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이사이 May 12. 2020

정말 듣고 싶었던 한 마디는, "괜찮아" 였던 날.

다 안다고 생각하는 관계일수록 아무것도 모를 수 있다. 


그 날은 정말 공감받고 싶었다. 며칠에 걸쳐 이미 여러 사람들로부터 쓴소리를 들었고, 그 끝에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는 투정이나 그냥 너무 힘들었다는 나의 엄살을 듣고, 나의 힘듦을 알아주는 사람을 바랬고, 그 사람만은 그래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정작 그 날 내가 들은 말은, "그래도 그럼 안 되지. 네 잘못이 맞네" 그리고 "남들 다 그렇게 살아" 

내가 어떤 마음일지 다 안다고 미리 짐작해버렸거나 혹은 세상에는 그 보다 힘든 일이 많으니 그 정도는 견뎌내길 바라는 마음들이 앞서는 말들 속에 정작 괜찮냐는 말은 없었다. 그런 먼저 앞선 마음들 때문에 싸움과 서운함만이 남았다.


"괜찮아" 한 마디면 충분했는데, 그 말을 못 들어서 그 날의 나는 마음이 무너졌다.

잠들기 직전까지도 기대한 내 탓을 했다가, "괜찮아" 한 마디가 어려웠던 상대를 탓 했다가 그러다 지쳐 체념하다가도 또다시 서운해지는 굴레를 맴돌았다.



대단한 무언갈 바란 게 아니라 그냥 괜찮냐고 물어봐주는, 다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한 마디면 되었는데. 결국 그 날의 끝에 내게 남은 건 내 기대가 불러온 실망감뿐이었다.


다 안다고 생각하는 관계일수록 아무것도 모를 수도 있다. 그 사람이 겪고 있는 일이 아무리 나와 비슷하다고 해도 그 사람이 그 문제를 해결할 혹은 견뎌낼 방법은 나와 같을리가 없으니까. 그래서 우리에게는 먼저 물어보는 '배려'가 필요하다. 10년, 20년, 30년 아니 그 이상을 봐 왔더라도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시속 80km'는 제 속도가 아닌 것 같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