두 그들의 인권을 생각하지 않은 잘못된 일임이 분명한데도 항상 그래왔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살고 있기에 너무나도 오랜 시간 침묵하고 견뎠다. 그러다 사회가 변하고,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잘못된 것이라 인식하면서 한때는 당연했던 인식과 행동에 차별이나 멸시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다. 이름이 생기고, 잘못된 일에 대한 인식이 변하면서 뒤에서만 말했던 작은 웅성임이 모여 목소리가 되고, 목소리가 모여 외침이 되었다. 이와 같은 역사는 모두들 그렇게 살고 있다해도 옳지 않은 일이 옳은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지금의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때의, 이름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의 용기와 노력, 희생 덕분에 우리는 여성임에도 투표권을 가지고 있으며, 신분제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고, 아동과 청소년 시기에 교육을 받으며 살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지금의 페미니즘과 성범죄, 여혐 등의 여성의 권리와 관련된 문제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이나 sns상의 댓글에서 한국의 페미니즘은 변질되었다는 소리가 많이 보인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상에서 남녀 대립구도로 오가는 언행을 보며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페미니즘이라는 사상이 옳다고 여기면서도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기는 두려운 상황이 되었다. 나 역시도 페미니즘이라는 사상을 옳다고 생각하지만, 도가 지나친 일부를 옹호하고 싶지는 않다. 언행이 과격할 수는 있지만, 다른 누군가의 인권을 심각하게 조롱하거나 욕설이 난무하는 비난을 일삼는 것은 운동이 아닌 또 다른 잘못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 사람 개인의 생각이고 일부의 견해이다. 일베와 워마드를 중심으로 남녀 대립구도의 성대결이 펼쳐지고 있다고는 하나, 이를 대한민국의 모든 청년들로 일반화할 수 없듯이 일부 사람들만을 보고 과도한 일반화를 하여 마치 전체가 변질되었거나 잘못되었다고 말해서도 안 된다.



도가 지나쳐서도 안되지만 나는 좋게, 착하게만 말할 수 있는 사회운동은 없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별세하신 대한민국의 1세대 여성운동가 고 이희호여사님처럼 여성의 권리를 위해 노력한 운동가들은 그 어느 시기에든 존재했었다. 하지만 논란이 될만한 일을 만들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귀기울이고, 관심 가지지 않았었다. 이전세대에 비해 나아졌는데 계속 바란다며 오히려 과도한 욕심을 부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전보다 나아지는 것,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전보다 조금 나아진 그 상황 조차도 여전히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더 나아져야 할 상황이다. 얼마 전 신림동에서 몇 차례나 강간미수와 유사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신림동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성범죄가 지금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주거침입 성범죄는 매년 300건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이후로 우리 사회에 페미니즘, 여성혐오 등이 연일 논란이 되고 이후로 변화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2019년인 지금까지도 성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심지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은 만족할 때도 아니고, 좋게 착하게 말할 때도 아니다.


사회운동은 지금의 상황에서 제발 바뀌길 원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이자 외침이다. 좋은 페미니즘, 나쁜 페미니즘, 한국 페미니즘의 변질 등을 구분할 것이 아니라 지금 페미니스트들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주의깊게 봐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당한 것에 부당하다고 말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