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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Sep 10. 2018

어떤 노후?

EBS 다큐프라임 행복의 조건. 복지국가를 가다 6부. 노후

우리가 원하는 노후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누구나 물질적이나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꿈꿀 것이다. 건강하고, 지혜롭고, 여유롭게 인생의 2막을 시작하는 모습. 모두 그런 노후를 꿈꾼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직장에서의 은퇴로 인한 경제적인 문제, 사회적인 은퇴로 인한 역할상실, 그리고 신체적인 노화를 겪으면서 여유롭고 활기찬 노후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중증 질환이 아니라면 건강은 가장 큰 문제로 꼽히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노후의 여유로움을 방해하는 것일까?


나는 경제적인 문제가 노후의 여유로움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슬픈 일이지만 병원마저도 돈이 없다면 가기 힘든 곳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노인 빈곤률과 자살률이 1위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의 역사가 짧고 특히나 지금의 노인세대는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 대다수이고, 설령 가입되어 있다 하더라도 가입기간이 짧아 제대로 된 혜택을 보고 있지 못하다. 대부분의 노인들에게 지급되고 있는 기초연금은 노인들의 사회적 기여도를 인정하여 상위 30%를 제외한 대부분의 노인들에게 지급되고 있지만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적은 금액만이 지급되고 있다. 직장에서의 은퇴로 인한 소득상실과 소득을 보장해 줄 만한 사회 보험에 가입이 되지 않은 노인들에게 경제적인 문제는 노후의 여유로움을 모두 빼앗아 가 버렸다.    



영상은 독일 베를린 시내에 거주하는 노부부가 요트를 타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부유한 상류층이 아닌데도 취미생활의 일환으로 7주간 요트로 발트해를 누비며 여행을 할 수 있다. 매달 한화 280만원의 연금은 직장생활을 하는 40여년의 기간 동안 월급의 1/5을 납부해왔기에 가능하다. 스웨덴의 밍켄 공동주택(공동주택이지만 당연히 각 개인의 독립된 공간을 보장하고 있다.)에 사는 노부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월 연금 한화 560만원 중에서 세금과 관리비를 모두 낸 후에도 170만원의 잔액이 남아 생활비 걱정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 물론 이 노부부 역시 직장생활 45년 동안 월급의 18.5%를 연금으로 납입했다. 대신 병원비나 자녀의 교육비, 집값 등의 걱정은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다. 직장생활 동안 평생에 걸쳐 낸 연금이 노후가 되었을 때 복지라는 이름으로 되돌아왔다.


노후의 삶이 여유롭기 위해서는 국가가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 6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돈을 풀라는 소리는 아니다.

연금에 가입되어 있지 않거나 가입기간이 짧은 지금의 노인세대는 생계를 위해서 여전히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또한 65세가 딱! 되는 순간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이 식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국가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하는 동안 안정적으로 소득을 보장할 수 있게 하고 그 중 몇 %를 떼어 일을 그만 둔 이후에 기초연금과 함께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무조건적인 수당지급 보다는 이런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흔히 노인은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옛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쌓여가는 지혜와 경험은 더 멀리 볼 수 있는 시각이 되고,  통찰력과 유연함은 노인이 가진 새로운 생산력이다.

장기적인 계획의 핵심은 노인이 가진 새로운 생산력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 노무 중심의 노인 일자리 사업이 아닌 노인의 경험과 경력을 활용하여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 사업이 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소득보장과 이들을 위한 연금의 가입이 유도되어야 한다.


노후는 마무리만이 남은 시기가 아니다. 충분히 새로운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소득이 안정적이고 생활이 안정적일 때 비로소 진정한 여유로움이 찾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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