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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May 21. 2020

나를 위하는 내가 되어야겠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당당히 말 할 수 있는 내가 되길.

어린 시절 수업시간 종종 "20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자"는 말씀을 하셨다. 그 당시 내 꿈은 선생님이었기에, 나는 선생님이 되어 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그렸었다.

이후 또 다른 선생님은 말로 물었다. "어떤 어른이 되고 싶니?"라고. 꼭 직업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하셨기에,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좋은 사람.


이 흔한 대답을 한 아이는 자라면서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며 어린 시절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던 꿈은 잊고,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 되자는 아주 현실적인 사람으로 자랐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바뀌지 않았던 것은 한결같이 나의 꿈, 내가 되고 싶은 이상향을 생각하면서도 '남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나'를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이제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도 그냥 "아무거나"라고 말해버리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다 갑자기, 정말 문득 이 사실이 슬퍼졌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고, 그렇게 살아가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더 나아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어린 시절 나의 꿈은 멋졌고, 멋지다. 그러나 지금의 내가 되돌아 봤을 때 조금 안타까운 점은 '남에게 잘 하는 나'만큼이나 나에게 잘해야 함을 그 때 배울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착한 일을 해야한다는 그런 생각은 나로부터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방법을 배울 기회를 앗아갔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나를 위해 좋은 사람이 아닌 남을 위한 좋은 사람이 되어야 했기에, 궃은 일도 묵묵히 도맡아 해야 했고, 그러면서 자랑하지도 못했다. 또 힘든 일이 있어도 그것을 밖으로 표출해내지 못해 괜찮은 척 하는 일이 더 중요한 사람으로 자라게 했다.


더이상 "착하다"는 말도 듣지 못하는 나이가 되자 화조차 낼 줄 모르는, 그런데도 여전히 묵묵히 견뎌내야만 하는 나만 남은 것 같아 억울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제는 잘못한 일도 없으면서 기죽어 있지 않고, 할 말이 있으면 하고, 누가 "고맙다"고 말하면 "아닙니다"보다는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줄 아는 그런 내가 되고 싶다. "착하다"는 한 마디를 듣기 위해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을 견뎌내야 했던 지난 시간의 나를 위해서라도, 


온전히 나를 위한 내가 되길 간절히 바라고, 노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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